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 실무진은 지난달 16일부터 1주일 간의 출장에서 영국 런던의 SC·HSBC·바클레이스·딜로이트, 싱가포르의 DBS·JP모건 등 6개 글로벌 금융그룹을 방문했다. 이때 해외 금융사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체계 등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배구조 선진화는 최근 금융권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금융지주에서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 시점이 돌아올 때마다 셀프 연임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에 금융위는 금융지주를 포함한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세부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CEO 승계를 위해 중장기적인 후보군 육성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우고 선출 절차도 객관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재임한 존 플린트 전 영국 HSBC CEO는 2016년부터 경영 승계 절차를 준비했다. 2012년∼2021년 재임한 마이클 코뱃 전 미국 씨티그룹 CEO의 사례도 있다. 그는 2008년부터 경영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상시 관리 후보군에 포함돼 5년 동안 주요 사업을 맡으며 역량을 쌓았다.
은행지주들이 CEO 경영 승계 계획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지금의 롱리스트 방식보다 후보군을 3명 이내로 우선 선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후보자의 성품과 업무 능력, 커뮤니케이션 방식, 위기 대처 능력 등을 살펴볼 기회를 늘려야만 이사회가 제대로 된 경영진을 선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현직 CEO의 사외이사 선임을 확대하고 사외이사만의 간담회 의무 등의 조치가 요구된다고 봤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지주들이 방향성을 가지고 지속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구조를 더욱더 정교하게 발전시키는 한편 지주회사의 운영방식을 다양화하는 등의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감원의 이사회 기능 강화는 소통 정례화가 핵심이다. 은행별로 최소 연 1회 면담을 진행한다. 금감원은 은행 이사회와의 면담 등을 통해 최근 금융시장 현안 및 검사·상시 감시 결과 등을 공유하고 애로 및 건의사항을 청취할 계획이다. 또, 전체 지주와 은행 대상의 이사회 의장 간담회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실시할 예정이다. 그간 금감원의 금융사 검사에서 이사회 구성이나 운영 등은 참고 사안 격이었다.
현재 바젤 은행감독위원회(BCBS)은 은행 감독에 관한 핵심 준칙에 따라 감독당국이 위기 평가 등을 위해 이사회 등과 충분한 접촉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감독당국의 감독·검사 결과를 논의하기 위해 은행 경영진 및 이사회와 면담해야 한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설립된 금융안정위원회(FSB)은 감독당국이 면담 등을 통해 리스크 정책 등에 관한 이사회의 관점 등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은행 감독당국인 통화감사국(OCC)과 영국 건전성감독청(PRA), 호주 건전성감독청(APRA) 등은 이사회 면담 절차를 검사 프로세스나 업무계획 등에 명시했다. 최소 연 1회 이상 등 정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은행 이사회와 면담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은행 이사회에 감독당국의 의중이 반영돼 자율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금감원은 “감독당국과 지주·은행 이사회와의 정례적 소통은 국제기구에서 권고하는 사항이다. 해외 감독당국에서도 감독·검사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적극 활용 중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이사회와의 소통 정례화는 해외에서도 일반적인 점이라는 것이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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