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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흔드는 외풍?…우리금융 지배구조 어디로

기사입력 : 2022-11-09 22:13

(최종수정 2022-11-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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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문책 경고’ 중징계
다음주 이사회서 대응책 논의…‘정치권 입김’ 관측도

금융권 흔드는 외풍?…우리금융 지배구조 어디로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금융당국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해 중징계를 확정하면서 우리금융 지배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 회장의 연임 행보가 불투명해지자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의 대응책과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 회장이 임기 동안 우리금융 호실적을 이끌어 온 점 등을 고려하면 연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우세했던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중징계’ 카드를 꺼내 들자 업계 일각에서는 정치적 외풍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9일 20차 정례회의를 열고 날 20차 정례회의를 열고 라임 펀드 관련 우리은행 검사 결과 발견된 위법 사항에 대해 퇴직 임원(손태승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 문책 경고 상당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우리은행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사모펀드 신규 판매를 3개월간 정지하는 업무 일부 정지 제재를 내렸다. 금융감독원장에 위탁된 임직원 제재는 금감원에서 조치할 예정이다. 설명서 교부 의무 위반과 투자 광고 규정 위반 등에 대한 과태료 총 76억6000만원은 지난 7월 금융위 의결로 먼저 부과했다.

금융위는 지난 7일까지 총 여섯차례에 걸쳐 안건소위원회를 열고 제재안을 논의했다. 앞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4월 라임 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인 손태승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 상당의 조치를 의결했다. 우리은행이 라임 펀드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상품을 판매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의 라임 펀드 판매 규모는 3577억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당시 행위자가 본점 부행장급이었던 만큼 감독자인 손 회장(당시 우리은행장)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자본시장법 제49조는 ▲ 거짓 내용을 알리는 행위 ▲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 ▲ 투자자가 거부했는데 투자 권유를 계속하는 행위를 '부당권유' 행위로 간주하고 금지하고 있다.

라임 펀드 사태는 지난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해 환매 중단이 벌어진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약 1조6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 중징계 결정에 연임 제동…DLF 때처럼 소송 가능성

손 회장이 원안대로 금융위에서 문책 경고의 제재를 받으면서 연임에도 제동이 걸렸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금융회사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우리금융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손 회장의 향후 거취와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징계 때처럼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은 2020년 1월 손 회장에 대해 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 중징계를 의결하고 금감원장 전결로 징계를 확정했다. DLF 판매 당시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이었다. 이에 손 회장은 같은해 3월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인용 결정을 받았고, 연임(임기 3년)에 성공했다.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의 경우 1심에 이어 2심에서 승소한 상태다.

손 회장이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이 이를 인용하게 되면 금융위의 징계 효력이 일시 중지되고 이 기간 중 연임에 성공할 경우 향후 법원 판결을 통해 중징계가 확정될 때까지 임기를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손 회장이 이미 DLF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데다가 두 번이나 금융당국과의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 막대한 부담이 예상되는 만큼 현직을 유지하면서 소송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더라도 법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지배구조를 둘러싼 잡음이 지속될 수 있는 점도 손 회장 입장에선 부담 요인이다.

주주들의 시선도 관건이다. 현재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송수영 변호사를 제외하면 모두 우리금융 지분 4% 내외를 보유한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유진더블유유한회사 등 민간 과점 주주들이 추천한 인물들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향후 대응 방안과 관련해 현재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 ‘낙하산 인사’ 물밑 작업 의혹…노조 반발

금융권 일각에선 이번 금융당국의 결정에 대해 정치권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 이후 1년 6개월여 동안 멈춰있던 손 회장의 징계 결정이 급하게 이뤄지자 손 회장 후임으로 '친정부 낙하산' 인사를 앉히려는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 간담회 이후 손 회장의 제재와 관련해 “그동안 너무 지체되고 있다는 국회 지적도 있다”며 “지금 시장이 많이 어렵긴 하지만 핑계 대고 모든 걸 미뤄둘 순 없으니 해야 할 것은 해야겠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노리는 여러 인사들의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은행 전직 고위 임원부터 관료 출신 외부 인사 등 다수의 인물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김지완닫기김지완기사 모아보기 BNK금융지주 회장이 임기를 5개월여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고 경영 승계 절차 규정을 바꾼 것에 대해서도 정부의 개입을 의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7일 조기 사임을 결정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녀 부당 지원 의혹을 받은 바 있다. BNK금융은 지난 4일 회장 후보로 외부인사도 추천할 수 있도록 'CEO 후보자 추천 및 경영승계 절차' 규정을 개정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후보군을 지주 사내이사(상임감사위원 제외), 지주 업무집행책임자, 자회사 CEO로 제한하고 있어지배구조가 폐쇄적이라는 정치권 지적에 따른 것이다.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노조의 반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금융당국은 우리은행 펀드사태에 대한 제재를 법원 결정이 나온 후 징계수위를 정하겠다며 1년이 넘기 미뤄오다 갑자기 제재를 논의하게 된 배경을 밝여야 한다”며 “더 이상 우리금융을 정치 논리의 노리개로 전락시키지 말라”고 밝혔다.

이어 “정권에 의탁한 관치인사의 우리금융그룹 장악 시도를 중단하라”며 “우리금융은 전 임직원이 혼신의 노력을 다해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에 성공해, 이제 지배구조가 안정됐다. 무리한 중징계를 통해 우리금융지주 CEO를 몰아내고 관치인사를 시도하는 우리금융 흔들기가 계속된다면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전날 “금융위가 우리금융의 라임펀드 판매를 빌미로 무리한 중징계를 통해 현 회장을 몰아내고 전직 관료를 앉히려 한다는 소문이 시장에서 파다하다”며 “정권이 권력자의 측근이나 현장경험 하나 없는 모피아 출신을 금융권 낙하산으로 보내려 한다면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가열찬 낙하산 저지 투쟁들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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