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2일부터 도입되는 사전지정운용제도(이하 디폴트옵션)에 대한 당국의 기대감과는 달리 자금조달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있어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수익률 높이기 위해선 저축은행 상품 포함돼야”
저축은행 업계가 바라는 점은 한 가지다. 저축은행 정기예금을 디폴트옵션 적용 가능 상품 내 편입해 달라는 것인데, 현재 그 포함 여부가 모호한 상태다. 이를 두고 저축은행중앙회와 업계 실무진들이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상품에 해당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 등을 통해 안정성 등이 평가돼야 하는데, 아직 그 충족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 개정됐다. 디폴트옵션의 설정과 운영, 가입자의 사전지정운용방법 선정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면서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100%까지 편입 가능한 운용방법에 디폴트옵션 상품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적용 절차는 가입자의 운용지시 없이 4주가 경과하면 디폴트옵션이 적용됨을 가입자에게 통지하게 된다. 통지 후 2주가 추가로 지나면 디폴트옵션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업계는 이러한 도입 취지야말로 저축은행 정기예금을 디폴트옵션 상품에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 퇴직연금 패키지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게 저축은행 정기예금”이라며 “특히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 3%가 넘는 이자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상품을 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13일 퇴직급여법 하위규정 개정과 기준 마련을 위해 금융감독원이 주최한 디폴트옵션 제도 관련 킥오프(Kick-off) 회의에서도 이러한 주장들이 제기됐다.
이날 회의에선 디폴트옵션 범위를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건의사항이 나왔다.
주요 내용은 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수익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퇴직연금의 장점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7일 기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저축은행 DC형 상품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한국투자저축은행으로 연 2.97%(36개월 만기)를 제공했다.
시중은행의 경우 우리은행이 연 2.90%(60개월 만기)를 제공하며 가장 높은 금리를 기록했지만, 36개월 기준 가장 높은 금리는 2.65%에 불과했다.
주요 저축은행 중에서는 애큐온저축은행이 연 2.90%(36개월 만기), OK저축은행이 연 2.75%(24개월 만기) 금리를 제공했다. 웰컴저축은행(연 2.72% · 12개월 만기)과 페퍼저축은행(연 2.70% · 36개월 만기)도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내걸었다.
금감원, 저축銀 퇴직연금 상품 위험관리 강화 지시
만약 저축은행 정기예금이 디폴트옵션 상품에서 제외될 경우 DC형과 IRP형 취급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은 자금조달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원리금보장상품에 대한 만기 후 자동 재예치는 폐지된다. 저축은행은 제도 시행 이전에 판매한 상품의 만기 도래 시 은행 등 운용기관에 해당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
이때 반환한 금액만큼 수신 변동성이 발생하면서 저축은행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실상 수신만으로 대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저축은행의 자금조달 창구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저축은행 정기예금을 디폴트옵션 상품 내 포함시켜 자금조달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한 32개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수신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7조58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0조2200억원)와 2년 전인 2019년 3분기(5조600억원) 대비 각각 72%와 248%가 불었다.
저축은행 퇴직연금 시장 내 빅(Big) 3로 불리는 페퍼·OK·SBI저축은행의 예·적금 잔액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수신 잔액은 2020년 말 1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2월 1조6700억원으로 52% 늘었다.
같은 기간 OK저축은행은 2조에서 2조2000억원, 페퍼저축은행은 2조1000억원에서 2조5000원으로 각각 10%와 19%씩 증가했다.
금융당국 역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상품 잔액이 늘어나자 자금조달 편중 현상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말 저축은행 6개 권역(서울, 인천·경기, 부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남·전북·제주, 대전·충남·충북) 지부장들과 회의를 실시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감원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저축은행 업계의 퇴직연금 시장과 관련해 상품의 위험관리를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달에는 저축은행 퇴직연금 취급 관련 유의사항을 만들어 저축은행 업권에 전달했다. 저축은행의 영업환경과 자금조달 및 운용역량, 리스크 관리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퇴직연금 금융상품을 취급할 것을 명시했다.
아울러 퇴직연금 사업자별 금융상품 공급한도 기준을 마련해 특정 퇴직연금 사업자 편중을 완화하고 유동성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을 지시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이 발표된 게 작년 12월인데, 이때부터 자금조달 안정성 관리에 대한 메시지가 나왔어야 했다”며 “제도 시행을 한 달여 가량 남겨놓고 조달 채널을 분산시키기에는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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