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2조1000억 원대 이익잉여금을 두고 자본효율성 정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유한양행의 차기 수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부 인사 vs 정통 유한맨
2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자체 규정에 의거해 정기 주주총회 약 6개월 전인 오는 9월 중순까지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해야 한다. 규정상 확정된 대표 후보자는 총괄부사장 등으로 임명돼 주총을 통해 선임될 때까지 승계 준비 과정을 거친다.조욱제 대표에 이어 유한양행을 이끌 유력 후보군으로는 김열홍 R&D 총괄사장, 이병만 경영관리본부장(부사장), 유재천 약품사업본부장(부사장) 등 3인이 거론된다. 비록 유한양행의 대표 후보자 직위 조건이 규정돼 있지 않지만, 그간 유한양행은 부사장 중에서 대표를 선임했기에 부사장 이상 임원이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이목을 끄는 인물은 김열홍 R&D 총괄사장이다. 고려대 의대 교수 출신인 그는 2023년 유한양행에 합류한 외부 영입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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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올해 들어 6차례 자사주를 매입하며 보통주 8339주를 확보, 차기 대표 후보군(이병만 부사장 3232주, 유재천 부사장 1548주) 가운데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병만 부사장은 1986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영업, 홍보, 약품사업, 경영관리 등을 두루 거친 내부 승진 인물이다. 조욱제 대표도 영업과 약품사업, 경영관리 등을 거쳤으며 이정희 전 대표도 같은 이력이기에 이병만 부사장은 유한양행의 전통적인 내부 승계 공식에 가장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재천 부사장은 1994년 유한양행 입사 이후 일반의약품(OTC)과 전문의약품(ETC) 사업을 두루 거친 영업·마케팅 전문가다. 세 후보 중 가장 젊기에 세대교체 카드로 꼽힌다.
현금은 충분한데 아쉬운 자본효율성
누가 차기 유한양행의 키를 쥐든 가장 먼저 마주할 과제는 현금 곳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굴릴 것인가다.현재 유한양행의 재무체력은 외부 차입이 불필요할 만큼 탄탄하지만, 자본이 기업가치 제고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유한양행의 총자산은 3조2769억 원에 달하는 반면, 총부채는 9367억 원에 불과하다.
특히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1조6012억 원으로, 1년 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7884억 원)의 두 배가 넘는다. 단기 채무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203.1%로 세 자릿수다.
이익잉여금 역시 2025년 말 2조1884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조1574억 원으로 꾸준히 2조 원대 이상을 유지하며 견고하게 쌓여 있다. 기업의 부도 위험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인 알트만 Z-스코어는 2025년 기준 8.31로, 국내 5대 대형 제약사 중 1위다.
알트만 Z-스코어는 투자자와 금융기관 등이 기업의 신용위험을 판단하거나 투자·대출 여부를 결정할 때 활용하는 지표 중 하나다. Z-스코어가 3점 이상이면 안정적, 1.8점 미만이면 부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다만, 곳간이 넉넉한 데 비해 기업이 영업활동에 투입한 자본 대비 이익을 얼마나 거뒀는지를 나타내는 투하자본수익률(ROIC)은 3.7% 수준에서 정체된 상태다. 5대 제약사 가운데 4위에 불과한 성적표다. ROIC가 3.7%라는 건 본업에 100원의 자본을 투입해 3.7원의 수익을 내는 데 그치고 있다는 의미다. ROIC는 세후영업이익(NOPAT)을 투하자본(IC)으로 나눠 산출한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세후영업이익은 869억 원, 투하자본은 2조3618억 원이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됐음에도 창출되는 이익이 상대적으로 적어 자본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하락한 R&D 비중, 제2 렉라자 나올까
ROIC가 낮아진 배경에는 R&D 투자 감소가 있다.회사의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율은 2024년 13.0%(2687억 원)에서 2025년 11.1%(2423억 원)로 하락했다. 렉라자 후기 임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비용 부담이 줄어든 영향이긴 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렉라자의 뒤를 이을 차세대 신성장동력에 잉여 자본이 재배치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결국 차기 수장의 핵심 과제는 사내에 유보된 막대한 현금 실탄을 ‘포스트 렉라자’ 발굴에 얼마나 공격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유한양행은 종양(14개), 심혈관·신장·대사(8개), 면역·염증(2개) 등 총 29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이 중 가장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은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레시게르셉트’와 고셔병 치료제 ‘YH35995’다. 다국가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레시게르셉트는 기존 항히스타민제의 한계를 극복할 혁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YH35995는 올해 상반기 미국과 유럽에서 연이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최근 10년간 누적 1조7000억 원을 R&D에 투입하며 성장의 토대를 닦아온 유한양행은 이제 한 단계 더 진화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꾀하고 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76개의 개방형 혁신 과제에 92억 원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인공지능(AI) 플랫폼과 표적단백질분해제(TPD), RNA(리보핵산) 치료제 등 이른바 ‘뉴 모달리티’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2조1000억 원대 이익잉여금을 거머쥔 유한양행의 차기 CEO는 이처럼 고도화된 차세대 기술과 유망 벤처 투자 등 적재적소에 자본을 배치, 정체된 ROIC를 뚫어낼 새로운 캐시카우를 발굴해야 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차기 수장 인선과 관련해 “대표 선임은 이사회에서 결정될 사안으로 아직 확인되는 바가 없다”고 했다. 이어 R&D 투자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R&D 투자 금액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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