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시장의 유례없는 침체가 겹치며, 알짜 사업장 등장에도 시장의 기대감은 예년만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갖은 규제 해제와 지난 정부 정책의 폐지 등을 거론하고 있음에도 불구, 경색된 부동산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하락세를 길게 이어가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열린 제22차 건축위원회에서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을 비롯한 총 5건의 건축계획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심의를 통해 공공주택 533세대 포함 총 5256세대의 공동주택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는 내년 5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거쳐 2024년 착공, 2027년 준공될 예정으로 총 1277세대의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하게 된다.
송파구에 위치한 가락프라자 및 잠실우성4차 재건축 사업 심의 통과로 공공주택 202세대를 포함하여 총 1898세대도 공급될 전망이다.
'가락프라자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다양한 주거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7가지 평형(전용 59, 74, 84, 98, 114, 128, 156) 총 16가지 타입을 도입하게끔 계획됐다. 특히 공공주택 109세대는 소셜믹스를 적극 적용, 총 3가지 평형(전용 59, 74, 84)의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9호선 삼전역 인근 송파구 잠실동 '잠실우성4차 아파트 재건축'는 공공주택 93세대를 포함한 공동주택 825세대, 6가지 평형(전용 59, 70, 84, 102, 150, 160형)이 들어갈 예정이다.
◇ 공급 청신호 무색한 부동산시장 찬바람, 최대어라던 둔촌도 장위도 흥행부진
이처럼 서울 곳곳에 모처럼의 ‘공급 청신호’가 켜졌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올해 연말 분양시장 최대어로 기대받았던 둔촌주공 ‘올림픽파크 포레온’과 ‘장위자이 레디언트’ 등의 대단지들이 청약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다.
시장은 비록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으로 작년보다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는 있었으나, 서울에 공급되는 1군 건설사 대단지라는 점에서 두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대했던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가 무색하게 청약 경쟁률에서부터 빨간 불이 켜지면서, 향후 진행될 본계약 전망까지 어두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월 2주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는 6548가구(사전청약·공공분양 제외) 모집에 6만988명이 1순위에 청약해 평균 경쟁률 9.3대 1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기록된 163.8대 1과 비교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쪼그라든 수치다.
하반기 최대어였던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평균 청약당첨 가점은 16개 평형에서 약 49.5점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당첨 가점이 60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저조한 결과다.
특히 49㎡A형에서는 해당지역 기준 최저 20점의 가점으로도 청약에 당첨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상대적으로 청년층 접근성이 높은 소형 평형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1군 건설사들이 시공하는 서울 대단지에서 이 같은 가점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어 분양된 장위자이 레디언트 역시 20점대 청약당첨 가점이 나왔다. 전용면적 49㎡B와 84㎡A에서 최저 가점 20점이 기록됐는데, 특히 84㎡는 국민평형으로 불려 선호도가 높은 주택형임에도 가점 20점에 당첨되는 사례가 나왔다는 점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들 단지는 모두 최대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순위 내 청약에서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친 것은 물론 청약가점에서도 부진한 성적이 나오며 불안한 미래를 암시했다.
분양업계 한 전문가는 “경쟁률이 낮아서 걱정하긴 했지만 설마 20점대 당첨자가 나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며, “시간이 지나면 완판이 될 것이라고 믿고는 있지만 각 조합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급하고, 금리는 갈수록 올라가고 있으니 불안감이 더욱 크실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인 아파트 청약 과정에서는 청약이 이뤄지더라도 계약을 포기하거나, 아예 부적격자로 분류돼 계약이 취소되는 등 미계약 비율이 10~15%가량 등장하게 된다. 이런 물량들은 무순위청약 등을 통해 재차 청약을 받게 되는데, 이들 단지는 청약단계에서부터 충분한 경쟁률이 성립되지 못하면서 미계약 확률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분양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내주 ‘강동헤리티지자이’나 ‘마포더클래시’ 등 서울 단지들이 분양을 앞두고 있지만, 이들 단지의 흥행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올라가고 있었다는 진단 자체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며, “작년처럼 시중유동성이 풍부한 시대가 다시 돌아오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텐데, 그 사이 건설업계나 부동산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면 어지간히 사업성이 좋지 않다면 서울이나 수도권 인기지역이라도 섣불리 사업에 뛰어들려는 건설사들이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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