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능동적으로 은퇴자산에 대한 투자수익률을 높이고자 도입된 이 제도는 이미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은퇴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생애 주기 펀드’(TDF·Target Date Fund)가 주로 많이 활용된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는 곳이 있다. 한화자산운용(대표이사 한두희닫기한두희기사 모아보기)이다. TDF와 별개로 TDF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를 꺼내 들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화ARIRANG TDF액티브 ETF’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다고 밝혔다. TDF를 ETF로 투자할 수 있는 ‘세계 최초’ 상품이다.
“ETF로 TDF 장점 극대화”
ETF, TDF가 각각 무엇이길래 한화자산운용은 두 개를 결합한 상품을 시장에 가장 먼저 내놓게 됐을까?
우선 각각의 특징에 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TDF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투자자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자동 조절한다.
은퇴자산 형성에 있어 핵심 수단인 TDF 장점을 극대화하는 역할이 바로 ETF다. TDF를 주식처럼 상장돼 거래할 수 있는 ETF 형태로 만든 것이다. 전략적으론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한 즉시 사고팔 수 있는 거래 편의성을 제공하고, 투자종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투명성을 보장한다.
기존 TDF 펀드에 비해 TDF ETF는 보수, 수수료 등 비용이 약 20% 수준이다. 한화 ARIRANG TDF2030액티브 ETF 기준 총보수는 연 0.14%로, TDF액티브 ETF 중 가장 낮다. 길게는 30년 이상 투자되는 TDF 상품 특성상 투자 성과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용 부담을 확 낮춘 것이다.
그뿐 아니라 TDF 펀드 환매는 약 10영업일 정도가 소요되는데 TDF ETF는 매도 즉시 환매 금액 확정 및 종목 교체 매매가 가능하다. 주식과 같이 매도일로부터 이틀 뒤 환매 대금을 받으면 된다. 보유종목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고객을 위해 TDF도 ETF로 제공해야만 투자가 개선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오늘 상장한 상품에서 TDF는 전략적 선택으로, 액티브를 취한 이유는 TDF가 상당히 긴 기간 운용되는 도중 새로운 투자 방식이 언제든 나올 수 있기에 기존 지수에 수동적으로 쫓아가는 것은 장기적 성과를 드릴 수 없어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ARIRANG TDF액티브 ETF는 국내 투자자들의 은퇴자산 형성을 위한 장기 투자 상품으로, 한국의 인적자본과 자본시장 가정에 근거해 한국인 생애 주기에 최적화된 상품”이라며 “해당 상품은 TDF 관련 상품 가운데 최저 수준 보수를 책정해 장기 투자 시 비용 절감으로 더 높은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 손잡아
한화자산운용은 이번에 글로벌 펀드 평가사인 ‘모닝스타’(MORNING STAR‧대표 쿠날 카푸르)와 손잡아 주목받고 있다. 기존 TDF 상품을 출시하면서 4년 넘게 돈독한 관계를 이어오던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회장 제이미 다이먼)를 뒤로하고 모닝스타를 협력사로 두게 된 것이다.
한화자산운용과 모닝스타는 TDF 핵심인 글라이드패스(Glide Path‧생애 자산 배분 곡선)와 기초지수를 함께 개발했다. 글라이드패스는 자동차로 치면 ‘엔진’이라 할 수 있다. 은퇴 시점까지 조정되는 주식과 채권 비중 추이로, TDF를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Fund Manager)들은 글라이드패스를 토대로 긴 시간 자산 배분을 시행한다. 한화자산운용은 한국 인적자본과 자본시장 가정에 근거해 개발된 기초지수를 사용함으로써 ‘한국인 생애 주기’에 최적화한다는 방침이다.
모닝스타는 미국 시카고(Chicago)에 본사를 둔 독립적인 글로벌 투자 리서치(Research‧조사) 회사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 29개국에 형성된 네트워크(Network‧관계)를 바탕으로 전 세계 투자자에게 투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연기금 및 기관을 위한 자산 배분과 성과평가 설루션(Solution‧해결책) 등의 서비스를 시행한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2022년 신설된 ‘모닝스타 인덱시스’(Morningstar Indexes) 부서에서 개발한 지수 5개를 활용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위험자산의 경우 ‘Morningstar Developed Markets GR KRW Index(선진국 주식)’과 ‘Morningstar Emerging Markets GR KRW Index(신흥국 주식)’이 쓰인다. 안전자산에는 ‘Morningstar Korea Treasury Bond GR KRW Index(한국 국채)’와 ‘Morningstar Global Treasury Bond GR KRW Index(선진국 국채)’, ‘Morningstar Emerging Markets Sovereign Bond GR KRW Index(신흥국 국채)가 적용된다.
현재 해당 지수는 전 세계 138개 투자 상품이 따르고 있다. 해당 투자 상품 운용 규모는 지난 3월 31일 기준으로 1510억달러(195조3789억원)에 달한다.
김성훈 ETF 사업본부장은 “기존 TDF와 동일한 글라이드패스를 적용하면 TDF ETF만의 차별화를 내세우기 힘들 것이라 판단해 JP모건이 아닌 안정적 그라이드패스를 제공해 줄 또 다른 협력사를 확보했다”며 “모닝스타는 전 세계 최대 펀드 평가사이자 독립적인 투자 리서치 회사로서 한국의 금융 상황과 인적 자원에 맞는 글라이드를 개발했기에 이번 파트너십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ARIRANG TDF액티브 ETF는 모닝스타의 5개 기초지수를 자산 배분 투자 대상으로 사용해 1만개 이상 개별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한화자산운용 ETF 사업본부(ETF운용팀-ETF상품팀-ETF컨설팅팀)는 모닝스타와 TDF액티브 ETF 신규상장 기자간담회, 주요 투자자 대상 설명회, 소셜 미디어 활용 콘텐츠 확산 등 마케팅 협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정태 모닝스타코리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금리가 5~6%에 달하는 지금 같은 때 퇴직연금으로 연 1%대 수익을 낸다는 것은 아쉽고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오늘 출시한 TDF ETF가 장수를 고통과 저주가 아닌 ’축복‘으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Z세대 겨냥한 TDF ETF” 강조
한화자산운용이 출시한 이 상품은 ▲2030 ▲2040 ▲2050 ▲2060 등 4개 종목으로 나뉜다. 본인의 출생 연도와 예상 은퇴 시점을 고려해 종목을 선택하면 된다.
은퇴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글라이드패스에 따라 위험자산 비중이 줄고, 안전자산 비중이 상승한다. 가령, 1980년에 태어난 한 투자자가 60살에 은퇴를 생각한다면, 1980에 60을 더한 2040 빈티지(Vintage·목표 은퇴 시점)를 선택하는 식이다. 2060의 빈티지의 경우, 위험자산 79.9%‧안전자산 20.1% 비중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반면, 2030 빈티지는 위험자산 31.6%·안전자산 68.5% 비중으로 자산이 배분된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을 위한 2060 ETF는 현재 출시된 TDF ETF 가운데 가장 긴 투자 기간을 보유했다. 같은 날 삼성자산운용(대표 서봉균)은 ‘KODEX TDF액티브 2030·2040·2050’ 등 3종을, 키움투자자산운용(대표 김성훈)은 ‘히어로즈 TDF액티브 2030·2040·2050’ 등 3종을 동시에 ETF로 출격시킨 것과 비교했을 때 ‘2060 빈티지’가 더 들어간 것이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이병성·최창훈)과 KB자산운용(대표 이현승닫기이현승기사 모아보기) 등도 TDF ETF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 상품 리스트는 나오지 않은 단계다.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TDF액티브 ETF 기초지수 성과를 비교해 보면, 이른 나이부터 투자해 장기 보유할수록 수익률이 높게 나타난다. ‘Moriningstar Korea Lifetime Allocation Moderate 2030 GR KRW’의 3개월 수익률은 –3.90%다. 하지만 5년 수익률은 21.26%다. 이보다 더 장기 투자가 가능한 ‘Moriningstar Korea Lifetime Allocation Moderate 2060 GR KRW’의 3개월 수익률은 –3.41%, 5년 수익률은 52.54%로 집계된다.
성과는 최근 더 좋게 확인되고 있다. 2016년 ‘Moriningstar Korea Lifetime Allocation Moderate 2030 GR KRW’ 기초지수 성과는 1.9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6.16%로 우뚝 올라섰다.
이렇듯, 이번 상품은 액티브 ETF로 상장됐기에 구성 지수에 맞는 ETF와 구성 지수보다 유망한 ETF를 선정해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특히 최근처럼 매크로(Macro‧거시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변동성 장세에 유연한 대응을 위한 모니터링(monitoring‧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시장 충격에도 비중 조절을 통해 수익률 하락을 방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난 2019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2년 4개월간 미국과 한국 주식 비중을 조정해 시뮬레이션(simulation‧가상 실험)한 결과, 2.7% 초과 성과를 달성했다. 포트폴리오는 선진국 주식 54%, 신흥국 주식 26%를 구성했는데, 선진국 지수의 경우 미국 대표 지수 ETF를 11% 담았고 신흥국 지수의 경우 한국 대표 지수 ETF를 1% 담으면서 일부 비중을 대체했다.
김성훈 본부장은 “ARIRANG TDF액티브 2060의 경우에는 TDF 상품을 통틀어 가장 긴 시간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은퇴 시기가 많이 남은 2030세대뿐만 아니라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투자 선택 폭을 넓게 가져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처럼 주식과 채권 시장 모두 조정 받는 시기에는 TDF ETF로 장기 분산 투자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며 “조만간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는데, TDF ETF는 적립식 매수 상품인 동시에 자동으로 자산 배분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디폴트 옵션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본부장에 따르면, 아직 TDF ETF가 디폴트 옵션 적격 상품에 포함될지는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가 검토 중인 단계다.
“차별화한 ETF로 투자 트렌드 적극 대응”
한화자산운용은 올해에만 희토류, 수소, 우주 항공 등 10개 신규 ETF 상품을 상장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 가장 많이 상장한 상태다. 출시한 ETF 상품은 모두 ‘국내 최초’ 타이틀(Tittle·자격)을 거머쥐었다.
ETF 부문 사업 강화는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실시한 것이다. 우선 ETF운용팀을 ETF사업본부로 지위를 격상했다. 하위 조직으론 ETF운용·ETF컨설팅·ETF상품 팀을 배치했다. 수장으론 ETF 전문가 김성훈 본부장이 선임됐다.
한화자산운용은 한두희 대표 지휘 아래 올 하반기에도 트렌드(Trend‧최신 경향)에 최적화한 상품을 지속해서 선보이려 한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종목으론 △K-유니콘 투자기업액티브 △글로벌인공지능산업 MV △성장 테마 △시장 대응 △Single Country(중국·주요 신흥국 투자 테마) 등이 있다.
한두희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화자산운용이 ETF 분야 후발주자인 만큼 단순 인덱스(Index·지수) 상품으론 시장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우리 ETF 사업 전략은 고객이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투자전략을 쉽게 만드는 것과 고객 투자 목적에 따른 ’설루션 상품‘을 ETF로 기획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유로 올해 우주항공이나 대체투자탑10 ETF 등 국내 고객에게 처음 소개하는 투자 전략을 선보이는 중”이라며 “최근 투자자들이 투명성, 편리성도 강조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설루션 상품으로 차별화한 ETF를 통해 새로운 투자 트렌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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