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선을 보일 윤석열정부의 첫 대규모 주택공급대책의 골자 역시 이곳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건설 필수 원자재 가격 급등 문제도 겹쳐있어, 정부안에 따라 공사 자체가 진행돼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후보시절 주택공급 공약은 ‘공공택지 비중’ 높아…민간 통합심의 방안도 거론
특히 서울 등 수도권에 공급될 130만호의 경우, 절반 이상이 ‘공공택지’에 포함됐다. 공공택지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공사 등 공공기관이 조성하는 택지를 말한다. 토지 수용권을 동원해 조성하기 때문에 민간 업체가 사서 개발하는 택지보다 공급가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공공택지는 주민들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하면 지구계획 지정부터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실제로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던 태릉CC 택지 이용안의 경우, 8.4대책이 발표된지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간신히 토지이용 구상안이 마련될 정도로 진행이 더뎠다.
이에 정부는 주택업계가 요구해 온 '민간이 추진하는 일반 주택사업'에 대해서도 통합심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현재 주택법에는 사업계획승인권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통합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의무가 아닌 임의 규정이다 보니 현재 대전시와 부산시, 대구시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통합심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올해 3월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주택사업자가 통합심의를 신청하는 경우 별도의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통합심의를 하도록 하는 '반의무' 조항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주택법에서 허용하는 통합심의 대상은 건축심의, 도시·군 관리계획 및 개발행위 관련 사항, 광역교통 개선대책, 교통영향평가, 경관심의 등이며 가장 까다로운 교육·환경영향평가는 제외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통합심의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전시의 경우 민간 주택건설 사업에 통합심의를 적용함으로써 최장 8∼9개월까지 소요되던 관련 심의 기간이 2개월로 대폭 단축되고, 이를 통해 지역내 주택공급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통합심의가 남발될 경우 건축심의 등이 졸속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던 바 있다.
◇ 도시정비 시장 대못이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시장 재자극 우려 어쩌나
이번 대책에는 그간 도시정비 시장의 장애물 중 하나로 언급됐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 완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사업 기간(추진위 승인∼준공시점) 오른 집값(공시가격 기준)에서 건축비 등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3천만원 초과분)을 10∼50%까지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지난달 예정액이 통보된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 단지의 재초환 부담금은 가구당 7억7천만원으로, 현재까지 통보된 예정액 중 최고 금액이다. 이는 당초 이 조합이 예상한 4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현재로는 현행 3천만원 이하인 면제 기준을 1억원 등으로 상향 조정해 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안이 무게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종전가액 평가 시점을 추진위원회에서 조합설립인가 시점으로 늦춰 부담금 부과 기간을 단축(최장 10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 역시 간신히 안정세를 찾던 재건축 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정부는 거듭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놓았던 ‘1주택 장기보유 실수요자에 대한 세 부담 경감’ 역시 정책 형평성 논란 등으로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지역 조합의 규모와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고, 특히 서울은 대부분의 신규 공급이 재개발과 재건축에 의존하고 있는 와중에 세 부담을 차등화한다는 것은 자칫 사업 지연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라며, “재초환과 다주택자 중과세가 혼용되는 부분을 정부가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철광석 가격은 내렸지만 유연탄 가격 여전히 위험…여야 ‘골재 부족’ 설전 벌이기도
그런가하면 치솟은 원자재 가격도 건설업계에 있어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를 풀어주고 공급안을 내놓는다고 해도, 자재가 없어서 공사를 못한다면 결국 공급 시점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한일시멘트는 다음달 1일부터 현재 t당 9만2천200원인 시멘트 가격을 10만6천원으로 약 15% 인상하는 내용의 공문을 레미콘사 등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삼표시멘트 역시 보통 포틀랜드 시멘트’ 가격을 1톤(t)당 9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1.7% 올리겠다고 밝혔다.
국제 유연탄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였던 3월경 톤당 256달러 선을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8월 현재 톤당 183.74달러 선까지는 내려왔지만, 여전히 지난해 같은 시기인 126달러 선에 비교하면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철광석 가격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마찬가지로 3월경 톤당 159달러선이었던 철광석 가격은 8월 현재 톤당 114달러 정도로 내려왔다. KOMIS 한국자원정보서비스의 시장전망지표에서도 여전히 ‘위험’을 유지 중인 유연탄과는 달리 철광석은 ‘중립’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월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격론을 벌인 것도 자재 확보에 대한 부분이었다. 두 의원은 각 후보가 내놓았던 주택공급에 있어 ‘골재 부족’ 문제를 언급했다.
성일종 의원은 “서울, 수도권에 노태우 대통령 때 200만 호 한다고 그랬지만 5개 신도시에 한 게 30만 호였다. 그것도 그 당시에 골재가 없어서 못 한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 측의 ‘311만호 공급 공약’을 비판했다. 그러나 진성준 의원은 “똑같은 처지인데 윤석열 후보는 250만 호를 어떻게 짓느냐”고 응수한 바 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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