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연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21회의 개인전을, 그룹전과 단체전을 약 200회 이상 진행한 중견 화가이다. 이번 전시는 총 24점의 평면 작업을 전시하고 서승연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물 속에 잠긴 도시와 삼청동, 남대문 그리고 백두산을 다룬다.
서승연의 과거 작품세계는 외국의 풍경에 대한 관심이 커 그 풍경을 화폭으로 옮겨왔으나 현재는 자신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것에 주목한다. 그래서 화가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기억하는 땅 위 한국 전통 건축물을 고르게 되었다고 한다. 관람객들은 돌담길 사이를 눈으로 걸으며 과거의 추억으로 잠기게 된다. 어릴 적 대여섯 명이 머리를 맞대고 딱지치기하던 골목이 어른 두명이 지나도 어깨가 닿을 정도로 좁아진 골목길은 낯설게만 느껴진다. 학교에서 가져온 손가락 한마디정도로 짧아진 파란색 분필로 친구 욕을 써 놓던 시멘트 담장에는 어느새 담쟁이가 자리를 잡아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미술로 걷는 골목길은 아련한 시간이 녹아져 있다. 화가가 바라보는 그 골목에는 우리의 감성이 묻어 있다.
서승연의 시야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 광화문, 숭례문으로 향한다. 누군가의 사적인 기억이 담긴 골목에서 모두가 함께 기억을 공유하는 넓은 광장으로의 이동이다. 이는 개인의 기억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으로의 확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서승연이 그려낸 광화문과 숭례문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활기차고 반짝이는 숭례문과는 달리 광화문은 인적하나 없이 굳게 문이 닫혀있는 모습이다. 화폭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붉은 빛을 머금고 있어 광화문의 과거 순탄치만은 않았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건물은 과거를 기억한다. 글자를 새기지 않아도 벽돌 하나하나는 과거를 기억하고 있으며 현재도 함께 담는다.
다음으로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작품은 백두산을 소재로 한 신작 <Life22-01>(2022)이다. 150호의 거대한 캔버스에 펼쳐진 백두산은 무궁화와 어우러져 웅장함을 자아낸다. 늘 한국의 건축물을 다루던 서승연에게 있어 자연 풍경의 백두산은 새로운 도전처럼 보인다. 서승연에 따르면, <Life22-01>(2022)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알림과 동시에 통일에 대한 염원이 담겨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서승연의 작품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누군가의 사적인 기억을 담고 있는 골목길에서 현재의 역사를 함께 품어가고 있는 숭례문과 광화문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있어 미래의 거대한 숙제와도 같은 통일이라는 과제를 다룬다.
이창선 기자 lcs2004@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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