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직업이 없는 50대 남성 A씨는 당뇨병 치료를 위해 의료비를 납부해야 하지만 자금이 마땅치 않았다. A씨는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기 위해 지난주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방문했다. 질병이 있고 소득이 없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지원을 안내받고, 센터 내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에 바로 복지 서비스를 신청했다. A씨는 “복지 서비스는 직접 행정복지센터에 가야하고 복잡한 서류 작성으로 신청이 망설여졌는데 대출과 함께 동시에 신청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소액생계비 대출 출시 후 일주일 만에 총 5499건의 신청이 몰렸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저소득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의 자금을 신청 당일 즉시 빌려주는 상품이다.
4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소액생계비 대출이 출시된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 간 전국 46개 서민금융진흥원 센터에 사전 예약된 대출 상담 6250건 중 5747건(91.95%)의 상담이 진행됐다.
평균 대출 금액은 64만원 수준이었다. 대출 금액이 50만원인 건은 3874건, 병원비 등 자금 용처가 증빙돼 50만원을 초과해 대출이 이뤄진 건은 1625건이었다.
전체 대출 상담 건 중 ▲채무조정 2242건 ▲복지연계 1298건 ▲취업지원 583건 ▲휴면예금 593건 ▲불법사금융신고 48건 ▲채무자대리인 500건 등 총 5264건의 복합 상담이 지원됐다.
소액 생계비 대출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층의 자금난을 지원하고 소액의 급전을 마련하지 못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소득·저신용 차주가 없도록 연체 여부나 소득 유무와 상관없이 최대 100만원의 자금을 신청 당일 즉시 대출해주는 제도다.
출시 첫날인 지난달 27일에는 사전 예약 1264건 중 1194건의 상담이 진행됐다. 이 중 일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등을 제외한 1126건의 대출 신청이 접수됐다.
앞서 소액 생계비 상담 사전 예약 접수가 진행된 같은달 22~24일에는 예약 가능 인원의 98%인 총 2만5144명이 신청했다.
사전 예약 첫날인 22일에는 신청자가 폭주해 대출실행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날 하루에만 주간 상담 가능 인원인 6200명에 대한 예약 접수가 마감됐다.
긴급 대출에 대한 수요가 넘치는 건 최근 고금리·고물가, 경기침체로서민 경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급격한 금리 인상기 속 2금융권과 대부업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저신용자나 취약계층이 돈을 빌리기 더 어려워졌다.
갈 곳이 없어진 차주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만350건으로 전년(9238건) 대비 10% 넘게 늘었다. 2019년(4986건)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증가했다.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소액생계비 대출과 관련해 “당장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내구제 대출 등을 받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으로 일단 구제를 하자는 취지”라며 “출시 3일 동안 상담 중 83%가 취업 알선, 복지 지원, 채무조정 등과 연계됐는데, 대출만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안정적으로 정상 생활로 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은행권 기부금 등을 토대로 마련된 재원으로 올해 총 1000억원의 소액생계비 대출을 공급할 계획이다. 높은 신청 수요에 금융위는 추가 재원 마련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하루에 (대출금이) 7억원 정도 나가니까 기존에 있는 재원으로 몇 달 정도는 계속해서 쓸 수 있는 규모여서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소액생계비 대출에 관심이 많아서 당연히 필요한 재원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관계 부처와 협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액생계비 대출 지원 대상은 제도권 금융뿐 아니라 기존의 정책서민금융 지원마저도 받기 어려워 불법사금융 피해 우려가 있는 취약계층이다.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인 만 19세 이상 성인이여야 한다.
기존 정책서민금융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연체자와 소득 증빙 확인이 어려운 무소득자도 지원한다. 단 조세 체납자, 대출·보험사기·위변조 등 금융질서문란자는 이용할 수 없다.
자금 용도는 생계비로 제한된다. 증빙은 필요 없으나 대면상담을 통해 ‘자금용도 및 상환계획서’를 내야 한다. 대출한도는 최대 100만원이다.
최초 50만원 대출 후 6개월 이상 성실 상환(추가 이용 시점 당시 미연체 상태)하면 50만원을 추가 대출받을 수 있다. 병원비 등 자금 용처가 증빙될 경우에는 최대 100만원까지 한 번에 대출된다.
만기는 1년이며 이자 성실납부 시 신청을 통해 최장 5년 이내에서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언제든지 원금을 상환할 수 있다. 만기일시상환 방식으로 만기 도래 전까지는 매월 이자만 납부하면 된다.
대출금리는 연 15.9%다. 서민금융진흥원 금융교육 포털을 통한 금융교육 이수 시 금리가 0.5%포인트 인하되고 이자 성실납부 6개월마다 2차례에 걸쳐 금리가 3%포인트씩 인하된다.
금융교육을 이수한 뒤 50만원을 대출받았다면 최초 월 이자 부담은 6416원이며, 6개월 후 5166원, 1년 후 3916원으로 낮아지는 구조다. 1년간 성실납부 후 만기 연장기간(최장 4년) 동안의 최종 이자부담은 월 3916원 수준이 된다.
100만원을 빌린 경우엔 최초 월 이자 부담은 1만2833원이고, 6개월 뒤 1만333원, 1년 뒤 7833원으로 낮아진다.
소액 생계비 대출 상담을 받으려면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매주 수∼금요일에 향후 4주간의 상담 일정을 예약할 수 있다. 사전 예약을 접수했다면 전국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직접 방문해 맞춤형 상담을 받은 뒤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센터 방문·대출상담 시에는 신분증, 대출금 수령용 예금통장 사본(본인명의)을 지참해야 한다. 소득·신용도 등 증빙은 전자적 방법으로 확인하고 금융기관 계좌 이용제한 등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서만 추가 서류를 요구한다.
센터에서는 대출뿐 아니라 신청자의 상황에 따라 다채무조정, 복지 및 취업 지원 등 다양한 자활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한 종합상담도 받을 수 있다.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신용회복위원회 종합 채무조정 상담신청을 전제로 대출이 이뤄지며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내 신복위 상담창구로 안내해 종합 채무조정(법원 회생·파산 포함)을 지원한다.
11개 센터에서는 지방자치단체 복지 공무원 등이 직접 원스톱 상담을 제공한다. 나머지 센터의 경우도 서민금융진흥원의 종합상담사가 전국 3500여개의 행정복지센터와 연결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복지제도를 연계해준다.
취업지원의 경우 전문 직업상담사가 취업 알선 및 면접 코칭 등 구직 역량강화 교육과 함께 160여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취업성공수당 지원도 함께 운영한다. 불법사금융 피해자에 대해서는 ‘채무자대리인 무료지원사업’을 이용할 수 있도록 불법사금융 신고센터 연계·안내도 진행한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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