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취임 일성으로 통화정책에서 성장과 물가의 균형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취임사에서 "개인적으로 무한한 영광이지만 제게 주어진 기대와 책무를 생각하면 어깨가 참으로 무겁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총재는 "단기적으로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미 연준의 예상보다 빠른 통화정책 정상화, 그리고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이 통화정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회복세가 기존 전망보다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 경제 상황을 판단했다.
총재 공석 가운데 이뤄진 지난 4월 금통위에서 인상 결정이 이뤄지면서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연 1.5%다.
한국 경제가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세계화의 후퇴 흐름이 코로나 이후 뉴노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 등을 짚었다. 이 과정에서 정치·경제·안보 등 여러 이슈가 서로 연계되면서 국제정세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민간 주도로 보다 창의적이고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 나아가야 하고, 소수의 산업과 국가로 집중된 수출과 공급망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 과정에서 고통이 수반되겠지만, 이를 감수하고 구조개혁을 통한 자원의 재배분 노력을 서둘러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나친 양극화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켜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킬 것이기에 이에 대한 해결도 필요하다"며 구조개혁 과정에서 나타날 문제 해결 필요성도 짚었다.
특히 가계와 정부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을 짚기도 했다. 고령화로 복지 수요가 늘어날수록 경제성장에 쓸 수 있는 재정 여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꼽았다.
이 총재는 "부채의 지속적인 확대가 자칫 거품 붕괴로 이어질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을 우리는 과거 경험으로부터 알고 있다"며 "거시경제 안정을 추구하는 한은으로서 부채 문제 연착륙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의 본연의 역할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인데 거시적 담론을 이야기 하는 데 대해 "우리 경제가 당면한 중장기적 도전을 생각해 보았을 때 우리의 책임이 통화정책의 테두리에만 머무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상궤도로의 회복을 위한 어떠한 정책수단도, 특히 통화정책의 경우 더욱이 그 효과가 제약될 수 밖에 없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통화정책만으로는 안되며,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기에 이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임직원에게 외부와의 소통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정부와의 소통에 대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소통한다고 독립성이 저해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시대적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정부와, 시장과, 또 민간기관과 건설적 대화가 반드시 필요한 때"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은 내부에서 나왔던 인사·조직 운영, 급여 등에 대한 부분도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예산이나 제도 등 여러 제약들로 인해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하나둘씩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언급했다.
이 신임 총재는 1960년생 충남 논산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쳐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역임했다.
한은법에 따라 한은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기는 4년이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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