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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머스크’ 권도형, 김치코인 루나·테라 폭락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서다

기사입력 : 2022-05-13 18:13

(최종수정 2022-05-1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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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루나 가격 약 1원… 일주일 만에 99.999% 폭락

외신 기자 “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 주인공 같다”

최대 20% 이율 약속… ‘폰지 사기’ 지적 이어져

문제 지적 경제학자에 ‘가난하다’ 바퀴벌레’ 조롱

권도형 ‘테라폼 랩스’(Terraform Labs)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사진=야후파이낸스(Yahoo Finance)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이미지 확대보기
권도형 ‘테라폼 랩스’(Terraform Labs)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사진=야후파이낸스(Yahoo Finance)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한국판 머스크’라 불리던 권도형 테라폼 랩스(Terraform Labs)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가 주도해 발행한 김치코인(한국산 암호화폐) ‘루나’(LUNA)와 ‘테라USD’(UST)가 일주일 만에 시가총액 99%가 증발하면서 외신 보도가 쏟아지는 중이다.

미국의 주요 통신사 블룸버그(Bloomberg)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권 대표 나이는 1991년생으로, 올해 30살이다. 그는 대원외국어고등학교(교장 이영근)를 졸업한 뒤 실리콘밸리 인재의 산실이라 불리는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마크 테시어 라빈)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빅 테크(Big Tech·대형정보기술 기업) 애플(Apple·대표 팀 쿡)과 마이크로소프트(MS·대표 사티아 나델라) 기술자로 일하다 2015년 무선 인터넷 와이파이(Wi-Fi) 공유 서비스인 ‘애니파이’를 선보였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2016년 분산 네트워크를 연구하다 코인 ‘토끼굴’에 빠져들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2018년 신현성 티몬(TMON) 창업자와 함께 공동 CEO로 테라폼 랩스를 설립해 가격 변동이 크지 않도록 설계한 암호화폐 ‘테라’와 ‘루나’를 내놨다.

그는 처음부터 잘 나갔다. 창업 당시 암호화폐 업계의 집중적인 구애를 받았다. 두나무(대표 이석우닫기이석우기사 모아보기) 자회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대표 이강준)가 초기 자금을 댔고,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대표 창펑 자오)도 투자에 참여했다.

곧잘 성장했다. 두 코인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30% 이상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고공행진하며 시총 8위까지 부상했기 때문이다. 불과 한 달 전 루나는 15달러(약 2만원)에서 119달러(약 15만원)로 8배 가까이 올랐었다.

당시 권 대표는 가상화폐 큰손 ‘비트코인(BTC·Bitcoin) 고래’라고 불렸다. 최근엔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가 증권 법 위반 혐의로 그에게 소환장을 발부하자 반대로 그가 다시 SEC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그는 한국과 테라폼 랩스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를 오가며 일했다. ‘도권’(Do Kwon)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그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 ‘트위터’(Twitter·대표 파라그 아그라왈) 팔로워(follower)는 63만명이 넘는다.

그는 암호화폐로 부자가 되자 국내외 언론과의 접촉은 피하면서 ‘루나틱’으로 불리는 투자자들과 SNS로 소통해 왔다. 트위터를 애용하는 그의 모습이 세계 최대 부자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Tesla) CEO와 닮았다 해서 ‘한국판 머스크’라는 별명도 붙었다.

잘나가던 중 문제가 터졌다. 루나 가격이 1원까지 주저앉는 ‘루나 쇼크’가 발생한 것이다. 루나는 테라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만들어진 코인이다. 테라는 현금이나 국채 같은 안전자산을 담보로 발행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여타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자체 발행한 루나를 통해 가치를 증명하는 구조다.

그가 설계한 이와 같은 구조는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이라 가능했다. 테라는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으로, 미 달러화에 1:1로 가치가 고정(pegging) 돼 있다.

1테라 가치가 1달러보다 떨어질 경우 테라 보유자는 테라폼 랩스에 테라를 맡기고 1달러가량 루나를 받아 이득을 챙길 수 있다. 투자자들이 테라를 사서 테라폼 랩스에 팔면 시중에 도는 테라 공급량이 줄기 때문에 테라 가격은 다시 오른다. 루나를 시중에 풀어 공급량을 늘려도 루나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신뢰가 뒷받침돼야 해당 시스템이 돌아간다.

최근 증시 불안과 함께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지자 그가 설립한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FG‧Luna Foundation Guard)는 약 15억달러(1조9300억원)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암호화폐 가격 급락세와 같이 테라폼 랩스가 발행하는 테라도 1달러 밑으로 추락하자 테라와 달러 가치를 맞추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벌인 것이다. LFG는 테라를 위해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조직이다. 테라 가치를 떠받드는 안전장치 일환이라 보면 된다.

권 대표는 테라폼 랩스의 기본 통화인 루나 공급량도 조절했다. 루나를 대량으로 찍어내 이를 바탕으로 테라를 대거 사들여 가격을 올리려 했던 것이다.

13일 기준 암호화폐 '루나'(LUNA) 시세 및 거래량 추이./사진=빗썸(대표 허백영) 누리집 갈무리이미지 확대보기
13일 기준 암호화폐 '루나'(LUNA) 시세 및 거래량 추이./사진=빗썸(대표 허백영) 누리집 갈무리

하지만 루나 통화량이 불면서 그의 계획과 달리 루나 가치도 폭락했다. 13일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두나무 대표 이석우) 비트코인(BTC·Bitcoin) 마켓에서 1루나 가격은 0.00000003BTC(약 1원)로, 지난 6일 0.0021BTC(약 8만4000원)에서 99.999% 이상 폭락했다. 이달 1일까지만 해도 국내외에서 10만원대에 거래됐는데, 최근 일주일 사이 가격이 확 꺼진 것이다.

이에 업비트와 빗썸(대표 허백영)은 지난 11일 루나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뒤 이날 입출금을 전면 중단했다. 코빗(대표 오세진)도 지난 10일 루나를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뒤 11일 월렛 시스템 점검에 따른 입출금 임시 중단을 안내했고, 코인원(대표 차명훈)도 지난 11일 루나와 테라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바이낸스도 이날 루나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루나 쇼크’는 전체 암호화폐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Federal Reserve System)의 ‘빅 스텝’(Big Step·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평소보다 훨씬 큰 폭으로 코인 대부분이 하락했다.

세계 시장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 루나·테라와 연관된 상장 지수상품(ETP·Exchange Traded Product)도 폭락하면서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21셰어즈 테라 ETP’는 99% 폭락한 0.01스위스프랑(CHF)에 거래를 마쳤다. 해당 ETP는 루나를 추종한다. 비슷한 상품으로 유럽 리히텐슈타인 거래소에 상장된 ‘밴엑 테라 상장 지수증권’(ETN·Exchange Traded Note)도 98% 떨어진 0.0047유로(약 6원)로 집계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테라 ETP의 99% 폭락을 지난 2018년 미국 월스트리트가(Wall Street)의 ‘볼마게돈’(Volmageddon·변동성이 초래한 아마게돈) 사태 때 관련 파생상품이 추락했던 수준과 비견된다”고 보도했다. 당시 공포지수로 취급된 ‘변동성 지수’(VIX·Volatility Index)와 연계된 ETN은 93% 폭락하며 청산됐다. 테라 ETP 발행사인 ‘21셰어즈’ 역시 루나 가격 하락과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자사 상품도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결국 투자자들은 테라와 루나를 모두 팔아버리는 것을 선택했다. 부실 징후가 보이는 금융회사에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예금을 인출하는, 이른바 ‘뱅크런’(Bank Run) 사태가 터진 것이다.

탄탄대로를 걷던 권 대표는 현재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린 상태라 알려지고 있다. 신원미상의 남성이 루나·테라 가격이 급락하자 그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 경찰 수사 받는다는 소식도 잇따른다.

권 대표는 최근 코인 폭락을 해결하고자 15억달러(1조9252억5000만원) 자금 조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 이 막대한 자금을 주는 이는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지금의 사태를 맞았다. 지난 12일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테라폼 랩스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가상화폐 거래를 정지하는 ‘블록체인 시스템 중단’을 선언했다.

권도형 ‘테라폼 랩스’(Terraform Labs)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가 11일(현지시간) 루나 폭락에 따라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가상화폐 거래를 정지하는 ‘블록체인 시스템 중단’을 선언했다./사진=권도형 테라폼 랩스 대표 트위터(Twitter·대표 파라그 아그라왈)이미지 확대보기
권도형 ‘테라폼 랩스’(Terraform Labs)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가 11일(현지시간) 루나 폭락에 따라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가상화폐 거래를 정지하는 ‘블록체인 시스템 중단’을 선언했다./사진=권도형 테라폼 랩스 대표 트위터(Twitter·대표 파라그 아그라왈)

사실 테라폼랩스의 사업 구조에 관한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실물 자산이 아니라 루나 공급량 조절로 테라 1개 가치를 1달러에 맞추는 방식의 알고리즘’과 ‘테라를 예치할 경우 루나로 바꿔주고 최대 20% 이율을 약속하는 방식의 투자자 모집’은 폰지 사기(Ponzi Scheme)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테라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루나를 발행해 테라를 사들이고, 1달러를 웃돌면 테라로 루나를 사들여 소각시키는 구조는 결국 실제 이윤 창출 없이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나눠 주는 다단계 금융 사기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외신은 일제히 권 대표의 과거 행적과 트위터 발언을 들추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CoinDesk)의 데이비드 모리스(David Morris) 기자는 이러한 사태를 목격한 뒤 “권도형 대표는 암호화폐의 엘리자베스 홈스”라며 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의 주인공과 비교했다. 그는 권 대표가 이번 루나·폭락 사태로 인한 소송과 형사 고발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했다.

코인데스크는 “권 대표가 과거 실패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인 ‘베이시스 캐시’(Basis Cash)도 익명으로 공동 설립한 적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의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 Inc.)는 “지난해 7월 영국의 한 경제학자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모델의 실패 가능성을 짚자 그가 ‘난 가난한 사람과 토론하지 않는다’고 조롱했었다”고 전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권 대표는 루나의 근본 구조에 대한 비판에도 ‘바퀴벌레’ ‘멍청이’라고 대응했다고 알려진다. 데이비드 모리스 기자는 권 대표를 향해 “그는 함선에 구멍을 낸 뒤 침몰하는 배의 구멍에 쏟아부을 자본을 찾고자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권도형 대표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루나와 테라의 하루 교환 한도를 지금보다 4배 늘리겠다고 언급했다. 루나를 시중에 4배 더 풀고 테라를 더 소각하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루나 투자자는 당연히 손실을 볼 수밖에 없게 된다. 권 대표는 루나 투자자들을 향해 “이 방법밖에 없으니 참아달라”고 말했다.

테라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루나는 11일과 12일 이틀간 21억980만개 물량이 풀렸다. 기존 발행 물량 3억8600만개의 6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 결과 이날 루나 가치는 1원으로 폭락했다.

미국 내부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셰러드 브라운(Sherrod Brown) 민주당 의원은 “이번 테라 폭락은 규제되지 않은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줬다”며 “만약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 간사 팻 투미(Pat Toomey) 의원도 “스테이블 코인이 결제 자동화를 이끌 잠재력이 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의회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이 (투자한) 돈을 잃는 등 큰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앞서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재무장관 역시 전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스테이블 코인은) 급격히 성장하는 상품”이라며 “금융 안정성에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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