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이번주 이사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라임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거취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오는 25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경영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우리금융은 통상 정기 이사회에 앞서 하루 전날 사전 간담회를 열고 이사회에 오를 안건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본회의만 개최하기로 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25일 이사회에서는 경영 현안에 대한 보고가 이뤄질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중징계 관련 안건은 상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정례회의에서 라임펀드 관련 우리은행 검사 결과 발견된 위법 사항에 대해 손 회장에 문책 경고 상당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금융위의 중징계 확정 이후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손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징계 때처럼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금감원은 2020년 1월 손 회장에 대해 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손 회장은 같은해 3월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인용 결정을 받았고, 연임(임기 3년)에 성공했다.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의 경우 1심에 이어 2심에서 승소한 상태다.
손 회장이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이 이를 인용하게 되면 금융위의 징계 효력이 일시 중지되고 이 기간에 연임에 성공할 경우 임기를 이어갈 수 있다.
당초 우리금융 내부에선 소송을 적극 검토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이 손 회장의 연임에 대한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던지면서 기류가 신중론으로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이 원장은 지난 10일 금융사 글로벌 사업 담당 은행 임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소송(DLF 소송) 시절과 달리 지금 같은 경우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라며 “아마도 당사자(손 회장)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징계 취소소송을 자제하라는 경고성 발언인 동시에 금융당국이 손 회장의 연임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원장은 14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손 회장과 우리금융 이사회는 라임펀드 징계와 관련한 소송 진행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사내이사인 손 회장과 비상임이사인 이원덕닫기이원덕기사 모아보기 우리은행장,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다만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 제기 기한이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인 만큼 손 회장이 내년까지 충분한 논의와 숙고를 거쳐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노성태 우리금융 이사회 의장은 지난 14일 손 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심사숙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손 회장이 소송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DLF 때와는 기류가 다르고 소송에 따르는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DLF 징계 건은 지배구조법상 금감원장 전결로 확정된 데 반해 라임 징계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금감원 제재심에서 금융위에서 의결했다. 자본시장법 등은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는 금융위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금융당국이지만 금융위는 정부 기관에 속하기 때문에 손 회장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손 회장이 금융위를 상대로 소송을 강행할 경우 현 정부의 방향성에 정면으로 대치하는 모습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이 이미 DLF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만큼 두 번이나 금융당국과 소송을 벌여야 한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우리금융 이사회에서는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무리한 제재라는 의견과 연이은 징계와 소송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함께 오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2019년 손 회장이 DLF 중징계를 통보받았을 때에도 임추위에서는 장고가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장동우 임추위원장은 손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후보로 단독 추천하면서도 “고객배상과 제재심이 남아 있어 부담스러운 면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손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됨에 따라 우리금융은 다음달 말에서 내년 1월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고 회장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정관상 임추위는 주주총회 소집통지일 최소 30일 이전에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임추위에서 후보자를 선정해 이사회에 추천하면 이사회에서 후보를 확정하고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선임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이사회 입장에서 금융당국과 두 번이나 소송을 벌여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지만 경영 연속성 등의 측면에서 손 회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분명 있다”며 “소송 제기 기한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손 회장이 법리 검토 등 종합적인 판단을 거쳐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소송 제기와 임추위가 2월 초까지만 이뤄지면 되기 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는 데다 금융당국에서 메시지가 내놓는 상황에서 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다”며 “손 회장의 DLF 소송이 끝나지 않았고, 우리은행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타 금융사와 구상권 청구 소송 등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 회장이 쉽게 소송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권에서는 ‘관치 금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이 원장이 연이어 내놓은 메시지가 민간 금융사의 최고경영자 선임에 개입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18일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펀드사 태 제재 심사를 1년 넘게 미루다 갑자기 제재를 한 것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며 “이복현 금감원장의 행보와 말은 그것이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날리고 외압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21일 성명을 통해 “금융사들은 이미 자체적인 CEO 승계 규정과 육성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CEO를 선임하는 내부기준을 마련하고 그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특정인을 꼭 집어 연임에 영향을 미치는 소송을 하라 말라하는 것은 금감원장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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