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세법의 대원칙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내 주머니에서 ‘피 같은’ 돈이 새나가는 걸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얘기다.
내년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를 두고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부와 여당은 주식시장 침체를 우려해 금투세 도입을 2년간 유예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자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금투세는 국내외 주식이나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해 소득이 발생한 경우 부과되는 세금을 지칭한다. 대주주 여부에 관계 없이 금융투자로 일정금액(국내 상장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매기는 게 핵심이다.
여기서 잠깐 금투세 도입이 결정된 2020년 당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야는 당시 만장일치로 세법개정을 통해 2023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초입이던 2020년 상반기 한때 1400선까지 무너졌던 코스피는 이른바 ‘동학개미’ 열풍이 불면서 법안이 통과되던 연말 무렵에는 2800까지 치솟으며 2배 넘게 급상승했다.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던 시기였다. 당시만 해도 주식투자로 번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에 대해 반대하는 분위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빨간색’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긴축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코스피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5월 3300선까지 치달으며 3500선 고지까지 넘봤던 코스피는 연초 3000선이 깨지더니 11월말 현재 2400~2500선에서 힘없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대박’은커녕 ‘쪽박’을 차게 됐다고 아우성을 친 시점도 이 즈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내년 1월 도입 예정인 금투세는 또 하나의 ‘대형악재’나 다름 없는 셈이다.
금투세 도입은 비단 개인투자자들에 국한된 문제만도 아니다.
금투세가 본격 시행될 경우 세부담으로 인해 한국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은 금융투자업계에서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점이다. 실제 대만은 과거 세 차례나 주식양도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주가가 30% 넘게 폭락하면서 도입을 철회한 바 있다.
가상화폐 과세와의 형평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올해 국회에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가상화폐 과세를 2년간 유예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 거래 처벌을 위한 법규를 마련한 다음 가상화폐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당초는 내년부터 250만원을 초과한 투자소득에 대해서는 22%의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었다.
가상화폐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를 2년간 유예하면서 주식소득 등에 대해서는 당장 내년부터 세금을 매기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이래 저래 말이 많은 금투세 도입은 시간을 두고 충분히 논의한 뒤 결정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안 그래도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 땅의 많은 소시민들에게 연말을 맞아 ‘걱정거리’ 하나 정도는 덜어 주는 게 정치인들의 본분 아닐까.
김재창 기자 kidongod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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