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6월 소비자물가가 6%대가 되면 7월 빅스텝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물가가 올랐을 때 경기에 미치는 영향, 환율에 주는 영향, 가계 이자 부담 비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금통위원들과 상의해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통화정책은 물가, 경기, 금융안정, 외환시장 상황 등 향후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데이터 기반(data-dependent)으로, 유연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와 같이 물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5월 26일) 이후 4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물가 여건의 변화가 있었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점 기대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고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제한 등으로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짐에 따라 유가가 금통위 직전 109달러 수준에서 6월 들어 평균 120달러 내외로 크게 상승하면서 지난 전망 당시의 전제치를 상당폭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특히 우려하고 있는 것은 해외발 공급충격의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며 “주요 글로벌 전망기관들에 따르면 고유가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높아진 국제 식량 가격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또 “국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하게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다”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물가 목표인 2%를 넘어 3%를 상회하고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2% 수준까지 상승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 간 상호작용(feedback)이 강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중립금리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금 단계에서는 우리가 믿는 중립금리보다 기준금리가 아래에 있기 때문에 물가가 계속 올라간다고 하면 중립금리까지 가고 그 상황에서 여러 변수를 판단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물가 정점에 대해서는 “3분기 정도에 물가상승률이 정점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 시장의 견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아직 큰 상태”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경기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성장 둔화, 주요국 금리인상 가속 등에 연말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주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미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향후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trade-off)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가 커진다는 것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5월 금통위가 있던 상황에 비해서 경기는 하방 위험이 커졌고 인플레이션은 상방 위험이 커진 상태”라면서도 “현 상태에서 저희들이 경기를 파악하기에는 올해 성장률이 보통 잠재성장률로 생각하는 2% 이상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 역전 우려에 대해선 “내외금리차 자체의 어떤 수준을 꼭 방어해야 된다는 경제이론은 없다”며 “내외금리차가 생길 때 우리나라만 생기는 것인지 다른 주요 국가들도 미국 금리와의 차이가 생기는 것인지, 그로 인해 환율과 자본유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 그때그때 상황을 보면서 적절히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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