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인터뷰 진행이 빨랐던 후보부터 ‘서유석 → 구희진 → 서명석 → 전병조 → 김해준 → 강면욱’ 순으로 나간다. 도중에 사퇴하거나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탈락할 경우, 후보자 의사에 따라 인터뷰는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금융투자협회(협회장 나재철닫기나재철기사 모아보기)엔 위기를 돌파할 강력한 리더십(Leadership·지도자 자질)이 필요합니다. 동양 사태에서 인수·합병(M&A·Mergers And Acquisitions)을 성공시킨 경험으로 뚝심 있게 파이팅(Fighting·투지) 하는 협회장이 되겠습니다.”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가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후보 등록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2길에 있는 여의도파이낸스타워에서 <한국금융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서 전 대표는 1986년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에 공개채용 2기로 입사해 리서치 센터장·경영기획부문장·부사장·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는 유안타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한 직장에서 30년 넘게 일한 그는 현재 유안타증권 고문으로 자리해 있다.
서명석 전 대표를 가장 존재감 있게 만든 이벤트(Event·사건)는 ‘동양 사태’ 해결이다. 동양 사태는 2013년 9월 동양그룹이 부실 회사채 및 기업어음(CP·Commercial Paper)을 발행해 약 5만명 피해자를 발생시킨 사건이다.
당시 서 전 대표는 불가능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대만으로 건너가 대만 유안타그룹이 동양증권 모기업인 동양그룹을 인수·합병(M&A·Mergers And Acquisitions) 하도록 하는 데 힘썼다. 본격적인 매각 작업 이후 회사는 조기에 정상화됐고, 현재 유안타증권으로 자리 잡았다. 그에겐 아직도 ‘해결사’ ‘구원 투수’같은 별명이 따라붙는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여파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국내의 경우, 최근 레고랜드 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 부실로 채권시장이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는 만큼 구원 투수로서 금융 투자업계 위기를 해결하겠단 각오를 내비쳤다.
주요 공약으론 △글로벌(Global·전 세계) 경쟁력을 갖춘 ‘한국형(K) 자본시장’ 육성 △디지털 금융 혁신을 통한 미래 금융 준비 △자본시장의 국민자산 관리 역할 제고 △6대 금융권 협회 중 최고의 협회로 입지 확보 등 4개를 꺼내 들었다.
현재까지 협회장 출마를 선언한 이들은 서명석 전 대표를 포함해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 ▲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 ▲강면욱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Chief Investment Officer) 등 6명(출마 선언 순)이다. 나재철 현 협회장은 ‘단임 약속’을 지키고 공정한 선거를 만들고자 연임에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금투협은 이달 9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15일부터 제6대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 후보 모집을 시작했다. 선거에 참여하려면 오는 30일 오전 10시(기한 내 도착분)까지 인편 또는 등기우편으로 서류를 접수해야 한다. 서류는 지원서·이력서·자기소개서·경영계획서·소견 발표 자료·개인정보 제공 동의서·임원 결격 사유 미 해당 확인서 및 3개 정회원사 추천서 등이다.
최종 후보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숏 리스트(Short List‧압축 후보군)로 추려진다. 후보가 되면 약 3주간 선거운동을 펼친다. 이후 정회원사에 해당하는 전체 의결권 보유자 과반이 투표에 참석해 총회를 연다. 그중 과반 득표를 얻으면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될 수 있다.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경우, 득표 2인을 대상으로 다시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변동 없으면, 12월 23일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 프로필
▶서명석/1961년 서울 출생/1980년 충암고(교장 이윤찬) 졸업/1986년 동양증권 입사/1987년 서강대(총장 심종혁) 경영학과 졸업/1999년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2006~2011년 동양증권 리서치센터장/2011년 동양증권 경영기획부문장·동양파워 발전사업추진본부장/2013년 동양증권 부사장/2013년 12월 동양증권 대표이사 사장/2014년 10월~2020년 3월 유안타증권(대표 궈밍쩡) 대표이사 사장/2021년 3월~ 한국항공대 인문자연학부 초빙교수
Q1. 선거 한참 전인 9월 초 <한국금융신문>을 통해 출마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출마 선언 이후 두 달쯤 지났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으신지요?
A. 저는 금투협회장 선거를 이때까지 3번 치렀습니다. 물론 유권자로요.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 유안타증권 대표직을 맡으면서 금투협회장 선거를 경험했는데요. 그래서 협회장 선거 메커니즘(Mechanism·구조)을 잘 압니다. 협회장 선거는 후보가 금투협 회원사 사장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일일이 설득해야 하는 방식입니다. 사장이 직접 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찍는 것이죠.
그런데 어떤 후보는 종이 한 장 뽑아서 들고 오고, 어떤 후보는 공약집을 자세히 준비해서 옵니다. 그렇게 준비해서 갖다 줘도 사장들은 바빠서 잘 안 읽죠.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어떻게 하면 회원사 사장님들이 제 공약과 각오에 대해 읽게 할지 고민하고 선거 홍보물을 제대로 준비했습니다.
임팩트(Impact·영향)가 있도록 디자인(Design·시각적 미감)에도 많은 신경을 썼죠. 제가 리서치(Research·연구) 센터장을 오래 했잖아요. 그 당시 고객을 만나면 자료를 갖다주고 설명하는 일을 많이 했거든요. 자료를 잘 만들어야 고객이 보거든요. 회원사 사장님들도 꽤 만났습니다.
Q2. 금투협회장 선거 출마 결심은 언제 하셨는지요?
A. 협회장 선거 준비를 3년째 하고 있습니다. 유안타증권 대표직을 그만둔 뒤부터 준비했죠. 3년 전에도 출마하려고 결심했었는데 회사 측 만류가 있었습니다. 유안타금융그룹 실소유주인 빅터 마 회장이 직접 한국에 와서 저를 찾아왔었죠. 당시 저를 만나서 바로 하는 말이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거예요.
업계를 넘어 유안타증권 직원들까지 제가 협회장 선거에 출마한다고 생각했었는데 회장과의 면담 이후 고심 끝에 안 나가기로 했죠. 그게 대표직 퇴임 한 달 전이었는데 불과 두 달 뒤에 다시 연락이 왔어요. 대표직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고요. 대신 앞으로 3년 동안 대표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겠다 했죠. 그래서 대표 때 쓰던 책상, 의자 등을 그대로 지금 사무실에서 쓰면서 선거를 준비하고 있어요. 선거를 도와줄 임원과 같이요.
Q3. 어떤 각오로 선거에 임하고 있으신지요?
A. 금융 투자업과 자본시장의 역할 등에 관해 고민을 오래 해왔습니다. 제가 대학원에 가서 강의하는데 강의 첫날 학생들에게 아무 질문이나 해보라 하니 어떤 학생이 “어떤 종목을 사야하냐?”고 물었습니다. ‘뭐 이런 학생들한테 강의해야 하나’ 생각했죠.
제가 가진 경제학적 지식으론 경제가 발전할 때 개발도상국의 경우, 저축과 대출이 중요합니다. 경제발전이란 건 성장하기 위해 생산성이 늘어야 하는데 거기에서 중요한 게 대출을 통해 산업을 부흥시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정부에서 시민에게 저축을 요구하고 은행은 기업에 대출해 주는 대신 이자 받고 사업하는 거죠. 하지만, 어느 정도 발전하면 생산성이 더 늘지 않습니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려 하거나 선진국에 진입하면 다른 필요한 요인이 생깁니다.
바로 ‘혁신’, 영어론 이노베이션(Innovation)이죠. 혁신은 ‘불확실성’에 기반합니다.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는 거죠. 대출은 확실하게 담보를 받고 돈을 꿔주는 건데 혁신은 사업만 보고 돈을 빌려줘야 합니다. 이런 불확실성에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투자’(Investment)라 하죠.
혁신과 투자는 같은 것입니다. 돈을 잃을 확률도 있는 거죠. 즉 리스크(Risk·위험)가 있다는 말이죠. 그래도 투자를 택하는 이유는 대출보다 훨씬 많은 리턴(Return·수익)을 기대하는 겁니다. 선진국에 진입하게 되면 혁신-투자-불확실성-리스크는 다 같이 돌아가게 되죠.
여기서 ‘금융 투자’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섬 남쪽 끝에 있는 금융 밀집 구역 ‘월가’(Wall Street)가 250년 동안 발전하고 100년간 패권을 유지한 이유가 투자 덕분이죠. 예금을 자금원으로 해 단기 대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상업 은행(Commercial Banking)이 아니라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대표 데이비드 솔로몬)와 같이 불확실성을 안고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이 경제를 활성화하는 겁니다.
증권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죠. 자금조달을 위해 정통 영업인 주식자본시장(ECM·Equity Capital Market)도 있고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 시장도 있는 겁니다.
이 시장이 발행 시장인데 발행 시장만 갖곤 안 되잖아요.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니까 유통 시장인 증권 시장이 있는 거죠. 증권업에서 가장 중요한 발행 시장에서 새로운 기업을 찾아내고 투자하게 되죠. 거기서 ‘혁신기업’이 나오는 겁니다. 혁신기업엔 투자 위험이 있으니 ‘모험 자본’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고요.
한 나라 경제가 선진국에 진입한 다음부터는 투자 산업이 커져야 합니다. 계속 은행 중심으로 갈 수는 없죠. 경제는 선진국으로 왔는데 정부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금융 투자’에 관한 장기적 계획(Big Plan)이 없어요. 어디 가면 증권회사 사장을 주식 투자하는 사람인 줄로만 알아요. 하지만 주식 투자는 증권 업무의 주요 업무가 아닙니다. 뭐 제가 증권사 사장도 했지만, 일반투자자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요. 물론 저도 리서치센터장을 할 때는 그게 주업이니까 주식 전문가로서 일했지만요.
금융 투자업, 자본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 투사’입니다.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와 같이 가죠. 저는 한 번씩 업계 사람들에게 말해요. 우리는 자본시장을 위해 일하는 민주주의 투사라고요. 저는 자본시장과 금융 투자업이 제대로 인정받고 평가받지 못하는 것에 관한 안타까움이 늘 있었습니다. 1986년 증권사에 처음 들어올 당시 자본시장이 개방될 때만 해도 미국처럼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이라도 확실히 나라의 미래를 위해선 금융 자본시장, 금융 투자업이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제 확신입니다. 그래서 그걸 구현하려고 협회장에 출마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두 번째 출마 이유는 ‘기업가 정신’입니다. 대표를 맡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오랜 생각인데요.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한번 확 바뀐 건 참여연대가 주도한 소액주주 운동이죠. 그때부터 투자가에 대한 회사 책임이 생겼습니다. 그전엔 대주주가 회사를 자기 소유물이라 생각했죠. 그러다 보니 선진국에서 벌어지지 않아야 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기업 회장이 세금 안 내고 자식에게 경영권 물려주려 하는 등등요. 기업가 정신이 아예 없는 거죠.
현존하는 최고의 경영사상가이자 작가로 꼽히는 짐 콜린스(Jim Collins) 저서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바이블(Bible·성경)처럼 끼고 살았는데요. 거기 보면 ‘왜 내가 기업을 해야 하는지’가 미션(Mission·과제)이라고 해요. 어느 기업이든지 내가 왜 기업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거죠. 소비자에게 돈 벌려고 기업하는 건 장사꾼에 불과합니다.
우리 기업은 10년, 20년 후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조직원 모두가 함께 보고 가야 하는 별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기업을 왜 하는지 철학을 가져야 하고 의사 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원리원칙이 있어야 하죠. 저 역시 유안타증권에서 일할 때 유안타증권이 왜 존재하는지, 나중에 어떤 모습일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심리적 갈등도 많았고요.
리서치 투자분석가(Analyst)로 일하면서 궁금했던 게 ‘시장은 발전했는데 주가는 왜 언제나 저평가인지’였습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게 기업가 정신의 부재죠. 전 세계 기업으로 뻗어나간 테슬라(Tesla·대표 일론 머스크)나 애플(Apple·대표 팀 쿡), 아마존(Amazon·대표 앤드루 제시) 등이 제시하는 미션을 보면 원대한 꿈이 그려집니다. 테슬라는 전 세계 환경을 바꾸겠다고 하죠. 본인들이 ‘환경 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구글은 모든 사람을 네트워크(Network·연결망) 연결해 정보를 나누게 하겠다고 하죠.
우리 기업들은 제대로 된 미션이 없어요. 있더라도 구체적이지 않아요. 미션은 듣는 순간 사람들 가슴이 움직여야 합니다. 증권사의 경우, 모든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등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카카오페이(대표 신원근닫기신원근기사 모아보기)를 보면 경영자가 회사 상장 직후 자기 회사 주식을 대거 팔았잖아요. 그게 경영자냐고요. 회사의 철학, 즉 기업가 정신이 없으면 그 기업은 결국 망합니다. 제가 대학원에서 기업가 정신을 강의하는 이유도 학생들이 나중에 경영자가 됐을 때 생각 없이 일하면 장기적으로 기업이 망하기 때문입니다.
협회도 마찬가지죠. 왜 존재해야 하는지, 10년·20년 뒤엔 어떤 모습일지 그려 나가야 합니다. 협회를 위해 어떤 시스템으로 의사 결정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죠. 개인도 마찬가집니다.
현재는 카카오페이 사태를 보고도 투자분석가가 강하게 비판하는 분석을 못 내잖아요. 나쁜 행동에 관해서요. 그런데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은 이해관계가 없으니 비판도 자유로울 수 있죠. 그럼 써야죠. 기업가 정신이 가능하도록요. 기업을 볼 때 과연 이게 주주 우선 행동인지, 기업 미래 가치와 무엇이 관련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합니다. 지분 관계를 잘 짜서 본인들만 유리하게 하고 자금조달 쉽게 하는 건 아닌지 등요. 저는 이런 기업가 정신이 자본시장에 뿌리내리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Q4. 기업으로부터 질타 받는 건 걱정 안 되시는지요? 자본시장 발전을 오히려 해칠 수도 있지 않을까요?
A. 리서치 투자분석가로 활동하면서 주로 하는 일이 기업을 분석해서 자료 만들고 전략을 내는 등이었습니다.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죠. 유안타증권 M&A를 하면서도 많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했습니다.
기업을 향해 무조건 비판만 해서는 안 되죠. 이렇게 하는 게 장기적으로 당신 회사에 유리하다고 알려줘야죠. 자본시장에서 적정한 평가를 받고 혜택을 보는 건 결국 자기 기업입니다. 잘못된 행위나 그런 건 지적해야 하는 거죠.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는 게 주가를 올리는 방법이고, 기업에 유리한 전략입니다. 그런 걸 설득하면서 설루션(Solution·해결책)을 줘야지, 상대방 비판만 하면 안 되죠.
내가 원하는 걸 주장하는데 상대방이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면 그 협상은 진행이 안 됩니다. 혼내는 게 아니라 잘못된 것을 가르치는 것이죠. 카카오(대표 홍은택닫기홍은택기사 모아보기)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김범수닫기김범수기사 모아보기 센터장은 아마 ‘먹튀’ 논란을 일으킨 카카오페이 경영진을 심하게 때려주고 싶을지도 몰라요. 몇백억 벌자고 시가총액 몇십조가 날아갔으니까요.
Q5.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과 같은 고등학교인 ‘충암고’(교장 이윤찬) 출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담이 되진 않으신지요?
A. 안 그래도 제가 지금 한국항공대학교(총장 허희영)에서 ‘기업가 정신과 협상’에 관한 과목을 강의 중이거든요. 기업이 어떻게 크고 M&A 과정은 어떤지 등을 묶어서 3학점 과목으로 만들었죠. 관련된 책도 썼는데요. 작년에 갑자기 충암고 동문인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한 거예요.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거죠. 그러면서 책을 내는 시점이 애매해졌습니다. 정치에 뜻이 있다고 오해를 살지도 모르니까요.
책을 쓴 것도 유안타증권 대표를 그만두고 3년쯤 돼 가니까 금투협회장 출마하면 사람들이 저를 기억할까 싶어서 쓰기 시작했던 건데, 교묘하게 대선 기간과 겹치게 된 거죠. 충암고가 동문이 몇 명 없는 데다가, 증권사 대표인 사람은 저밖에 없으니 대선 때 도와달라는 요청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선거판 근처는 안 갔죠. 윤 대통령 TV 토론 때 자본시장 이슈(Issue·현안)와 관련해 내용을 조사해서 전달하는 정도만 했습니다. 상당한 거리를 유지했죠.
그런데 최근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인격 모독적인 말들이죠. ‘서명석이 윤석열 대통령을 팔아먹고 다닌다’ ‘윤석열을 등에 업고 다닌다’ 등이에요. 말이 됩니까? 증권사 사장들이 직접 투표하는 방식이고 보통 금융권 사장을 하면 각자의 주관이 모두 뚜렷하거든요. 제가 어떻게 그분들께 그렇게 말하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저를 도와주니까 저를 찍어주셔야 한다고 어떻게 말하겠습니까? 제가 금투협회장 선거만 3번 유권자로 있어 봤잖아요.
어떤 분들은 ‘그래도 대통령과 동문인 게 도움 되지도 않겠냐?’ 하지만, 마타도어(Matador·흑색선전)는 곤란합니다. 결국 선거와 관련된 사람들이 말을 만들고 다니는 거 아니겠습니까? 지금도 일일이 회원사 사장님들을 만나 해명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러려고 합니다. 제가 아둔한 사람도 아니고 누굴 팔겠습니까?
Q6. 최근 대체거래소(ATS‧Alternative Trading System) 설립,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사전 지정 운용제도) 개선 등 금투협 관련 현안이 많습니다. 협회장이 되면 가장 우선 추진할 정책이 무엇인지요?
A. 지금은 위기 국면이죠. 위기 첫 번째는 정부가 우선 다 진단하고 힘쓰고 있지만, 자금 시장 경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벤 버냉키(Ben Bernanke)가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며 얘기한 게 1929년 미국 대공황이죠. 은행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빼버리는 ‘뱅크 런’(Bank run) 사태가 대공황을 초래했다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당시 정부나 중앙은행은 일시적 유동성 문제일 뿐이라고 방치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 신뢰가 떨어졌고 결국 뱅크 런 사태가 발생했죠. 밴 버냉키는 “작은 불이 큰불로 되기 전에 잡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 결과 미국 정부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2008년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리먼 사태’ 이후 10년 이상 돈을 풀었죠. 오랜 시간 이어진 양적 완화 정책의 후유증 때문에 사실 지금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데, 높은 유동성 사태에서 낮은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을 지속했던 저금리 모순을 많은 사람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방준비제도(Fed·Federal Reserve System) 의장도 작년 연말에 나와서 “앞으로 전 세계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은 없다”고 완전히 잘못 판단했었죠.
그런데 지금 인플레이션이 오고 금리가 치솟고 있잖아요. 그 결과 현재 부동산 쪽으로 위기가 오고 있죠.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경제가 폭락하고 금융기관 자본시장이 경색된 상황입니다. 정부와 민간 금융 업체가 시장을 모니터링(Monitoring·감시)해서 시스템적 위기를 막아야 하죠.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그래서 욕먹는 겁니다. 평상시엔 모르지만, 지금 금융 상황엔 무리한 결정이었죠.
저는 1차적으론 금융위기를 막는 ‘위기 대응 TF(Task Force·임시 조직)’를 꾸릴 겁니다. 2차적으론 금융 투자업 수익성 악화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향후 미래를 고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금융 투자회사들은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 업무를 많이 해왔죠. 또 지난 20년간 금리는 계속 떨어진 데다 최근 2년 동안 동학 개미, 서학 개미 등 개인투자자가 나타나면서 돈을 많이 벌었죠.
하지만 지금 부동산, 채권 시장, 유통 시장 이 3가지 축이 모두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수익성이 나빠지고 금리가 올라가면서 부동산 PF 문제까지 겹치면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거예요. 자금 시장의 수익성 악화를 어떻게 대처할지 같이 고민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유안타증권은 제가 있을 때부터 부동산 PF에 있어서 부동산 가격 급락에 대한 위험을 고려해 보수적 관리를 해왔죠. 지금도 비슷한 증권사 대비 PF 잔고가 3분의 1 수준입니다. 특히 지방 지식산업센터 투자는 조심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유안타증권 역시 수익성 악화와 리스크 노출을 피해 갈 수는 없었죠.
제가 대표로 있을 때 중소기업 특화 전문 증권사에 지정됐었습니다. 당국에서 라이선스(Licence·자격증)를 만들어줬죠. 모험 자본으로 혁신기업을 지원하는 목적으로요. 인센티브(Incentive·성과 보상)가 약해서 활성화는 안 되긴 했지만요.
대형사들은 미국식 IB로 가야 합니다. 유안타증권처럼 중소형사는 스몰 비즈니스(Small Business·규모가 작은 사업) 전문가로서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 자본 공급으로 방향을 잡아야죠. 대형 IB 대상으론 되도록 규제를 풀고 중소형 증권사들에겐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 자본 역할을 할 수 있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기적 전략을 언급하고 싶은데요. 2009년 자본시장법이 만들어질 때 그 내용을 보면 ‘포괄주의’와 ‘겸업주의’라는 표현이 나오거든요. 증권사들이 투자자 보호에 있어 크게 어긋나지 않고 특별한 문제만 없으면 새로운 산업을 허가해 주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름 자체도 포괄적으로 다 할 수 있다고 ‘금융 투자’라는 걸로 준 건데, 사실 많은 기업이 발전하고 있잖아요. 그 얘기는 뭐냐면 자본시장이 진화한다는 거예요. 새로운 비즈니스(Business·사업)가 계속 나오죠.
금융 투자업계도 포괄주의가 잘 작동하도록 자율성을 많이 줘야 합니다. 옛날처럼 규제만 계속하는 게 아니고요. 대신 그러려면 ‘금융 혁신’이 있어야 하죠. 지금 투자가들이 볼 때 증권사 비즈니스는 늘 똑같잖아요. 증권사의 시장 밸류에이션(Valuation·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습니다. 소위 말하면 금융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가상 자산 사업 등을 증권사가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거죠.
카카오페이 사태 때 봤지만, 카카오뱅크(대표 윤호영닫기윤호영기사 모아보기·Daniel)가 새로 생길 때도 엄청난 시장 기대가 있었잖아요. 시가총액이 4대 은행 합한 것만큼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말도 안 되게 쪼그라들었죠.
금융은 신뢰가 있어야 하고 금융인들은 정직성이 있어야 합니다. 일부 이상한 이들이 일탈하기도 하지만, 금융의 규정과 규율은 엄격합니다. 굉장히 까다롭죠. 그리고 현재 증권사들의 정보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가까운 대만과 비교해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리나라가 최고죠. 새로운 IT 비즈니스가 많아지는데 금융 비즈니스만 열리지 않으면 안 되죠. 당국이 혁신의 길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가상 자산 사업이죠. 앞으로 이 업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모릅니다. 지금은 대체 불가능 토큰(NFT·Non-Fungible Token)과 코인 정도가 전부지만, 더 크게 발전할 수도 있죠. 10년, 20년 뒤엔 가상 자산 업계가 세상을 지배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자본시장법에 있는 금융 투자 범주에 들어가는 것만 얘기하고 있는데 증권형 토큰 말고도 대체거래소(ATS)에 가상 자산을 들어오게 해주는 등 시장을 열어주면 새로운 사업이 무궁무진하게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부터라도 미래 먹거리라 생각하고, 이 비즈니스를 들여다보게 해주는 게 좋죠.
지금은 거꾸로 IT 기술만 이쪽 업계에 들어오니까 보기엔 신선해 보이는데, 사고가 생기잖아요. 금융 투자회사들은 자본시장법과 금융 투자업에 관한 법률로 엄격하게 규제받고 있는데 말이죠.
기업 성장 집합투자기구(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 투자금 회수 통로가 큰 역할을 합니다. 발행 시장이 존재하려면 유통 시장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혁신기업에 대해 모험 자본 투자를 한 뒤 엑시트(Exit·자금 회수 방안) 할 기회를 줘야 하는 거거든요. 그런 걸 하다 보면 자본시장과 금융 투자업 본연의 기능들이 살아나는 거죠.
Q7. 동양 사태 때 위기를 돌파한 경험이 지금 어떻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 보시는지요?
A. 지금의 유동성 위기 때문에 증권사가 구조적으로 망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은행은 대출 업무가 잘못되면 고객 돈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죠. 저축은행 사태처럼요. 그런데 증권사는 자금의 상당 부분을 증권사 자체적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생기면 대체로 자기 돈을 깨 먹는 겁니다.
동양 사태 때 저희도 사실 24시간 내내 고객 돈이 인출되는 사태가 있었는데, 그때 한국은행(총재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과 소통하면서 하루 1조씩 빠져나가는 걸 2주 동안 막아냈습니다. 거기엔 동양 사태가 금융 시스템적 위기로 번지는 리스크를 막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 있었던 거죠.
최근 레고랜드 사태도 정부가 초반엔 잘못 판단했었잖아요. 금융기관 상대로 혼내는 건 혼내는 거고 문제를 막는 건 문제를 막는 걸로 따로 봐야죠. 동양 사태 해결 경험에 기반해 제가 협회장이 되면 소통에 있어 업계에 도움을 확실히 줄 수 있습니다.
또 제가 투자분석가 출신이잖아요. 모든 건 논리 싸움입니다. 설득력이 있어야죠. 소통하려면 협상 원칙을 알아야 합니다. 협상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일은 투자분석가가 가장 강하죠. 동양 사태 때도 정확하게 투자분석가 정신으로 각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감원, 법원, 회계법인, 노동조합 전부 분석해서 대만으로 갔습니다. 이 사태로 향후 동양증권이 책임지게 될 금액이 얼마인지 로직(Logic·논리)을 개발하고 정확히 분석해서 금액을 제시했죠. 이게 M&A 핵심이었어요. 저는 1000억원 밑으로 봤습니다. 650~750억원 정도로요. 그래야 유안타가 투자할 밸류에이션이 나오잖아요.
제가 회계법인과 금감원을 설득해서 딜(Deal·거래)을 잘 종료시켰죠. 결국 논리 싸움이니까요. 실제로 그 당시 얼마 배상했냐면 정확하게 650억원 했어요. 정확했죠. 이런 협상에 있어 저는 자신 있죠. 어떤 이슈가 터지면 이슈를 분석하고 대안을 만들어서 소통하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Q8. 금융투자협회가 자산운용업계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좋은 질문입니다. 자산운용업계는 기본적으로 지금 업계 전체를 이끌어갈 ‘리딩 컴퍼니’(Leading Company)가 필요합니다. 삼성전자(대표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경계현)가 잘 되면서 우리나라가 잘 됐죠. 증권업계엔 5대 대형사가 있죠. 미래에셋증권(대표 최현만닫기최현만기사 모아보기·이만열)이나 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닫기정일문기사 모아보기) 등 초대형 IB 리딩 컴퍼니 등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산운용업계는 이렇다 할 리딩 컴퍼니 없이 대부분 규모가 비슷합니다. 업계를 대변할 초대형사가 없으니 목소리에 힘이 없죠. 해외는 다릅니다. 미국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대표 래리 핑크)이나 사모 운용사인 블랙스톤(The Blackstone Group·대표 스티븐 슈워츠먼) 규모가 IB인 골드만삭스와 비슷하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리딩 자산운용사를 키우는 정책으로 가는 게 작은 운용사들에게도 도움 될 것입니다. 사모펀드 사태 이후 자산운용사가 지금 수탁 회사도 못 구하는 형편인데요. 설루션을 반드시, 그리고 바로 찾아야 했죠. 우리 아들이 사모 운용사를 하면서 수탁사 문제로 고민이 많아 잘 압니다.
그리고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서 당국과 소통을 잘 해야죠.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향으로만 자본시장 투자문화를 유도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진정한 투자자 보호는 투자자가 초과 수익을 추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투자자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선택의 권리를 제한받아서도 안 됩니다. 시장 참여자 일부의 일탈을 규제하고자 시장 전체를 위축시키는 것도 없어야죠. 떡 먹다가 목에 걸린 경우가 있다고 떡 산업을 위축시켜 떡을 못 먹게 하기보다는 좋은 떡을 골라내는 안목을 키워주고 좋고 다양한 떡을 더 만들 수 있도록 떡 회사를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건 금융 투자업계 전체에 해당하는데, 지금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매우 저조하거든요. 미국은 10년 전 대비 주가가 3배에요. 다른 나라도 거의 2~3배 정도 돼요. 우리는 지금 10년 전 지수와 같죠.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 주가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를 해소하는 것도 운용사가 먹고사는 데 아주 중요한 얘기입니다.
또 하나는 업권 분리 문제인데요. 운용업계가 증권업계와의 분리를 원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원하진 않을 수 있죠. 큰 우산 밑에 있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업계를 하나로 합해 투표하게 돼 있는데, 대다수 운용사가 따로 살림 차리려 한다면 심각하게 함께 고민해 봐야죠.
저는 일단 확실히 공약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자산운용업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TF를 운용업계가 만족할 때까지 무제한 운영할 것입니다. 관련 TF는 바로 조직할 거죠. 제가 동양 사태 해결 때 ‘TF 전문가’였습니다. 논리를 개발해 반드시 설루션을 제시하겠습니다.
Q9. 동양증권에 공개채용 2기로 입사해 바로 직전 유안타증권 대표직을 맡을 때까지 한 회사에만 30년 넘게 일하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이신지요?
A. 지난 2002년 투자분석가로 일할 무렵인데요. 당시 막 미국 시장이 고평가됐다고 판단해 주식을 못 사게 하고 그랬거든요. 대부분 시장에서 강세 의견을 냈었어요. 우리 회사에서도 제가 너무 베어리시(Bearish·비관적인) 전략으로 가니까 당시 법인영업부에서 알프레드 박이란 투자분석가를 새로 데려왔었죠. 낙관적인 영업 전략을 펼친 거죠.
그러다가 9.11 테러가 터졌어요. 제가 9.11이 터질 걸 알았겠어요? 몰랐습니다. 저는 그냥 미국 경제가 안 좋아질 거라 한 거죠. 9.11 테러가 터지자 불리시하게 봤던 경제학자들도 전부 약세로 태도를 바꿨습니다. 경제성장률을 낮게 평가하고요.
그때 저는 미국 증시가 추가로 더 안 빠진다고 판단했죠. 주가라고 하는 건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기초자산)을 반영하는 건데 주가 하락 폭은 경제 둔화를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반영됐기에 더 내려갈 게 없다 봤습니다. 그리고 급히 불리시(Bullish·낙관적인) 전략으로 태도를 바꿨죠. 전 세계 유일했습니다. 모 언론에서는 제가 워낙 차별적인 얘기를 하니까 9.11 이후 증시 전망에 관해 계속 기사를 실어줬죠.
언론을 통해 제가 미국 시장을 낙관적으로 평가한 이유를 얘기했는데 결국 주가는 크게 올랐습니다. 제 이력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9.11 이후 강세를 전망한 유일한 투자자라고 지금도 나와요. 업계와 기자들 사이에 인정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죠.
두 번째는 2011년 리서치센터장을 할 때입니다. 동양증권이 어려워지면서 최고 경영진이 저를 경영담당 임원으로 발령을 냈죠. 리서치 출신이니까 회사를 한 번 들여다봐달라는 거였죠. 제가 내린 결론은 다른 사업이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마침 그때 제가 일본에 갔었는데 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쓰나미가 원자력 발전소를 쓸어갔죠. 그리고 얼마 뒤 중국 출장을 갔는데 광화문에 정전이 났다는 거예요. 중국에서 즉시 발전 사업을 하는 지인에게 전화했죠.
동양시멘트 사업장이 강원도 삼척에 있었는데 이쪽에 가서 발전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죠.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했어요. 특히 증권사가 왜 폐광 부지에 발전소를 짓는 사업을 하냐고 비판받았죠. 결국 성공했어요. 장부가 200억원인 땅이었죠. 나중에 인가받고 나니까 기업가치가 1조원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50배 가까이 오른 거죠.
동양그룹이 잘 됐으면 저도 매우 좋았을 겁니다. 판 금액은 4400억원 정도인데요. 200억원짜리 땅을 4400억원에 사업 허가받아서 판 거예요. 그 돈으로 동양 사태 뒤 빚을 많이 해결했죠. 동양그룹 피해자들이 상당한 돈을 회수해갔고, 유안타증권 배상비를 확 줄였죠. 리서치 출신 경영담당자가 발전소를 건설해서 팔았다는 게 두 번째 업적입니다.
세 번째는 온라인 수수료를 많이 낮출 때 제가 수수료를 더 낮추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티레이더’라는 시스템에 매도 신호를 주는 기능을 추가한 건데요. 우리나라 주식거래 시스템 중 유일하게 매도 신호가 있어요. 증권사 투자분석가가 매도 의견을 못 내잖아요. 그래서 그 대신 매도 신호를 주자고 결정한 거죠.
트레이더에 해당 기능을 만들고 온라인 수수료를 5배 높였어요. 회사 안에서 다 실패할 거라 했어요. 그런데 성공했습니다. 투자자가 한 명도 빠져나가지 않았죠. 이후 유안타증권이 온라인 쪽에서 증시 활황으로 크게 버는데 일조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Q10. 조직 관리에 있어 노하우(Knowhow‧비법)가 있으신지요?
A. 저랑 얘기해 보시면서 느끼셨겠지만, 저는 추진력이 있습니다. 경영에 대한 철학이 굉장히 강하고요.
저는 ‘권한 위임’(Empowerment)이 장점이에요. 그러려면 사람을 잘 골라야죠. 사람을 잘 고르면 그 사람한테 전권을 줍니다. 동양 사태 때 모든 부문에 최고의 직원이 있었어요. 사람이 먼저잖아요. 짐 콜린스가 하는 말이 ‘사람 뽑고 뭘 할지 결정하라’에요. 금융사는 제대로 된 사람을 뽑고 권한을 위임하는 게 중요하죠.
사람을 잘 찾아내려면 ‘소통’, 즉 대화를 잘해야 합니다. 제가 대표일 때 거의 모든 직원들을 전부 다 만났어요. 면담에서 몇 가지 질문을 사전에 주죠. 그 질문은 ‘네가 사장이라면 어떻게 회사를 바꿀 거냐?’ ‘너를 사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게 있냐?’ ‘10년, 20년 뒤 회사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냐?’ 등을 물어보죠. 그리고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을 아무거나 적으라 합니다. 그러면 직원이 답을 적어오죠. 그걸 중심으로 얘기를 펼칩니다. 그 글을 통해 면담 대상자가 어떤 사람인지 보이죠.
유안타증권은 지점이 많거든요. 저는 모든 직원과 1:1 면담을 시도했어요. 본사는 다 했고요. 리서치 투자분석가를 하다가 사장에 오른 뒤 임원부터 마지막 말단 직원까지 전부 1:1로 면담했죠.
사람을 보면 개성이 전부 다르잖아요. 어떤 직원은 나보다 더 회사를 걱정하기도 하고 어떤 직원은 툭 아이디어를 던지는데 그게 경영에 영감을 주기도 하고요. 30분 면담에 이 직원 참 괜찮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죠. 그렇게 좋게 본 친구들은 100% 성공합니다.
Q11. 투표에 임하는 회원사들이 본인을 뽑아야만 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A. 자본시장과 금융 투자업 발전을 위해 정책당국과 소통하며 회원사 이해를 대변할 만한 힘을 가진 협회장 후보는 저 서명석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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