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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떠나는 이주열 "성장 지키면서 금융안정과 물가 잡을 수 있는 묘책 필요"

기사입력 : 2022-03-31 15:24

(최종수정 2022-03-3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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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한은맨' 8년 수장 마치고 31일 퇴임
"중앙은행 역할 어디까지 닿아야 할 지 고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후 3시 서울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 한국은행(2022.03.31) 이미지 확대보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후 3시 서울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 한국은행(2022.03.31)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성장을 지키면서도 금융안정과 함께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가 8년 간의 통화당국 수장을 마치며 중앙은행이 시대적 변화에 맞는 유연한 사고로 고차방정식이 된 경제 난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총재는 31일 오후 3시 서울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실제 지난 8년간 제 임기중 대부분은 기존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많이 다른, 매우 익숙치 않은 새로운 거시경제 환경에서 통화정책을 운용하지 않았나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퇴임을 앞두고 '학창시절 마지막 시험에서 막 답안지를 제출했을 때의 심정'이라고 표현했다. 후련함도 있지만 답안지를 다시 복기해보니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는 일관성 있고 예측가능한 정책 운용을 통해 비로소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버냉키 전 미국 연준(Fed) 의장의 '통화정책은 포커 게임처럼 내 패를 감춰야 하는 비협조 게임(non-cooperative game)이 아니라 패를 보여주고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협조게임(cooperative game)'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정책의 출발은 항상 시장과의 소통이라는 것이다.

이 총재는 "정책결정의 적기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시장참가자와의 인식의 간극을 줄여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그러나 시장과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우리의 의사전달이 충분했는지, 그래서 신뢰가 온전히 형성됐는지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소회했다.

재임기간 동안 세월호 사고, 메르스 사태, 브렉시트, 미·중 무역갈등과 세계화의 후퇴, 급기야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세계 보건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그야말로 격랑의 소용돌이를 지나왔다고 짚었다.

이 총재는 "개별 사건의 충격이 어떻게, 어느 정도로 파급될지 예상하기도 어렵거니와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여 경제 전체를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지 가늠조차 쉽지 않았다"며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 위기 이후 경제예측이 어긋나고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역시 높은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할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신뢰가 통화정책의 성과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어쩌면 중앙은행의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학에 대한 근본적 재고찰(rethinking)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는 점도 지목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장기간 이어졌음에도 세계경제가 저성장·저물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던 상황은 경제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한다는 말이 나오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짚었다.

이 총재는 "좀처럼 풀리지 않은 이러한 수수께끼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더 복잡해지고 난해한 고차방정식이 되어 버렸다"며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불균형이 심화되고 금융위기 이후 사라져 버린 줄로 알았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나면서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또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제라는 것은 어떤 공식에 의해 정교하게 맞물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라기보다 사회의 구조 변화와 기술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일종의 생태환경이라고 꼽았다.

이 총재는 "시대적 변화에 걸맞은 유연한 사고만이 우리 앞에 놓인 여러 난제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해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중앙은행의 역할이 어디까지 닿아야 할지도 또 다른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으며, 중앙은행으로서의 본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앞으로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지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겠다"고 말했다.

내부경영에 대해서는 이 총재는 "직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는 미흡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우리 직원들이 약 2년간의 노력 끝에 조직·인사 혁신방안의 밑그림을 그렸는데, 앞으로 어떻게 실행해 나갈 것인가는 이제 새 총재와 여러분의 몫으로 남게 됐다"며 "한은이 탁월하고 건강한 조직으로 한걸음 한걸음 꾸준하게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다음 총재로 지명되신 분은 빼어난 인품과 뛰어난 식견을 갖춘 훌륭하기 이를 데 없는 분이라 생각한다"며 "새 총재님의 풍부한 경륜이 여러분들의 열정과 결합되어 한은이 더욱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43년간 한은에서 근무한 '정통 한은맨'이다. 2014년 총재로 취임해 2018년 연임해서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총재를 역임했다.

취임 당시 2.5%였던 기준금리를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사상 최저치인 0.5%까지 인하했다가 현행 1.25%까지 끌어올린 상황에서 퇴임을 맞게 됐다.

차기 한은 총재 후보자는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이 지명됐다.

31일 오후 3시 서울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임식에서 단체 모습. / 사진제공= 한국은행(2022.03.31) 이미지 확대보기
31일 오후 3시 서울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임식에서 단체 모습. / 사진제공= 한국은행(2022.03.31)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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