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컬리는 ‘샛별배송’으로 이커머스 업계에서 이름을 알린 컬리가 선보인 소규모 체험형 문화 공간이다. 컬리 상품을 오프라인으로 옮겨 놓은 ‘단순 판매 공간’은 아니다. 테마에 맞춰 큐레이션한 상품을 비롯해 예술 콘텐츠 등을 도슨트(해설) 프로그램으로 보여준다.
이에 컬리가 빠르게 두 번째 주제를 가지고 돌아왔다. 두 번째 테마는 ‘따뜻한 마음으로 전하는 겨울 안부’다. 이달 말까지 운영하는 이번 테마는 치즈와 초콜릿을 메인으로 다루는 도슨트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프로그램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티장(Artisan) 도슨트’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치즈메이커 김소영 아티장이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티장은 ‘손으로 만드는 수공 장인’이라는 뜻으로 ‘치즈 아티장’은 인근 농장에서 기르는 가축 젖을 받아 직접 치즈를 생산하는 장인을 말한다.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오프컬리 3층은 나무 식탁과 치즈 모양 양초 등으로 꾸며져 따뜻한 느낌을 풍겼다. 한 번에 8명씩 소규모로 운영돼 작은 가정집에 초대받아 음식을 대접받는 것 같다.
‘아티장 도슨트’는 김소영 아티장이 진행했다. 김 아티장은 연세대 식품공학과 학사,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 석사 취득 후 미국에서 박사 공부를 하다 프랑스 여행 중 접한 치즈를 계기로 캘리포니아 칼폴리 낙농대학에 진학해 치즈 세계로 뛰어들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북쪽 지역에서 ‘안단테 데이어리(Andante Dairy)’ 치즈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치즈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사용하고, 유기농 식재료 전문 유통기업에 입고되는 등 셰프들과 대중들 사랑을 받는 전문성 높은 치즈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큐멘터리 ‘글로벌 성공시대’에 ‘치즈명장이 된 과학자’로 소개되며 많이 알려졌다.
프로그램은 웰컴푸드로 김 아티장이 직접 만든 치즈볼과 와인을 맛보며 시작했다. 컬리가 치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만든 치즈 가이드와 도슨트 프로그램 북, 치즈 휠을 보며 치즈를 보다 심도 깊게 배울 수 있다.
먼저 참여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치즈를 알 수 있도록 ‘아티장 제조 치즈 및 아티장 큐레이션 치즈 테이스팅’ 시간을 가졌다. 김 아티장이 직접 만든 ‘프로마쥬 블랑 트리오’와 화이트 하트 치즈,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블루치즈를 하나씩 체험하며 치즈 특징을 파악했다.
특히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는 30개월, 40개월 숙성된 치즈를 동시에 비교해 보며 제조 여건이 만드는 치즈 차이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치즈에 맞춰 크래커, 무화과잼 등과 조합해 먹어보며 보다 다채롭게 치즈를 체험할 수 있는 방법도 안내했다.
치즈 테이스팅 후에는 김 아티장이 치즈를 활용해 만든 샐러드와 치킨 수프, 엔칠라다(토르티야에 고기·해산물·치즈 등을 넣어 만든 멕시코 전통 요리)를 먹으며 치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아티장은 국제 치즈 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관련 업계에서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그 유명세 효과를 보려고 업계 곳곳에서 그에게 협업 요청을 했다. 그가 선택한 곳은 ‘컬리’였다.
김 아티장은 “많은 곳에서 음식 자체가 아닌 광고 효과 때문에 함께 일하고 싶어했다”며 “그러나 치즈를 제대로 소개하고 싶었고 이 때 컬리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아티장은 한국에 올 때마다 컬리를 자주 이용했었다고 한다. 풍부한 큐레이션 대비 치즈 부문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때마침 ‘함께 일하고 싶은 분은 이메일 보내주세요’라는 글을 읽고 회사로 메일을 보내게 됐다는 것이다.
“새벽 2시엔가 메일을 보냈는데 소피킴(김슬아 대표 영어이름) 이름으로 바로 답이 왔다”며 “이에 답장 첫 문장에 ‘잠도 안자요?’라고 보냈던 기억이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아티장과 김 대표가 한국에서 조우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김 아티장은 돈이 될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럽게 제안했는데 김 대표가 해보고 싶다며 강력하게 말해 결국 컬리와 손잡게 됐다.
김 아티장은 “컬리가 없었다면 아티장 치즈를 소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보여주기 식 대기업과 달리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아티장 걱정대로 ‘아티장 치즈’는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아 사업 초기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2년차에 컬리에서 판매하는 치즈 매출액이 모든 백화점 푸드홀을 다 합친 것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김 아티장은 “수 많은 유통 채널 중 컬리를 선택한 이유는 ‘아티장’이라는 타이틀때문”이라며 “치즈는 유통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 컬리 시스템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에 배송해서 가장 좋은 상태로 전하는 그 과정들이 치즈 메이커에게 꿈 같은 것인데, 컬리는 그걸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컬리는 물류 체계 전반이 신선식품 배송을 위해 맞춰져 있다. 그중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풀콜드 시스템’이다. 물류센터 온도 관리를 넘어 납품, 배송차량, 포장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한다.
포장기획팀도 만들어 계절과 관계 없이 상품이 배송 시에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계절을 6절기로 나누고, 절기별 배송시간대의 평균 온도와 습도를 구현한 기계에 식품을 집어넣어 냉매는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어떤 포장이 적합한지 보는 식이다.
이렇게 정성을 들인 결과 치즈는 컬리에 매우 유의미한 존재가 됐다. 특히 아티장 치즈는 국내 유통사 중 컬리가 최초로 소개한 이래 현재 가장 다양한 종류를 다루고 있다. 아티장 치즈는 맛의 고유성이 뛰어나 유통과 관리 과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업체에서는 컬리와 같은 구성을 갖추기 어렵다.
컬리는 앞으로도 치즈 관련 콘텐츠를 강화해 관련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컬리와 김 아티장은 국내에서 치즈를 생산한다는 추가 목표도 갖고 있다.
김 아티장은 “저와 안단테 직원들의 10년 계획이 있다”며 “한국에서 목장을 사서, 소를 제대로 키워 우유를 생산하고, 그 우유로 치즈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치즈들은 별도 숙성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 생치즈 마저도 대부분 수입해 판매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만 한다.
김 대표는 “부라타 치즈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갑자기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국내에서 생산한 부라타 치즈가 없나 전국을 뒤졌는데 찾을 수 없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컬리가 확산하고자 하는 치즈 문화가 시장을 더 키우면, 그때에는 국내산 원유로 국내에서 만든 고급 치즈들이 출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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