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코로나19 이후 첫 금리 인상
이번 금리 인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첫 금리 인상이다. 연준은 2015~2018년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다가 2019년 7월부터 다시 금리를 내렸다. 2020년 3월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금리를 제로(0)에 가깝게 파격적으로 낮췄다.
금리 인상 배경으로는 높은 물가 상승률이 꼽힌다. 미국 노동부가 10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는 1년 전에 비해 7.9% 급등했다. 이는 40년 만의 최고치로, 연준의 물가 목표치 2%를 대폭 웃도는 수준이다.
러시아 디폴트 선언 가능성↑… ‘16일 첫 고비’
같은 날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일단 오는 16일이 첫 고비가 될 전망이지만, 이날을 넘긴다 하더라도 다음 달 훨씬 규모가 큰 채무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다.
실제로 러시아 경제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미 루블화는 50%가량 폭락했고, 주식거래 중단 기간도 14일에서 18일로 연장됐다. JP모건은 러시아가 16일이 첫 번째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은 러시아의 달러 표시 채권 1억1700만달러(1447억2900만원) 이자 지급 만기일이다. 이날 해당 이자를 채권자들에게 지급하지 못할 경우 디폴트가 선언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외화채권의 이자 지급은 최대 30일 유예기간을 둘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원장 최재영)는 ‘러시아 국채 디폴트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오는 16일 지급해야 하는 이자를 포함해 이달 중 지급해야 하는 국채 이자가 총 7억3100만달러임을 밝혔다. 다음 달에는 원금 20억달러와 이자 1억2900만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현재 금융제재로 서방에 예치된 러시아 외환보유액(한 나라가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축하고 있는 외화 자금)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 외환보유액 6300억달러가 미국 국채, 금 등에 주로 투자돼 있는데, 이를 달러로 바꿀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의미다. 현 단계에서 러시아가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외환 보유액은 300억달러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비우호 국가’에 관해 이자를 루블화로 지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비우호 국가는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한 48개국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 사실상 러시아 채권국 전부다. 하지만 달러화 국채 이자를 루블화로 지급할 수 있다는 옵션 조항은 없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각국 중앙은행 고민 깊어져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경기 둔화가 결합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짐에 따라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970년대 오일쇼크(석유 파동) 시기보다 심한 ‘역대 최악’의 원자재 가격 폭등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스와 JP모건체이스는 최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p가량 내리는 대신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1%p 올렸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경기 침체는 피해야 한다”며 “경기 침체에 빠지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오고 이는 매우 나쁜 일”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골드만삭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75%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고유가 등으로 올해 미국인의 실질 가처분소득(개인소득 중 소비 ·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이 0.7%p 감소할 것이며, 국제 지정학적 위기가 소비 심리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 내다본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이 내년 중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나는 ‘경기 침체(Recession)’에 빠질 위험이 20~35%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높은 물가에 비상이 걸린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속속 통화 긴축으로 돌아서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European Central Bank)은 지난 10일 채권 매입을 3분기 종료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은 지난 2일 기준금리를 0.5%로 0.25P 올리며 3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곡물 가격의 상방 압력이 커짐에 따라 시행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영국에 이어 주요 7개국(G7) 가운데 두 번째 빠른 조처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도 오는 18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0.25%p 올릴 것이 예상되고 있다. 잉글랜드은행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영국의 1월 CPI는 5.5%로 199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주중앙은행(RBA) 역시 필립 로우 총재가 최근 한 포럼에서 연내 금리 인상에 관해 “타당하다”고 말하는 등 ‘광산 개발 붐’이 있었던 2010년 11월 이후 첫 금리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일시 중단된 이란의 핵 합의 협상과 러시아의 카이브 총공세가 임박한 우크라이나 전시상황에 따라 국제 유가 흐름도 주목된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European Union)까지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동참할 경우 유가 강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유가는 서부 텍사스원유(WTI‧West Texas Intermediate) 기준 배럴당 11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세계 3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원유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로 한때 유가는 배럴당 130달러(16만1070원)까지 돌파했다. 유가상승에 미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4956원)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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