금리가 매섭게 오르면서 늘어난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높은 물가로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은 한 푼이라도 더 빚을 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간 접수된 소액생계비 대출은 총 5499건, 35억1000만원 규모다. 평균 대출 금액은 64만원 수준이다.
앞서 소액 생계비 상담 사전 예약 접수가 진행된 지난달 22~24일에는 예약 가능 인원의 98%인 총 2만5144명이 신청했다.
연 15.9%라는 낮지 않은 금리에도 소액생계비 대출에 대한 수요가 넘치는 건 최근 고금리·고물가, 경기침체로 서민 경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급격한 금리 인상기 속 2금융권과 대부업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저신용자나 취약계층이 돈을 빌리기 더 어려워졌다.
신용도가 낮고 소득이 적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 2만원씩 65일을 상환해야 하는 불법사금융 업체에서 100만원을 일수대출로 빌렸다가 센터를 찾은 사례도 있었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은행권 기부금 등을 토대로 마련된 재원으로 올해 총 1000억원 규모로 공급될 계획이었다. 금융위는 지금과 같은 소진 속도라면 오는 7월께 예산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높은 신청 수요에 금융위는 추가 재원 마련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소액생계비 대출 흥행 현상은 제도권 내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서민이 많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급전 수요는 폭발하는데 저신용·저소득 취약계층이 돈을 빌릴 시장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법정 최고 금리가 낮아질수록 금융사는 대출 문턱을 높이고,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인 대부업체에서조차 밀려나 불법 사채를 이용하는 취약계층이 늘고 있다. 최고 금리 인하가 오히려 서민을 제도권 밖으로 밀어낸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02년 연 66%에 달하던 우리나라 법정 최고 금리는 2021년 7월부터 연 20% 수준까지 내려왔다. 금융위는 2020년 11월 법정 최고 금리를 연 20%로 낮출 경우 3만9000명이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문제는 이들이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로 작용해 향후 금융시장의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취약계층의 돈줄을 일시적으로 터주는 것은 ‘미봉책’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소액 생계비 대출의 본래 취지인 불법사금융 차단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민간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법정 최고 금리부터 높이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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