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대구에서부터 세종·부산 등 지방 곳곳의 규제지역 해제를 무게 있게 점치고 있다. 현재 전국에 지정된 규제지역은 총 161곳으로, 투기과열지구 49곳, 조정대상지역 112곳 등이 포함돼있다.
◇ 인구 줄어드는데 공급은 과잉…매물 적체 속 냉각기 빠진 지방 부동산 시장
이번에 규제지역 해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대구는 올해 들어 특히 ‘미분양의 무덤’으로 통하고 있다. 올해 대구에서 분양에 나섰던 단지들은 공급 규모와 건설사의 인지도를 막론하고 일제히 청약 미달 고배를 마셔야 했다. 최근 6개월간 대구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0.89 대 1로, 전국 특별시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았다.
반면 대구·경북지역은 총인구가 감소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고령화 수준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2040년 전후로는 지방소멸 고위험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총인구는 2021년 기준 501.2만명으로 2000년 532.1만 명 이후 30.9만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2047년까지 추가로 62.9만 명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쏟아지는 공급을 받아줄 수요조차 충분치 않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구 부동산의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의 6월 3주(6.20) 기준 대구 아파트의 수급동향 지수는 76.5로 전국 최저 수준이었다. 대구의 아파트값 역시 11월 3주 이후로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6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전월(85.4) 대비 12.8포인트 하락한 72.6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세종은 지난달 100에서 72.2로 27.8포인트 떨어져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입주전망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입주 예정이거나 입주 중인 아파트 단지의 입주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기준선인 100보다 높으면 입주 여건이 양호한 것을, 낮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대전 역시 올해 6월 3주까지 –1.20%의 누적 하락폭을 나타내며 세종과 대구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하락폭을 기록했다. 유성구와 서구 등 주요 지역 위주로 매물 적체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 경기와 인천에서도 국토부의 정량평가 기준을 충족한 지역들이 일부 등장하는 등, 전반적인 조정대상지역 해제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까지 대구시를 비롯해 울산 남구, 경기도 양주·파주·김포시, 충북 청주시, 전북 전주시 등이 국토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 ‘규제지역 해제’ 풍선효과 경험한 부동산시장, 집값 안정기 신중론도 나와
국토부는 조정대상지역을 지정할 때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해당 시·도 물가상승률의 1.3배가 넘는 곳을 우선 가려낸 뒤 청약경쟁률이나 분양권 전매거래량 등을 살펴본다.
또 정성적 평가를 통해 집값 상승이 일부 투기 세력의 개입 때문인지 아니면 개발사업 진전 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상승인지 등을 파악해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지정 당시의 정량·정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 규제지역에서 해제된다.
다만 문제는 규제지역이 해제됐을 때 주변 부동산에까지 미칠 ‘풍선효과’다. 이미 정부는 김포나 부산, 충남 등에서 수차례 비규제지역 인근의 풍선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
비규제지역은 규제지역에 비해 대출자격요건이 까다롭지 않은데다가 취득세 및 양도세 등 각종 세금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규제지역 해제가 안정세를 찾던 전국 집값에 다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지방 분양시장 침체와 균형발전을 고려해 점진적인 해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수도권보다는 지방을 중심으로 규제해제가 검토되야 한다”며, “시장 과열을 걱정하기에는 지방 분양시장은 냉각상태에 가깝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고려한 과감한 결단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팀장은 “주택시장 상황과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대구와 같이 집값 하락이 장기화되고 아파트 공급이 꾸준한 데다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지역에 대한 검토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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