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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쇼핑하고 아사히 맥주 한 잔…日제품 소비 회복세[사라지는 NO재팬 ②]

기사입력 : 2023-03-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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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일본 맥주 수입액 '노재팬' 이후 최대치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문제를 계기로 악화된 한·일관계가 정부 배상안 발표 이후 봄 바람을 맞고 있다. 코로나 완화 조치도 더해지면서 과거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관련 업계에도 긍정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점차 사라지고 있는 'NO재팬' 현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아사히 광고 이미지./ 사진제공 = 아사히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이미지 확대보기
아사히 광고 이미지./ 사진제공 = 아사히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2019년 국내 산업 전반을 흔들었던 ‘노(No) 재팬’ 영향력이 옅어지는 분위기다. 일본산 불매 운동이 잦아들면서 일본 수입액이 증가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일본 주류와 의류 등 소비재 부문이 두드러지는 회복세를 나타냈다.

9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200만 4천 달러(한화 약 26억원)로 지난해 동기보다 314.9% 급증했다. 3년 6개월 만에 최대치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는 반도체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전략품목을 볼모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이어 8월에는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화이트 리스트에서도 한국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한국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이른바 ‘노재팬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누구도 시킨적 없었지만 국민들이 스스로 ‘노재팬’을 확산시켰고 일본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매국노로 몰아가는 분위기까지 조성됐다.

일본 기업과 제품들은 ‘불매 대상’이 되어 매출 급감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 퇴출되기까지 했다.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본 브랜드 맥주 /사진=한국금융신문DB이미지 확대보기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본 브랜드 맥주 /사진=한국금융신문DB
특히 2019년 6월 월 수입액 790만 달러를 웃돌며 한국 시장을 재패하던 일본 맥주는 ‘노재팬’의 상징적 제품으로 불매 운동의 중심에 섰다. 이에 2019년 7월 434만 2000달러(57억원)였던 월 수입액은 같은해 8월 22만3000달러(약 3억원), 9월 6000달러(약 800만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엔저 영향으로 일본관광이 급증하고 있고 노재팬 분위기도 약화됨에 따라 오히려 일본 관련 상품들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일본 맥주 수입액은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처음으로 100만달러(약 13억원) 선을 회복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200만달러(약 26억원) 선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연간 수입액도 전년보다 110.7% 늘어난 1448만 4000달러(약 190억원)로 집계됐다.

이마트24 매장에서 고객이 '코슈 니라사키' 위스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 = 이마트24이미지 확대보기
이마트24 매장에서 고객이 '코슈 니라사키' 위스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 = 이마트24
맥주 외에도 일본산 주류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1월 이른바 ‘정대만 사케’로 불리는 ‘미이노고토부키 쥰마이긴죠’는 재고가 소진되면서 판매가 중단됐다. 이에 수입사인 지자케씨와이코리아는 최근 정대만 사케 물량을 확보해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정대만 사케는 후쿠오카현의 미이노고토부키 양조장에서 제조하는 제품이다. 국내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극장판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올해 초 개봉한 이후 흥행을 이어가자 정대만 사케로 불리는 ‘미이노고토부키 쥰마이긴죠’의 인기가 급등했다.

일본 위스키 판매량도 늘고 있다. 국내 MZ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에 토닉워터를 섞어 마시는 하이볼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그 중 산토리 가쿠빈, 야마자키, 히비키 등 일본 위스키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높은 수요를 생산이 따라가지 못해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 일본 위스키 입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를 구매하기 위한 고객들이 몰려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이에 일본 위스키 수입액이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위스키 수입액은 2021년 315만7000달러(약 41억원)에서 지난해 414만8000달러(약 54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3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396톤이던 수입량도 533톤으로 34.6% 늘었다.

유니클로는 '노 재팬' 운동으로 2년 동안 60여 곳이 폐점했다. /사진=한국금융신문DB 이미지 확대보기
유니클로는 '노 재팬' 운동으로 2년 동안 60여 곳이 폐점했다. /사진=한국금융신문DB
일본 주류뿐 아니라 패션 부문 상승세도 눈에 띈다.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가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2021년 9월∼2022년 8월 매출액은 70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48억 원으로 같은 기간 116.8% 늘었다.

2005년 한국에 진출한 유니클로는 진출 10년 차인 2015년 패션 브랜드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SPA 시장을 이끌어왔다. 이후에도 매출 1조원대를 유지했지만 2019년 노재팬이 본격화하면서 해당 연도 매출이 9749억원, 이듬해인 2020년 매출이 5746억원을 기록하는 등 반토막났다.

한때 전국에 매장을 180곳 이상 운영하기도 했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감소해 지난달 기준 전국 매장은 120여개로 크게 줄었다. 명동점, 롯데마트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장 등 상징적이던 매장들이 폐점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흑자 전환하더니 지난해 영업이익이 2배 가까이 늘어난 1148억원을 기록하며 분위기가 전환되는 모습이다. 유니클로뿐만 아니라 일본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 역시 매출이 2020년 4986억원에서 2021년 5437억원으로 증가하고 흑자로 돌아섰다. 오니츠카타이거로 인기를 끈 아식스, 미즈노 등 일본 패션 브랜드도 2021년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왼쪽부터) 김병기 아이들과미래재단 본부장, 이훈규 아이들과미래재단 이사장, 셸바 에이코 패스트리테일링 서스테이너빌리티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김지훈 에프알엘코리아 홍보실장. /사진제공 = 유니클로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김병기 아이들과미래재단 본부장, 이훈규 아이들과미래재단 이사장, 셸바 에이코 패스트리테일링 서스테이너빌리티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김지훈 에프알엘코리아 홍보실장. /사진제공 = 유니클로
이처럼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노재팬’ 운동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진 않았다. 이에 신제품 출시와 국내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상승 흐름에 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이다.

먼저 주류업계에서는 올해 일본 맥주 제품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아사히주류는 2021년 4월 일본 현지에서 출시돼 인기를 끌었던 거품 맥주 ‘아사히 수퍼드라이 나마조키 캔’을 오는 5월 국내에서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클로는 최근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과 손잡고 느린 학습 아동 지원을 위한 '천천히 함께' 캠페인을 출범하고 1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소비자들과 정서적인 교감을 이루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전국 지역아동센터 아동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지원하는 ‘우리 아이 행복한 밥상’ 캠페인도 벌였다. 이 밖에도 올해 중 장애인의류 리폼 지원 캠페인과 ‘우리아이 행복한 밥상 캠페인’, ‘부산 지역 보육원 아동 쇼핑 이벤트’, ‘해양 환경 정화 활동’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는 양국간 통상 현안을 2019년 7월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빠른 시일 내 서로 협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한·일간 실무 협의가 열리는 동안 일본의 수출 규제를 보복 조치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분쟁해결절차를 일시 중단하는 동시에 양국간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조만간 개최할 계획이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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