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포츠 스타 하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걸출한 스타들이 많다. 하지만 이 선수를 빼곤 얘기할 수 없다. ‘박지성’이다.
KB증권(대표 김성현닫기김성현기사 모아보기‧박정림)에는 박지성이 있다. 바로 ‘강남스타PB센터’다. 자산 10억 이상의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이곳은 박지성 선수와 닮아있다.
김 센터장은 증시가 불안한 상황에도 미소를 머금는다. 늘 편안한 자세로 언론 인터뷰에 임하는 박지성처럼 여유가 있다. 최근 금융권 전반적으로 자산관리(WM·Wealth Management) 사업을 강화하면서 극소수 상류층(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을 향한 구애의 움직임이 많아지는 가운데서도 옆을 경계하기보다 본인들 앞에 있는 고객 한 명에게 집중한다.
여유는 보통 ‘경험’과 ‘능력’에서 나온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노력에 걸맞은 결과가 축적돼야 한다. 강남스타PB센터는 KB증권 스타PB센터(강남‧도곡‧명동‧압구정)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지난해엔 KB증권의 75개 지점 가운데 실적 1위를 차지해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최근엔 운용 자산이 더 불어나고 있다.
PB가 던져야 할 질문 첫 번째
“강남권엔 이미 수많은 PB가 있습니다. 왜 고객이 나에게 자산관리를 맡겨야 할까요?”
KB증권 강남스타PB센터에서 만난 김태우 센터장은 점포 곳곳을 직접 소개하면서 이같이 물었다. 센터장으로서 센터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묻는 기자에게 다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자산이라곤 겨우 1년 남짓 근무하면서 모은 2000만원 정도가 전부라 답할 수 없었다. 그저 졸부라도 된 것처럼 정갈하게 정돈된 상담실들을 둘러보며 VIP 고객 심정을 잠시 누렸다.
김 센터장은 기자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그 답으로 ‘신뢰’와 ‘성실’을 꼽았다. 김 센터장은 “투자 결정 과정에 있어 ‘고객을 위한 자산 배분’이라는 신뢰가 형성돼야 하며, 고객별 자산 배분 현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Monitoring·확인) 하는 성실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의 말마따나 투자 결과를 예측하고 맞히는 건 신의 영역이다. 하지만 투자 결정 과정에 있어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건 인간의 영역이다. 그렇기에 성실히 노력하면 신뢰는 얻을 수 있다. 신뢰를 얻기 시작하면 고객이 늘어난다. 아버지 고객이 아들을 데리고 오고, 그 아들이 지인을 데리고 오기 때문이다. 기존 고객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일명 ‘MGM 마케팅’(Members Get Members Marketing) 효과다.
어떤 직업이든, 어떤 순간이든, 누구에게든 마찬가지겠지만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선택하기엔 고민이 뒤따르고 내가 선택받으면 기쁨이 배가 된다. PB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본인을 자산관리 전문가로 선택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압구정, 청담 등 강남권에서만 20년 이상 PB로 근무하면서 왜 고객이 나에게 자산관리를 맡겨야 하는지에 대한 답으로 ‘신뢰’와 ‘성실’을 얻었다는 김태우 센터장의 지론이다.
그가 KB증권에서 땀 흘리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다. 1997년 삼성중공업(대표 정진택닫기정진택기사 모아보기)에 입사해 1999년 현대투자신탁으로 이직한 그는 그곳에서만 세 번의 사주를 경험했다. 2004년 미국 푸르덴셜 금융그룹에 인수되면서 푸르덴셜투자증권으로 상호가 변경됐다가 2010년 6월 한화증권이 다시 인수하며 현재의 한화투자증권(대표 권희백)이 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직 없이 다양한 증권사 경험을 쌓은 그는 처음으로 이직을 결심했다. 2014년 KB증권에 합류한 것이다.
그는 지금 박지성의 리즈 시절(전성기)처럼 보내고 있다. 호날두, 뤼트 판 니스텔루이, 퍼디난드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로 세계를 제패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이 실력 있는 PB들과 함께하고 있어서다. 두 팀으로 나눠 포진된 8명의 PB를 포함해 총 11명 직원이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뛴다. 우연하게도 경기를 뛰는 축구선수 한 팀 인원과 같다.
김태우 센터장이 이곳을 이끈 지도 어느덧 4년이다. 지난 2011년 11월 14일 KB국민은행(은행장 이재근닫기이재근기사 모아보기) 강남스타PB센터 내 복합점포로 문을 연 KB증권 강남스타PB센터는 현재 3조억원 넘는 자산을 운용 중이다.
김 센터장은 “강남스타PB센터의 PB들은 모두가 위치와 역량이 다르지만, 각자의 역량으로 동료에게 도움 될 수 있도록 하나의 축구팀처럼 시끄러울 만큼 서로 소통한다”며 “증권사는 보통 고유의 개인플레이 특징이 강하지만, 우리 센터는 주니어(Junior‧과장급 이하 직원)와 시니어(Senior‧팀장급 이상 직원) 간 동행 미팅, 제안서 공유 등 팀플레이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소통을 활발히 하다 보니 각자가 주식, 채권, 펀드 등 특정 분야에 역량이 치우친 게 아니라 모든 걸 아우르는 ‘올 라운드’(All Round‧종합적인) 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다”며 “최근 고객의 니즈(Needs‧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고객의 자산 배분 차원에서 이와 같은 소통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세는 ‘복합점포’… “금융지주만 가능한 합법적 공동 상담”
최근 금융권 대세는 ‘복합점포’다. 몸집이 큰 지주사라면 너도나도 계열사를 합친다.
하나의 점포에서 은행, 보험, 증권, 부동산 등 다양한 금융 상담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화한 것이다. 물론 디지털 시대를 맞아 대면 고객 수 감소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었다.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는 지난 2002년 PB 브랜드 ‘골드앤와이즈’를 도입한 이후 현재 전국 31개 PB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스타PB센터처럼 규모 있는 센터는 강남과 도곡, 압구정, 명동 등 서울에만 4곳이 있으며 일반 PB센터는 서울 및 수도권에 21곳, 지방에 6곳을 보유 중이다. 이달 초 국내 최대 규모 자산관리 센터인 ‘KB 골드 앤 와이즈 더 퍼스트’(KB GOLD&WISE the FIRST‘를 강남 압구정에 론칭(Launching‧개소) 하기도 했다.
KB금융의 복합점포는 개인 자산을 포함해 법인‧재단 등 모든 자산에 관한 ‘신탁 설루션(Solution‧문제 해결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른바 ‘KB형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다. KB증권 PB를 포함해 투자‧부동산‧법률‧신탁 등 각 분야 전문가가 팀을 이뤄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다.
강남스타PB센터 역시 이와 같음 움직임에서 탄생한 점포다. 국민은행 스타PB센터와 이웃사촌인 만큼 연계 서비스를 특화했다. 원래 다른 금융사끼리 고객 정보를 공유하는 건 불법이지만, 강남스타PB센터 내 공동 상담실에선 CCTV(Closed-circuit Television) 감시하에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고객의 동의 아래 은행 상품과 증권 상품에 대한 상담이 동시에 이뤄진다. 국민은행 소속 부동산 전문 상담가도 3명이 상주하고 있어 KB증권 VVIP 고객은 부동산 상담까지 받을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최근에 증여나 상속 등 세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발맞춰 고객 요구에 따라 KB증권 본사 서비스도 제공된다. 고객은 본사에 상주하고 있는 세무사를 불러 절세 상담을 무료로 진행할 수 있다. 또한 펀드 동향이나 국내 및 해외 증시 상황을 설명하는 투자분석가(Analyst) 세미나를 본사 도움을 받아 개최하기도 한다.
복합점포까지는 아니더라도 증권가는 전반적으로 자산관리(WM·Wealth Management)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고액 자산가(VIP·Very Important Person)를 타깃(Target‧목표)으로 한 전문 점포가 곳곳에서 생기는 중이다.
신한금융투자(대표 이영창‧김상태)는 최근 디지털 VIP 멤버십 서비스를 개시하고 자산 1억원 이상 고객 관리에 나섰다. 이전엔 고액 자산가 대상 전문 WM 서비스를 제공하던 ‘광화문금융센터’를 확장 이전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은 판교WM센터를 ‘NH투자증권 판교 Biz Plus 금융센터’로 리뉴얼(Renewal‧개선)해 다시 문 열었으며, 유안타증권(대표 궈밍쩡)도 올해 초 본사 연계형 VIP 특화 점포인 ‘GWM(Global Wealth Management) 센터’를 개소했다.
KB증권은 최근 WM 부문을 전담하는 박정림닫기박정림기사 모아보기 대표이사 사장의 추진력 아래 ‘GWS(Gold&Wise Summit)’ 부서를 신설했다. 그러곤 고액 자산관리에 집중하는 스타PB센터 4곳을 GWS에 편입시켰다. 다음 달 중으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KB금융그룹 차원의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고액자산가 전용 플래그십(Flagship‧최고급) 센터도 선보일 예정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김태우 센터장의 꿈은
“제 이름이 성 김(金) 클 태(泰) 도울 우(佑)입니다.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대로 저와 인연을 맺는 고객과 제가 속한 조직과 동료들에게 도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구호는 2002년 대한민국을 4강 신화로 이끌었고, 박지성 선수를 꿈의 무대로 보냈다.
김태우 센터장에게도 꿈이 있다. 15년 전 처음 지점장을 맡았을 때의 목표와 같다. 고객에게 ‘마음이 편안한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고객이 낮에 실컷 강남스타PB센터에서 상담받은 뒤 투자하기로 결심했는데 집에 가서 잠 못 이뤄서 되겠냐”며 “고객 성향에 맞는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초기 면담에 많은 시간을 쏟는 편”이라고 말했다.
보통 고객이 처음 센터를 방문하면 1시간가량 상담한다. 고객에 따라 이보다 훨씬 길어지기도 하고 금방 끝나기도 한다. 주로 방문하는 고객이 40~50대 사업가이거나 은퇴 후 시니어 고객이라 과거 투자 경험을 자세하게 듣는다.
김 센터장은 “어떤 고객은 비상장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길 원하기도 하고 어떤 고객은 최대한 안전한 방향으로 분산투자를 원하기도 해 강남스타PB센터만의 투자전략을 꼽기는 어렵다”며 “고객 개개인에게 맞는 투자 제안서를 만든 뒤 몇 번의 협의를 거쳐 투자가 이뤄지는데 그 과정에서 얻는 ‘신뢰’가 우리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두 번째 꿈은 ‘직원들이 각자 한 단계씩 성장하는 것’이다. 강남스타PB센터는 매년 지점장을 1명 이상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엔 2명을 지점장으로 만들었다. 10명 조금 넘는 직원 중 2명을 지점장으로 보냈으니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자부심도 크다.
김태우 센터장은 “KB증권 직원들을 대상으로 ‘KB증권에서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지점’ 설문조사를 한다면 1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센터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싶다”며 “직원 개개인이 본인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묵묵히 돕는 게 센터장이자 선배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불안한 증시 상황에서 투자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면 좋을지 물었다. 더불어 VVIP 고객들이 최근 특별히 더 요구하는 건 없는지도 질문했다.
그는 “표면 금리가 낮은 잔여 만기 1년 정도의 채권의 경우, 종합과세가 적용돼 연 5%대 수익까지 적용되는 시기”라며 ‘채권 투자’를 추천했다. 증시가 안 좋은 상황에서도 센터에 자금 유입이 늘어난 이유 역시 채권시장의 호황 덕분이었다.
채권은 발행 주체인 국가나 공공기관, 기업 등이 망하지 않는 한 만기일까지 보유할 시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여 금리가 오를 경우, 저가 매수 뒤 금리가 내릴 때 매도해 시세 차익도 가능하다.
절세효과도 있다. 개인이 채권을 투자해 얻는 이자소득에 대해 이자 소득세가 부과되는데 이는 시장 수익률이 아닌 표면 금리에 따라 과세 된다. 특히 배당소득이나 이자소득이 많은 고액 자산가는 연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종합소득에 합산되기 때문에 표면 금리가 낮은 채권이 훨씬 유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채권 투자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3일 금융투자협회(회장 나재철닫기나재철기사 모아보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순매수 금액이 ‘역대 최대’ 규모인 10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고금리와 절세효과로 채권 투자의 투자 매력이 커진 것이다.
김 센터장은 이 밖에도 가격 하락이 제한돼있는 전환사채 편입 펀드, 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진행하는 롱숏(Long-short) 헤지펀드(Hedge Fund‧소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운영하는 일종의 사모펀드) 등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렇다고 주식 투자가 없지는 않다. 증시가 내림세를 걷는 중에 손실을 보는 구간도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VVIP는 현금 자산과 투자 경험이 많아 장기 투자에 익숙하기에 경기 상황이 불안하다고 해서 센터까지 불안해지진 않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올해 새해가 밝자마자 ‘대상’을 받으면서 더 올라갈 게 있나 싶은 KB증권 강남스타PB센터는 할 일이 더 남아있다.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 트로피를 19개나 받으며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박지성 선수가 은퇴 뒤에도 국내 축구 산업 발전과 유소년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듯 강남스타PB센터 역시 자본시장이 없어지지 않는 한 ‘고객의‧고객에 의한‧고객을 위한’ 발걸음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 정도면 언젠가 증권가의 ‘영원한 캡틴(Captin‧주장)’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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