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금융당국 중징계 관련 대응 방안을 두고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가동과 행정소송 제기 기한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어 손 회장은 이 기간 숙고를 거쳐 거취에 대한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사실상 다음달부터 우리금융 지배구조 향방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이사회는 매달 열리는 정기 이사회로, 주요 경영 현안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올해 그룹 디지털·ESG 분야 등 경영 성과에 대한 보고와 내년 경영전략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사외이사들은 손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와 관련해 세부 내용을 공식적으로 보고받고 지배구조 안정을 위한 대응 방안에 대한 의견도 간략히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24일 열린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도 관련 사안을 공유했다. 자추위는 다음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위한 추천 절차를 진행하려는 자리였지만, 손 회장의 징계안과 관련해 제재가 확정됐을 경우 은행에 미치는 영향과 금융당국의 논리 및 우리금융 측 주장 등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 역시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로 제기하면 되는 만큼 내년 2월 9일까지는 대응 방안을 결정할 시간이 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이사회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손 회장의 결정과 우리금융 지배구조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내년 2월 중으로 차기 회장을 내정하면 되기 때문에 임추위 진행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이사회에서도 일단 손 회장의 입장을 고려해주려는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정례회의에서 라임펀드 관련 우리은행 검사 결과 발견된 위법 사항에 대해 손 회장에 문책 경고 상당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금융회사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의 연임도 불투명해졌다.
금융위의 중징계 확정 이후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손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징계 때처럼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금감원은 2020년 1월 손 회장에 대해 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손 회장은 같은해 3월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인용 결정을 받았고, 연임(임기 3년)에 성공했다.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의 경우 1심에 이어 2심에서 승소한 상태다,
현재 손 회장은 라임 징계와 관련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인 행정소송 제기 등 대응 방안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사내 법무실뿐 아니라 김앤장 등 외부 자문 인력과 함께 법리 검토를 통해 다양한 소송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손 회장이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이 이를 인용하게 되면 금융위의 징계 효력이 일시 중지되고 이 기간에 연임에 성공할 경우 임기를 이어갈 수 있다.
손 회장은 DLF 때와 달리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건너뛰고 우선 징계 취소 행정소송에 나서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징계를 받아들이라고 압박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에서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면 금융위에 맞서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데다 조직 불확실성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 자체를 포기하기에는 명예와 실리를 둘 다 놓칠 수 있는 만큼 법적인 시비는 다퉈볼 필요가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법조계 등에서는 손 회장이 소송을 포기하고 라임 징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DLF 소송 당위성마저 떨어트리면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DLF뿐 아니라 우리은행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타 금융사와 구상권 청구 소송 등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손 회장이 쉽게 소송을 포기하기는 어려운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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