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경기침체·집값 고점인식 등으로 유례없는 한파를 겪고 있는 전세시장에 ‘전세 사기’ 속출이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악재가 닥쳤다.
최초로 언론을 통해 이슈가 된 것은 주택 1139채를 사들여 전세사기 행각을 벌이던 중 사망한 40대 ‘빌라왕’ 김 모 씨의 사례였다. 최근에는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 빌라와 오피스텔 수십 채를 보유한 20대 송 모 씨가 지난 12일 숨지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속출할 위기에 놓였다.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전세 사기에 더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다세대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매매가 잘 이뤄지지 않아 시세파악이 힘들고 분양도 어렵다. 전세사기를 노리는 일당들은 바지사장을 내세워 미분양빌라를 매매가와 비슷한 수준에 내놓아 세입자를 받는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이 같은 조직적 전세사기의 경우 건축주·브로커·공인중개사·대출상담사 등 많게는 수십 명이 한팀이 돼서 움직이는 케이스도 있어 세입자들이 임대인들의 신원이나 등기부등본을 아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처럼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폭락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문제가 된다. 의도적으로 전세금을 떼먹으려는 일당들이 늘고, 세입자는 집값 하락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를 물론 의도치 않게 1주택자가 돼 향후 주택마련에 대한 계획이 전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등의 피해까지도 입을 수 있다.
그나마 경제가 호황이고 부동산시장이 안정됐을 시기에는 이런 폭탄이 터질 우려가 적었지만, 본격적으로 부동산이 하강국면에 접어들면서 그간 보이지 않았던 구조적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작년까지 이어진 역대급 저금리로 만들어진 부동산 호황기에 전세금으로 갭 투자에 나선 집주인들이 늘며 문제가 더욱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원희룡닫기원희룡기사 모아보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2일, ‘빌라왕’ 피해 임차인 대상 설명회에 참석하여 임차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정부 지원방안을 설명했다.
원 장관은 “임차인들을 눈물 흘리게 하는 악질적인 전세사기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임대인 뿐 아니라, 보증금 반환능력이 없는 임대인을 앞세워 전세사기에 가담한 건축주, 공인중개사 등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미 피해를 입으신 분들은 보증금을 돌려받는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고, 관련 절차가 최소화되도록 HUG, 법무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피해자들 가까이서 지원하겠다”면서, “앞으로 억울한 피해사례가 최소화되도록, 임차인이 안심하고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으니 정부를 믿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26일에는 시도지사 협의회 회의실에서 열린 시도지사 협의회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권역별 전세피해 지원센터’ 설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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