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미 투자자 겁먹게 만드는 그 이름 ‘공매도’
(3) 다른 나라 ‘공매도 제도’ 톺아보기
(4) 정의정 한투연 대표 “정부, 개인 투자자 보호해야”
기자도 개미 투자자로서 공매도로 인한 손실을 꽤 봤다. 주가가 오를만하면 그 속도의 몇 배로 떨어지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면, 손가락을 탓하기 전 공매도를 탓했다. 개미들이 아무리 사들여도 공매도 한 방이면 주가 하락은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궁금해졌다. 공매도 순기능은 없는 것일까? 해외는 어떻게 운용하고 있을까?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백 투자 백 수익’ 아니겠나? 그래서 공매도를 파헤치기로 했다.
‘공매도’가 도대체 뭐길래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5일 불법 공매도와 주가 조작 등에 관한 처벌 강화 방안을 찾겠다고 선포했다.
요약하면, 법무부를 중심으로 시세 조정 등을 엄중히 처벌하고 범죄 수입 환수도 철저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검찰(검찰총장 김오수)과 금융위원회(위원장 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원장 정은보닫기정은보기사 모아보기),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 등 관련 기관과의 모니터링 등 수사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특히 금융위 산하 자본시장 조사단에 별도 임시조직(TF‧Task Force)을 만들고 인력을 보강해 수사역량을 강화하려 한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불법 공매도에 관한 처벌이 강화한다면 합법 공매도는 괜찮다는 얘긴데, 나누는 기준은 무엇이며 공매도라는 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모든 게 그렇듯 기본 개념을 알 필요가 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영어로는 ‘short stock selling’, 한자로는 ‘空賣渡’로 풀이하면 ‘없는 것을 판다’는 뜻이다.
어떻게 없는 것을 팔 수 있을까?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반적인 투자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이나 채권을 팔기 때문에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해당 주식이나 채권을 다시 구해 매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매도 주문을 냈을 경우, 삼성전자 주가가 현재 7만원이라면 일단 7만원에 그대로 판다. 그리고 3일 뒤 결제일에 주가가 6만원으로 떨어졌다면 투자자는 6만원에 주식을 다시 사서 결제해 주고 주당 1만원의 시세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즉, 예상대로 주가가 하락한다면 많은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손해가 발생한다. 주식을 확보하지 못해 결제일에 주식을 입고하지 못한다면 결제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위험 부담이 큰 투자 방식이라 주로 약세장이 전망되는 경우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매도 상환기간이 없다. 주식을 빌려준 사람이 상환 요청을 하지 않으면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개미 투자자들은 공매도 상환기간을 60일 혹은 90일로 제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무차입 공매도’만 금지하고 있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부터 하는 거래 방식이다. 하지만 처벌 수위가 약하고 실무상 이를 적발하기 힘들어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무부가 서울 여의도 증권가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수사단과 범죄수익환수팀 신설을 추진하는 이유도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에 관한 실질적 형사처분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2020년 3월 공매도를 중단했다가 1년 2개월 만인 지난해 5월 3일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다. 조만간 1년을 맞이한다.
개미 투자자가 ‘공매도’에 겁먹는 이유
개미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겁먹는 가장 큰 이유는 눈앞에서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 아무 손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주식 시장이란 게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지만 기관이 나서서 공매도를 하는 것을 지켜만 보는 개인의 마음은 외롭기 그지없다.
특히 최근 하락장에 공매도 확대가 맞물리면서 개인투자자의 불만 목소리는 더욱 커지게 됐다. 온라인 투자자 카페와 게시판 등에는 “외인은 공모주 먹고, 공매도 먹고, 공으로 다 먹는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공매도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그 첫 번째 원인은 차등 적용 중인 ‘공매도 상환 기간’에 있다.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에 있어 주가가 떨어지지 않았더라도 빌린 주식을 60일 안에 갚아야 하지만, 정보력과 자금력이 뛰어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빌린 주식의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무기한’으로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담보비율도 마찬가지다. 개인투자자 담보비율은 140%에 달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105%로, 증거금 없이도 수십 배의 공매도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레버리지는 자산 투자로부터의 수익 증대를 위해 차입자본(부채)을 끌어다가 자산매입에 나서는 투자전략을 총칭하는 말이다.
공매도로 인한 의도적인 주가 하락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특정 세력이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등 주식시장에 혼란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기업을 믿고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손실을 맞고 만다.
또한 투자자 예상과 달리 주식을 공매도한 뒤 주가가 급등하면 손실 부담이 증가해 빌린 주식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물론 특정 주식의 가격이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매도 주문을 증가시켜 주가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등 증권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막대한 현물을 내다 팔면서 주가 하락을 유도해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공매도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실적이 오르면 주가가 상승하는 공매도 ‘순기능’이 통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치보다 지나치게 주가가 오른 종목에 공매도가 붙어야 하는데, 현재는 오히려 저평가 종목의 발목을 붙잡고 있어 개인투자자의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미 투자자를 대표하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4일 주식 양도세 폐지 이유와 함께 공매도 개혁 관련 8가지 제안이 담긴 성명서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참여 확대 외국인과 기관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요지다.
성명서 내용에는 ▲공매도 총량제 도입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90일로 변경 ▲외국인과 기관도 개인처럼 증거금 도입 법제화 ▲외국인과 기관 담보비율을 개인처럼 140%로 변경 ▲전일 종가 이하 공매도 금지 ▲거래 부진 종목에 대해 지정 증권사들이 매수·매도 가격을 아래위로 촘촘하게 제시해 가격 형성을 주도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장조성자 제도’ 폐지 또는 전면 개정 ▲10년간 공매도 계좌 수익액 조사로 개인투자자 피해액 확정 ▲공매도 금지 기간 14개월간 영향분석 조사 ▲금융위원회(위원장 고승범) 산하 개인투자자 보호 전담조직 설치 등이 담겼다.
개미들의 반발 비웃듯 공매도 물량 증가세
개미들의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공매도는 이를 비웃듯 더 많아지고 있다. 영국계를 중심으로 외국인들이 주범으로 지목된다.
13일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스피 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은 29조9549억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7년 5월 이후 분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공매도가 금지되기 직전인 2019년 4분기(16조3842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코스피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4980억원이다. 지난해 4280억원보다 14% 늘었다. 특히 공매도가 가장 활발했던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만 놓고 봤을 때 일평균 거래대금은 7485억원으로 6% 수준의 물량이 공매도로 출회됐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평균 2650포인트로 최저점이었다.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가운데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540억원으로, 71.1%를 차지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1330억원, 110억원으로 26.7%, 2.1%에 불과했다. 국가별로 따지면 영국 자금이 1분기 동안 국내 주식 시장에서 5조3460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가장 앞섰다. 금융감독원(원장 정은보)은 지난 11일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올 1분기 동안 순매도한 금액은 9조1230억원”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외국인들은 지난 1월에 1조6770억원을 팔아치우더니 2월에는 2조5800억원, 3월에는 4조8660억원을 점점 순매도 규모가 커졌다. LG생활건강(대표 차석용닫기차석용기사 모아보기)의 경우 지난해 7월 178만4000원까지 올라갔지만, 대량 공매도가 터지면서 12일 기준으로 88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대장주’ 삼성전자(대표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경계현)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달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순매수 1위 삼성전자는 지난달 11일부터 약 한 달간 7000억원 넘는 공매도 주문이 몰렸다. 그 결과 올 1분기 역대 최고치인 77조원 매출(잠정)을 달성하고도 ‘6만전자’까지 내렸다. 이 밖에도 LG에너지솔루션(대표 권영수닫기권영수기사 모아보기), SK하이닉스(대표 박정호닫기박정호기사 모아보기‧곽노정), HMM(대표 김경배) 등 다수 종목이 공매도 물량이 겹치면서 주가 오름세가 막혔다.
문제는 앞으로도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아직 대차잔고는 이달 기준으로 72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공매도가 금지됐던 지난해 같은 기간(48조원)에 비해 20조원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대차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을 뜻한다.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공매도 순기능에 관해 인정하지만, 전면 재개를 하기 이전에 개인과 외국인 사이 형평성을 보완해야 한다”며 “지금은 한국 증시에서 공매도 영향을 제대로 조사해야 하는 단계”라고 주장했다.
공매도 순기능은?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매도를 완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가 지배적이다. 전 세계에서 자본 선진 시장으로 인정받으려면 공매도 제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천억 달러 추종 자금을 거느리고 있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dex)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도 ‘공매도 전면 허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경우 853억달러(약 104조원) 가량 투자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인 약 19조원의 5배에 달하는 자금이 한 번에 유입되는 것이다. MSCI는 매년 6월 선진국 지수와 신흥국 지수를 재분류하기 때문에 올해 편입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5월에는 공매도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
전상경 한양대학교 교수는 “MSCI는 주가에 거품이 꼈을 때 제대로 가치를 찾도록 하는 도구로 공매도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주식 시장이 존재하는 이유는 합리적 가격이 얼마인지 찾기 위해서인데 개인 투자자 손실을 우려하다가 시장이 왜곡되면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공매도가 이르면 이달 전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투자심리가 썩 좋지 않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쯤 재개되지 않겠냐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올해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공매도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면서도 “시기와 방법은 정부 당국과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매도 서킷브레이커’를 국내 주식시장에 도입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밝힌 상태다. ‘공매도 서킷브레이커’는 주가가 과도한 수준으로 하락할 경우 자동으로 발동해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장치다.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공매도에 관한 현 정부 기조를 뒤집고 ‘소액주주 친화적’으로 대폭 손질할 것을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 심리를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김지현 한림대학교 교수는 ‘공매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개연성’ 논문에서 “공매도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도입된 거래 제도 중 하나로 공매도를 금지할 경우 가격발견 기능 저해 및 유동성 저하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매도 본연의 기능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제도적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적발과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배경훈 한양대학교 교수는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대부분 부정적으로 인식하지만 더 큰 문제는 주식가격과 펀더멘털(기초자산) 간 큰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공매도를 통해 적정주가를 찾아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가 필요한 것은 시장 교란과 주가조작을 야기하는 공매도”라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주가에 정보가 반영되게 하는 공매도는 건전한 자본시장을 위해 장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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