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새 사외이사로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를 선임했다.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추진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은 이번에도 주주총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KB금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경종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찬성률은 발행주식 총수 대비 6.39%, 출석 주식수 대비 7.77%에 그쳤다.
KB금융 노조는 앞서 지난달 9일 임경종 전 수은인니금융(PT KOEXIM MANDIRI FINANCE)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와 위임장을 이사회에 제출했다.
KB금융 노조가 사외이사 추천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였다. KB금융 노조는 2017년부터 노조 추천 또는 우리사주조합 추천 등의 형태로 다섯 차례에 걸쳐 사외이사 후보를 내세웠으나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주총을 통과하진 못했다. 2019년에는 이해 상충 문제로 노조가 자진 철회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2019년을 제외하고 매번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왔다. 이번에도 ISS는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던지라고 권고했다. ISS는 지난 9일 “결국 다른 사외이사 후보와 마찬가지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여부는 그 후보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만큼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한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노조가 제안한 관치·낙하산 논란 등을 방지하기 위한 정관 일부 개정의 건도 부결됐다. 노조는 공직자윤리법을 준용해 ‘최근 5년 이내 행정부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이 1년 넘는 자는 3년 동안 대표이사(회장) 선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넣자고 주장했다. 해당 안건의 찬성률은 발행주식 수 대비 5.04%, 출석 주식수 대비 6.13%였다. ISS는 이에 대해서도 “노조는 정부의 영향력 등 그들이 주장하는 우려에 대한 설득력 있는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주들은) 안건에 반대하라”고 권고했다.
김정 KB금융 노조협의회 의장은 이날 주총에서 “KB금융 해외 자회사 중 규모가 가장 큰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은 2018년 최초 지분투자 이후 자본 2조원 이상이 투자됐지만 순손실이 8000억원을 넘어 누적 1조원이 넘었다”며 “이사회에 해외투자 전문가가 있었다면 큰 손실을 발생할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KB금융 회장은 “부코핀은행 인수 당시 코로나19라는 변수를 예상하지 못했고 코로나19로 인해 부실이 확대되고 영업 정상화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KB금융 전 임직원과 부코핀은행 임직원들이 마음을 모아 정상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화까지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장기적으로 부코핀은행이 좋은 투자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또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의 건 관련한 주주제안이 여섯 번째인데 찬성률은 한 자리 숫자에 머물고 있다”며 “진정 주주가치 및 기업가치를 위한 제안인지, 개인과 조직의 논리에 매몰된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새로운 노조 지도부가 출범했는데 앞으로 노 관계가 건설적이고 생산적으로 진행되길 바라며 (이번 주주제안 결과가) 성찰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건을 제외한 정관 변경의 건, 이사퇴직금규정 제정 승인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나머지 안건 7건은 모두 가결됐다.
KB금융 사추위가 추천한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는 임기 2년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김경호, 권선주, 오규택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도 승인됐다. 임기는 1년이다.
신임 여정성, 조화준 후보와 중임 권선주 후보 선임으로 국내 금융지주사 최초로 3명의 여성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합류하게 됐다.사외이사 7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28.6%(2/7)에서 42.8%(3/7)로 높아져 EU(유럽연합)가 2026년 6월부터 의무화한 사외이사 여성 비율 40%를 넘어섰다.
윤 회장은 최근 사외이사에 대한 비판 여론과 관련해 “KB금융 이사회는 사외이사 선임이 경영진이나 외부로부터 독립해서 주주 이익과 기업가치를 위해 이뤄지도록 하는 절차를 정비해 운영하고 있다”며 “어느 한 사람도 독자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도전적인 환경 속에서도 KB금융은 중장기 경영 전략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 5대 전략 방향인 ‘R.E.N.E.W’를 연속성 있게 추진하되 내실 성장과 회복 탄력성을 올해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정하고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환경으로 올해도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 임직원의 지혜를 모아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리딩 금융그룹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고 부연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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