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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경계현이 쏘아올린 ‘오리지널의 가치’

기사입력 : 202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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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위력’ 강조
선제적 투자로 반도체 1위 고수 의지 표명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미지 확대보기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한국금융신문=정은경 기자] 경계현닫기경계현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오리지널의 가치”를 강조했다. 게시물 내용은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MWC 2023 현장에서 맛본 스페인 요리 ‘하몽’에 관한 것이었다.

경 사장은 “한국에서 하몽을 먹을 때 솔직히 맛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먹은 하몽은 신선하고 촉촉하고 향긋해서 그냥 먹어도 좋았고, 다른 씨푸드와 같이 먹어도 맛이 배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오리지널 가치가 이런 것이다. MWC를 관람하면서도 이 생각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단편적으로는 음식의 맛 비교로 보일 수 있지만, 경 사장이 마지막 두 줄에서 강조한 오리지널의 가치는 바로 삼성이 지난 30년 넘게 지켜온 메모리 1위 자리를 이어가야 한다는 그의 의지가 담긴 내용으로 해석된다.

지난해부터 메모리 한파가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연매출은 사상 최초로 300조원을 넘겼지만, 영업이익은 43조원대로 전년(약 52조원) 대비 줄었다. 특히 반도체(DS부문) 사업은 지난해 영업익 23조 8200억원에 그쳤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6.9% 감소한 27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기지 못한 것은 2012년 1분기 이후 약 10년 만이다.

지난해 말 반도체 재고 자산도 29조 576억원으로 전년(16조 4551억원) 대비 76.6% 급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메모리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상반기까지 글로벌 메모리 시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한파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도 다른 반도체 기업들과 달리 인위적 반도체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어려움 속에서 투자를 지속해야 미래 수요 회복에 대응할 수 있다며 투자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삼성이 이처럼 반도체 투자 의지를 굳건히 할 수 있는 이유는 30년 전인 1990년대 초반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메모리 불황 속 선제적 투자를 통해 메모리 리더로 자리 잡았던 성공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메모리 시장을 이끌던 일본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축소할 때, 삼성은 오히려 대규모 투자를 강행해 일본 기업을 따라잡는 것은 물론 글로벌 메모리 1위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경 사장은 지난달 임직원 대상 경영설명회에서도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로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설비투자를 줄일 생각이 없다”고 언급했다. 오히려 그는 “시장을 보면서 대응력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투자 비용을 집행했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설비투자 비용은 53조 115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던 2021년(48조 2000억원) 대비 10.2% 증가했다.

이중 반도체 부문에 집행된 투자금은 47조 8717억원이다. 전체 투자 비용의 90.1%에 달하는 수준이다. R&D에 들인 비용도 24조 92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 늘었다.

이처럼 메모리 초격차 전략을 이어간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 한파 속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45.1%로 전 분기 대비 4.4%p(포인트) 늘렸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2.5% 감소한 122억 8100만달러(약 16조원)를 기록했다. 매출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D램 제조사 모두 전 분기 대비 감소했지만, 점유율은 삼성전자 홀로 높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감산을 강행하지 않은 삼성 뚝심이 점유율 확대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 비용을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례적으로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장기 차입하기로 결정했다. 차입 용도는 운영자금 확보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를 계획대로 실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 축소 및 감산 기조를 보이는 것과 정반대되는 행보다.

삼성은 지난해 흑자 전환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정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R&D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7년 1.4 나노 공정 도입을 위한 R&D에 매진 중이다.

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인프라 조성과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투자도 지속할 예정이다.

앞서 회사는 향후 20년간 25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11개를 새로 짓는 중장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기업들도 재무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반도체 고객사 구매 감소, 재고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이런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 우호적이진 않지만, 미래 준비를 위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회장도 줄곧 ‘기술 경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유럽 출장 이후 “첫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결국 ‘기술’이라고 본 것이다.

도쿄선언 40주년을 앞둔 지난달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반도체 패키지 라인이 있는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를 살핀 뒤 경영진에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선제적 기술 투자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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