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은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2018년부터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하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을 주도했다. 자동차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차를 만드는 것을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플랫폼 등 미래 사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회장 승진 이후 전기차, 자율주행·커넥티비티, UAM(도심항공모빌리티)·로봇 등 신사업을 더욱 힘있게 추진하고 있다.
IT기업으로 바꾼다
정 회장이 사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가장 처음 한 것은 조직 문화를 고치는 일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수직적이고 엄격한 군대문화가 강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태생부터 대량의 자동차를 생산하며 품질문제를 용납할 수 없는 제조기업인 영향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미래 생존을 위해 "IT 기업 보다 더 IT 기업처럼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정기적으로 열리는 '타운홀 미팅'은 정 회장의 소통 경영을 대표하는 행사다. 정 회장이 그룹 임직원들에게 질문을 받고 직접 대답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방향성을 설명하는 자리다. 이 외에도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본사 복장 자율화, 직급 단순화, 수시채용 등도 시행했다.
전기차 시대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
내실을 다진 정 회장은 본격적으로 전기차 사업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글로벌 자동차기업에 비해 역사가 짧은 현대차는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팔로워'라는 박한 평가가 있었다. 새로운 파워트레인으로 움직이는 전기차 시대는 이 같은 평가를 뒤집고,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현대차그룹은 일찍부터 개발한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에 기반한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5·아이오닉6,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등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이들 차량은 권위 있는 해외 자동차상을 휩쓸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이오닉5는 글로벌 3대 자동차상으로 꼽히는 '2022 월드카 어워즈'의 최고상인 세계 올해의 차(WCOTY)를 수상했다. 이에 앞서 기아 EV6도 3대상 가운데 하나인 2022 올해 유럽의 차(COTY)를 국산차 최초로 거머줬다. 무엇보다 내연기관차 시절에도 인정받던 공간활용 능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자동차 개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미래차 기술력도 한층 고도화한다.지난 12일 현대차·기아는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분야에 총 18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뿐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 경쟁력이 필수라고 본 것이다.
앞으로 차량 개발 방식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바꾸기로 했다. 2025년부터 판매하는 모든 차량에 정비소에 들리지 않고 최신 기능을 상시 업데이트하는 무선업데이트(OTA)를 지원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올해말에는 비상시에만 운전대를 잡아도 되는 자율주행 레벨3 기술을 탑재한 G90을 출시하고, 2025년 이후엔 3세대 통합제어기를 탑재한 새 전기차플랫폼 'eS'와 'eM'도 내놓는다.
항공·로봇으로 모빌리티 영역 확장
이 같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기존과 전혀 다른 모빌리티 시장에도 진출한다.정 회장이 핵심으로 삼고 있는 신사업은 로보틱스·UAM 등이다. 정 회장은 미래 그룹의 사업 비중에 대해 "자동차 50%, UAM 30%, 로보틱스 20%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로보틱스 경쟁력을 위해선 지난해 미국 로봇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만 1조원에 달하는 과감한 결정이다. 정 회장도 사재 2400억원을 내고 참여했다.
UAM은 도시 내에서 5~6명 정도의 사람을 태우고 비행할 수 있는 소형 비행체다. 이를 통해 에어택시 사업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땅 위를 자동차로 말미암에 생기는 교통체증, 소음, 환경오염 등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사업이라는 판단 아래 개발이 진행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11월 1월 미국 항공 모빌리티 법인 '슈퍼널'을 설립하고, 수장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영입한 신재원 사장을 임명했다.
향후에는 현대차그룹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한 비행체 RAM(지역간항공모빌리티)를 내놓는다는 청사진도 그려놨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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