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두려움이 경기 침체를 앞당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KB증권(대표 김성현닫기김성현기사 모아보기·박정림)의 ‘KB 매크로(Macro·거시 경제)’ 보고서다.
보고서는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 예일대학교 교수가 쓴 <내러티브 경제학>(Narrative Economics)을 언급했다. 해당 도서에는 ‘경기 침체 공포와 부정적 전망이 계속된다면 경제 체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더라도 자기실현적 예언이 된다’고 적시돼 있다. 즉, 두려움이 실제 경기 침체로 이뤄질 수 있다는 메시지다.
지난 주말, 뉴욕 연은은 올해 말부터 내년 사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며 연착륙 가능성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경제조사 기관 ‘콘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447명의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 가운데 43%는 올해 안에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 응답했다.
반면, 재무 담당 최고 책임자(CFO·Chief Financial Officer)들의 경우, 36%가 향후 경기 침체는 경계해야 하지만 2~3년 내에 경기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비교적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CEO들의 경기 침체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이 확인된다. CEO 중 15%는 이미 경기 침체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수요와 기업이익 감소가 확인되자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대응 중이다. 감원과 재고 감축 등으로 비용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과거에는 수요와 기업이익 감소가 상당 부분 진행된 뒤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훨씬 빨랐다.
메타(Meta·대표 마크 저커버그), 넷플릭스(Netflix·리드 헤이스팅스) 등 기술 기업을 시작으로 ▲테슬라(Tesla·대표 일론 머스크) : 제조 ▲웰스파고은행(Wells Fargo Bank·대표 찰스 샤프) : 금융 ▲레드핀(Redfin·대표 글렌 켈만) : 부동산 등이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직원을 줄이기로 한 기업 수는 전 산업에 걸쳐 속속 생기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소비는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에도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설비투자에 선행하는 자본재 주문도 증가세를 지속 중이다.
김효진 경제학자는 “종합해 보면 현재 재무 상황은 나쁘지 않지만, CEO들이 내다보는 향후 수요 전망은 이미 빠르게 위축되고 있고, 이에 따라 향후 신규 주문 및 채용에 더욱 보수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설문조사가 이번 달 FOMC의 기준금리 75bp 인상 전인 5월 중순에 진행됐음을 고려하면, 경기 침체 우려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감원과 주문 취소 등 기업들의 빠른 대응이 경기 침체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행정부 관료들은 시장의 경기 침체 우려에 맞서 지금 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연일 던지고 있다. 시장과 반대로 ‘자기실현적 예언’을 통해 현 상황을 극복하고 하는 것이다.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재무 장관은 이날 지상파 방송 중 하나인 ABC(American Broadcasting Company) 방송에 출연해 “미국 노동시장은 2차 대전 이후 가장 강력하다”며 “조만간 인플레이션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특히 그는 물가를 잡기 위해 중국산 일부 제품 관세 재검토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유가와 관련해서는 유류세 한시 면세 방안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의 경제 고문, 브라이언 디스(Brian Deese)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National Economic Council) 위원장 역시 CBS 방송과 폭스뉴스(Fox News)에 나와 경기 침체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아울러 물가 안정을 위한 추가적 입법 노력을 촉구했다.
디스 위원장은 “많은 사람이 미국 경제의 강점과 회복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 같다”며 인플레이션 대응 차원에서 가능한 입법 조치로 △처방 의약품 가격 인하 △에너지 인센티브(Incentive·보상)를 통한 가스·전기 등의 비용 인하 △세제 개혁을 통한 연방정부 적자 감축 등을 거론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