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삼성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감산을 계획 중이지만 삼성은 인위적 감산 대신 투자에 나선다. 메모리 기술력에 그 만큼 자신 있다는 방증이다. 위기 속 과감한 투자를 통해 30년간 이어온 반도체 초격차를 굳히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 주력 사업인 메모리 시장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 초 반도체 업계에선 하반기부터 한파가 본격적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침체로 IT 기기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이런 시장 분위기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마이크론도 당초 계획했던 설비투자(CAPEX) 규모를 30% 줄이기로 했다. 웨이퍼 제조 장비 투자도 50% 줄여 생산량을 조절한다. 낸드 2위 기업인 일본 키옥시아도 이달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30% 줄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투자 축소 및 감산을 계획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삼성 테크 2022’에서 “삼성전자는 수십 년간 인위적 감산이나 투자 철회는 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라며 “이번에도 그 방향을 따라간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5세대 10㎚(나노미터)급 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낸드 분야에서는 오는 2024년 9세대 V낸드를 양산하고, 2030년까지 1000단 V낸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아울러 2025년 자율주행,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인포테인먼트 등 차량용 메모리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들어 ‘기술’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유럽 출장 후 귀국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길에서 네덜란드 ASML, 유럽 최대 종합반도체연구소인 imec를 방문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술 현황을 살폈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사면복권 후 첫 현장 경영으로 반도체 연구소인 기흥 R&D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기술 중시, 선행 투자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라며 기술 초격차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복권 후 최근 두 달간 활발한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삼성SDS 등 전자계열사는 물론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비(非)전자계열사까지 방문해 임직원들과 소통하며 재계 1위 총수로서 존재감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재계 안팎에선 이 부회장의 활발한 현장 경영 행보를 두고 회장 취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0년째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4대 그룹 총수 중에서도 유일하게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도 참석했다. 회장 취임 전 사전인사를 나눈 것이란 해석이다.
이날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 대국민 발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 위원회의 활동 방향인 공정하고 투명한 준법 경영, ESG 경영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며 준법 경영 의지를 내비쳤다.
취임 시기는 삼성전자 창립 기념일인 11월 1일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오는 25일 고 이건희 회장 2주기, 11월 19일 이병철 선대회장 35주기, 12월 사장단 인사 등이 거론된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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