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상장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 20일 위원회를 열고 케이뱅크 상장 예비심사 승인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올 6월 30일 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최근 자본시장 투자 심리 악화로 케이뱅크의 기대 몸값이 큰 폭으로 내려갔다는 점이다.
우선 증시는 물론 IPO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다. 미국 금리 인상 기조로 시장 변동성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실제로 하반기 ‘최대어’로 꼽힌 쏘카와 더블유씨피(WCP) 등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케이뱅크 예상 IPO 가치는 4조원 수준에 불과한 반면 KT 경영진의 목표는 최소 7조 원 이상”이라며 “KT 경영진 입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상장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KT는 지난해 말 기준 BC카드 지분 69.5%를 보유하고 있고 BC카드는 케이뱅크 지분 33.7%를 갖고 있다.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최근 급락하고 있는 점도 투자 심리 악화 요인이다. 케이뱅크의 대표적인 피어그룹(peer group)인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최근 연일 하락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PBR(주가순자산비율)도 작년 9월 말 6배에서 현재 1.77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당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적용한 PBR은 7.3배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 외에도 브라질 누뱅크(NU HOLDINGS), 스웨덴 노르드넷(Nordnet AB Publ) 등 해외 인터넷은행 2곳을 피어그룹으로 잠정 선정했다. 하지만 글로벌 인터넷은행과 플랫폼 기업 역시 주가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가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연내 상장이 이뤄지려면 기업가치 할인을 감수하는 게 불가피한 셈이다. 이는 상장을 통해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구현모 KT 대표의 전략과는 배치된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 상장 시점은 내년으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권신고서 제출 시기를 탄력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출범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고객 수는 783만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66만명 증가했다. 현재 여신 8조7300억원, 수신 12조18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비 여신은 1조6400억원, 수신은 8600억원 증가했다.
여·수신 증가에 힘입어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에 순이익 45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225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84억원 영업적자를 냈지만,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서 행장은 상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고객 유치로 외형 확대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익 창출 기반을 공고히 함과 동시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한 전략이다.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잔액 확대로 지난해 상반기 말 13.7%였던 담보대출 비중을 올 상반기 말 21.1%로 늘렸다.
올해 들어 개인사업자 보증서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연이어 출시하며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5월 인터넷은행 중 처음으로 개인사업자 보증서담보대출인 ‘사장님 대출’을 출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개인사업자를 위한 100%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사장님 신용대출’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매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심사에 활용하는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케이뱅크는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대출한도는 늘리고, 금리를 낮춰 고객 혜택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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