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대부업계가 존폐 위기에 몰렸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로서 은행과 저축은행 등 제1·2금융권에서 외면당한 서민들을 포용해 온 대부업이 말이다.
대부업을 이용하는 고객도 급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 대부업 이용자 수는 112만명으로 6개월 새 11만명이 줄었으며, 2018년 말(221만명) 대비 절반에 가까운 49.32%가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의 근간에는 법정 최고금리가 있다.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담보로 잡은 부동산은 리스크가 커지고 신용대출 원가는 여신 금리를 넘어섰다.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 제한으로 대출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자 대부업체들이 더 이상 마진을 낼 수도, 만기 연장이나 신규대출을 취급할 수도 없게 됐다.
자금조달 비용이 급등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현재 대부업체의 조달 비용은 최고 연 12% 안팎까지 올랐다. 수신 기능이 없는 대부업체는 보통 캐피탈사나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려 대출 영업을 하는데 최근 회사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대부업체들의 부담이 커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신용등급 AA- 기업의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5.409%로 연초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BBB- 회사채 금리는 11%를 넘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차입 이자율 4~7%에 불량률 11%를 더하면 대략 15% 정도 된다"며 "경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이익률이 2%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법정 최고금리인 20%까지 올라와 있다. 대부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7~9월 대부업체 30곳이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의 가중평균은 대부분 법정 최고금리 수준이었다. 18.96%를 제공한 한곳을 제외하면 29개 업체가 연 19% 이상의 신용대출을 취급했으며, 이중 17개 업체는 평균 20% 금리를 받았다.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담보 가치가 하락하자 담보대출까지 축소에 나섰다. 대부업의 부동산 담보대출은 후순위 채권으로 금리가 더 높은 대신 리스크가 더 크다.
국내 한 대형 대부업체 관계자는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담보대출을 중단하고 신용대출을 100%로 취급하고 있다"며 "대부분 튼튼하고 연체율이 낮은 기존 고객군을 위주로 수익이 나기 때문에 현재 신규대출을 받아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줄이거나 중단하면서 대부업계가 포용할 수 있는 고객군이 줄어들자,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가 상승이 일어날 시 비용에서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2가지 밖에 없다"며 "대손비용과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손비용을 줄인다는 것은 저신용자보다 신용도가 좋은 사람한테 대출을 내준다는 뜻이고 인건비 감축은 많은 대부업체들이 문을 닫게 된다는 의미"라며 "전자는 수요를 가려서 받게 되고 후자는 공급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