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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시대 금융의 역할은?… “새로운 자산 배분 접근법 필요”

기사입력 : 2022-10-13 18:10

(최종수정 2022-10-1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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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파생상품학회-자본시장연구원 공동 세미나

자산 배분 전략‧파생상품시장 역할 등 모색

국민연금 “운용 유연성 개선‧수익 다변화 필요”

자본시장연구원 “인플레 헤지 상품 도입해야”

박성태 국민연금공단(이사장 김태현)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이 13일 한국파생상품학회(회장 이준서)와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주최의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 시대 금융의 역할’ 정책 세미나(Seminar‧연구회)에서 자산 배분 전략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임지윤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박성태 국민연금공단(이사장 김태현)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이 13일 한국파생상품학회(회장 이준서)와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주최의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 시대 금융의 역할’ 정책 세미나(Seminar‧연구회)에서 자산 배분 전략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임지윤 기자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 시대가 도래했다. ‘안 오르는 게 없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생활에 밀착된 각종 상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총재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연 2.50%였던 기준금리를 3.00%로 올렸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를 줄이고,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잡기 위함이다. 한국은행이 한 번에 금리를 0.50%포인트(p) 인상하는 ‘빅 스텝’(Big step)을 밟으며 한국은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 고금리 시대를 맞게 됐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가 물가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지구촌을 덮친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 상황에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는 방법으로 대응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식량, 에너지 등의 가격이 내려가는 일은 당분간 보기 힘들 전망이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시대에 금융의 역할은 어때야 할까? 기존과 다른 새로운 자산 배분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온다.

한국파생상품학회(회장 이준서)와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은 13일 여의도 금융투자센터 3층 불스홀에서 유례없는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이해 다양한 금융 역할을 모색하는 정책 세미나(Seminar‧연구회)를 공동 개최했다. 물가 상승 위험과 금융시장 변동성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자산 배분 전략과 파생상품시장의 역할 등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박성태 국민연금공단(이사장 김태현닫기김태현기사 모아보기)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은 “인플레이션 장기화 여부에 대한 미래 예측이 어려운 환경”이라며 “섣부른 판단보다는 변화 포착과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태 전략부문장은 1962~1982년에 있었던 대 인플레이션(The Great Inflation) 시대가 재현된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예상보다 길어졌던 인플레이션과 같이 현 상황도 물가 상승을 억제했던 요인들의 지정학적‧인구학적 변화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단 지적이다.

가령 지정학적 측면은 ▲저렴한 이민 노동력의 노동 비용 증가 ▲값싼 중국 공산품 및 러시아 천연가스 가격 상승 ▲단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의 변화 등을 꼽을 수 있고, 인구학적 측면은 △중국과 동유럽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전 세계적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 △부양 인구비 증가 등이 될 수 있다.

박 부문장은 “물가 상승이 자산 기대수익률에 일견 긍정적인 듯 보이지만, 실제 수익률에는 숨은 요소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요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달리 공급 감소로 비용 상승(Cost-push)이 이뤄지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선 주식-채권 상관관계 증가로 자산 배분 효과가 감소해 전통적인 경제성장 기준 접근법보다 물가 기준 접근법 등 다양하고 새로운 자산 배분 접근법이 필요해졌단 분석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해외투자 확대, 대체투자 집행 개선으로 초과 성과를 달성했던 국민연금이 이제는 비우호적 금융시장 환경과 대형기금으로서의 경쟁우위 약화 상황을 맞게 됐다”며 “기금 출시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과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에서 발상 전환 수준으로 운용 유연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수익 원천 다변화‧심화 등을 통해 기금 수익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한편, 국민연금의 지난 6월 기준 기금 적립금은 883조원이다. 운용 수익금은 454조원으로, 적립금의 51% 수준에 해당한다. 지난 10년 동안 기금 수익률은 6.3%로, 목표수익률 3.9%를 웃돌았다. 해외투자 비중을 2011년 13.2%에서 2022년 6월 46.6%로 확대했고, 전문 인력을 2019년 115명에서 2022년 164명으로 늘린 결과라고 박성태 부문장은 설명했다.

박 부문장은 “기존과 같이 지수를 추종하는 단순 패시브(Passive), 위탁 운용 확대로 대응할 경우, 변화된 환경에서 초과수익 창출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민연금 기금은 선진 해외 연기금 수준의 자산구성, 전략, 지역 다변화를 목표로 획기적 변화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 상승률./자료=한국은행(총재 이창용)‧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총재 제임스 불러드)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 상승률./자료=한국은행(총재 이창용)‧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총재 제임스 불러드)

다음 주제발표는 장근혁‧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진행했다. 이들 역시 자산 배분 전략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장근혁‧백인석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인플레이션은 경기 역행(Counter-Cyclical)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물가가 상승하면서 실물경제가 회복하는 경기 순행(Pro-Cyclical) 인플레이션 시기와 달리 주식-채권 분산투자를 통한 인플레이션 헤지(Hedge‧위험 대비)가 여의치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자산들에 대한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원자재의 국내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자재는 국내 인플레이션 결정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만 헤지 유용성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며 “변동성이 크기에 다른 자산과 함께 자산 배분 관점의 투자 접근이 적절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최근 인플레이션 위험 관리에는 전문지식이 요구되기에 금융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물가채를 매수하고 명목 채권을 매도하는 식의 인플레이션 스와프(Swap‧교환)같이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다양한 금융상품 도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근 국내 주요 자산 수익 추이./자료=미국 경제 미디어 ‘블룸버그’(Bloomberg·대표 마이클 블룸버그)·한국은행(총재 이창용)·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국내 주요 자산 수익 추이./자료=미국 경제 미디어 ‘블룸버그’(Bloomberg·대표 마이클 블룸버그)·한국은행(총재 이창용)·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이날 패널토론은 박영석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사회를 맡고 이수영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자본시장과장,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장영규 신한자산운용(대표 김희송·조재민) 외부 위탁 운용(OCIO‧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 본부장, 차기현 하나증권(대표 이은형닫기이은형기사 모아보기) 부사장, 한재준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를 역행하는 나쁜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려면 기관 투자자 역할이 중요한데 국민연금 지배구조 다소 문제가 있다”며 “전략과 전술 다변화, 수익 다변화를 추진하려면 OCIO 등 관련 전문 부서를 독립시키는 등의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 다양화와 금융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아쉽게도 물가채 등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을 국내 기관 및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긴 쉽지 않다”며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선물이나 옵션 등 해외 상품을 국내에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 개인 투자자들 모두 위기 상황인데 생애 주기에 맞는 금융 교육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개인들의 경우, 인플레이션 헤지에 전혀 도움 안 되는 자산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안전자산을 늘릴 수 있도록 전문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 추정하며 그 이유를 정치학적으로 찾았다.

한 교수는 “주식과 채권 상관관계는 2000년 이전의 상황과 같이 양의 상관관계를 지속해서 가질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Federal Reserve System)는 현재 경기를 조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경기가 죽더라도 지금처럼 금리를 올리겠다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러시아나 중국 등에 대한 압박이란 정치적 이유도 있다고 본다”며 “지금처럼 주식과 채권 모두 투자가 어려운 비정상적인 금융 상황에는 단기 유동성을 최대한 가져가는 안정성 위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제언했다.

장영규 신한자산운용 OCIO 본부장은 “OCIO는 자산 배분에 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부서인데, 공적 기금과 퇴직연금 시장의 영역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장 본부장은 “기금의 경우, 규모가 국민연금만큼 크지 않기에 리밸런싱(Rebalancing·자산 편입 재조정)이나 자금 투여가 쉽기에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만 표본으로 삼고 무조건 따라가기보다는 자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퇴직연금에 있어선 예금 금리가 5%에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굳이 퇴직연금으로 투자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상황이 됐다”며 “OCIO는 본인들의 자아를 너무 자산 배분에만 놓지 말고 투자자 관점에서 상품을 제안하는 능력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차기현 하나증권 부사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지난해 8월 정도는 됐어야 한다고 본다”며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관한 아쉬움과 함께 “증권사에서도 비트코인(BTC·Bitcoin) 등 가상 자산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당국에서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사항을 전했다.

(왼쪽부터) 박성태 국민연금공단(이사장 김태현)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과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원잔 신진영), 이수영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 자본시장과장, 박영석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장영규 신한자산운용(대표 김희송·조재민) 외부 위탁 운용(OCIO‧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 본부장, 차기현 하나증권(대표 이은형) 부사장, 한재준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3일 한국파생상품학회(회장 이준서)와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주최의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 시대 금융의 역할’ 정책 세미나(Seminar‧연구회)에서 패널토론을 진행 중이다./사진=임지윤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박성태 국민연금공단(이사장 김태현)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과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원잔 신진영), 이수영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 자본시장과장, 박영석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장영규 신한자산운용(대표 김희송·조재민) 외부 위탁 운용(OCIO‧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 본부장, 차기현 하나증권(대표 이은형) 부사장, 한재준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3일 한국파생상품학회(회장 이준서)와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주최의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 시대 금융의 역할’ 정책 세미나(Seminar‧연구회)에서 패널토론을 진행 중이다./사진=임지윤 기자

마지막 토론자는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이었다. 이 과장은 정부 당국의 방향성을 대략적으로 설명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그는 “오늘 밤에 있을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 발표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정례회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데, 시의적절한 세미나가 열렸다”며 “미 연준이 어떻게든 물가를 때려잡겠단 기조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향후 발생할 시장 리스크(Risk·위험) 요인을 여러 각도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인플레이션 시대에 저희가 당장 해결책은 없지만, 인플레이션 헤지라 할 수 있는 원자재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것 역시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건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며 “조각 투자, 코인 등 변동성이 굉장히 심한 투자 자산까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 어떤 위험을 대비하는지 정의를 명확히 하고 국민에게 작은 수익률이라도 똑바로 설명하는 상품이 나오면 정부도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토론회 이후 청중으로 세미나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을 많이 찾는다”며 “투자자가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Individual Savings Account)라는 좋은 금융상품에 채권도 편입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신경 써주길 바란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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