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의 성패를 가른 결정적인 대목 중 하나는 단연 부동산이 꼽힌다. 문재인정부 집권 5년간 공급확대보다는 다주택자 규제에 방점을 찍었던 정책 방향은 시장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그 결과는 최근 2년 연속 전국 집값의 두 자릿수 상승이라는 치명적인 형태로 돌아왔다.
경선 과정에서부터 뚜렷한 친기업·시장 친화 노선을 드러냈던 윤석열 캠프, 이들이 내놓은 부동산공약과 실현 가능성, 부작용 등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분야별로 나눠 살펴봤다.
임기 내 250만 호 주택공급, 어디에 어떻게 짓나?
규제에 비해 공급에 인색했다는 평을 받았던 문재인정부의 부동산대책과는 반대로, 윤석열 캠프는 ‘임기 내 250만 호’의 주택공급을 약속하고 나섰다. 수도권은 130만호 이상, 최대 15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도 덧붙였다.구체적으로는 ▲재건축‧재개발 47만 호(수도권 31만 호) ▲도심‧역세권 복합개발 20만 호(수도권 13만 호)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 18만 호(수도권 14만 호) ▲소규모 정비사업 10만호(수도권 7만호) ▲공공택지 142만 호(수도권 74만 호) ▲기타 13만 호(수도권 12만 호) 등이 공약집에 이름을 올렸다.
불필요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시정비 시장 활성화라는 방향성에는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재원이나 건설자재, 택지확보 등의 세부안이 부족하다는 점은 비판의 대상이다.
먼저 서울 등 수도권에 공급될 130만호의 경우, 절반 이상이 ‘공공택지’에 포함됐다. 공공택지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공사 등 공공기관이 조성하는 택지를 말한다. 토지 수용권을 동원해 조성하기 때문에 민간 업체가 사서 개발하는 택지보다 공급가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공공택지는 주민들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하면 지구계획 지정부터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실제로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던 태릉CC 택지 이용안의 경우, 8.4대책이 발표된지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간신히 토지이용 구상안이 마련될 정도로 진행이 더뎠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윤석열 캠프가 제시했던 규제완화라는 당근책이 얼마나 강력하게 나올지가 공공택지를 통한 주택공급의 키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당선인은 현재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준을 조정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및 분양가 규제 운영 합리화 등을 제시한 상태다.
경인선 지하화를 통한 서울 주요 역사 용지 택지 확보·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통합 이전해 부지 마련 등의 방안이 거론됐으나, 모두 현실성 문제를 따져보면 임기 내 진행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복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윤 캠프는 이 밖에 1기 신도시에 양질의 주택 10만호를 추가로 공급하기 위한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도 거론됐다. 또 3기 신도시 등에 이주 전용 단지를 만들어 재정비 사업에 따른 주택 가격 상승 등을 제어한다는 방침도 내세웠다.
국내외 악재 겹겹, 공사 자재 마련도 쉽지 않아
또 하나의 관건은 자재 및 재원 마련이다. 특히 공사의 필수요소로 꼽히는 레미콘과 철근 등의 가동 상황이 발목을 잡는다. 아무리 공사를 진행하려 해도, 공사 자재가 없으면 공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근 공사 현장에서 잇따르는 사고의 원인 중 하나가 ‘부실한 자재 사용’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양질의 자재 확보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 1월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격론을 벌인 것도 자재 확보에 대한 부분이었다. 두 의원은 각 후보가 내놓았던 주택공급에 있어 ‘골재 부족’ 문제를 언급했다.
성일종 의원은 “서울, 수도권에 노태우 대통령 때 200만 호 한다고 그랬지만 5개 신도시에 한 게 30만 호였다. 그것도 그 당시에 골재가 없어서 못 한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 측의 ‘311만호 공급 공약’을 비판했다. 그러나 진성준 의원은 “똑같은 처지인데 윤석열 후보는 250만 호를 어떻게 짓느냐”고 응수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잿값 파동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평균 기준 2020년 대비 2021년 광물종합지수(KOMIS 기준)는 61.1%, 국제곡물 가격지수(DJ Commodity Grains 기준)는 45.3%, 유가는 7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초 가격 역시 3개월 전과 비교해 광물종합지수는 24.5%, 국제곡물 가격지수는 13.6%, 유가는 6.8% 상승하며 2022년 들어서도 원자재가격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구리, 니켈, 아연, 알루미늄, 주석을 비롯한 비철금속 국제가격은 최근 10년 내 최고점을 상회하고 있다. 알루미늄은 건설현장에서 거푸집으로 사용되는 ‘알루미늄폼(알폼)’의 재료로, 공사에서 빠져서는 안될 필수적인 자재 중 하나다.
철근·콘크리트 업계와 건설업계 간의 갈등 불씨도 여전하다. 철·콘업계는 자재 가격·노무비 인상, 불법 노조 횡포, 중대재해처벌법 등 업계를 둘러싼 어려움을 호소하며 종합업계의 적극적인 상생 의지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종합업계는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하수급인의 고충을 이해하지만 현장별로 계약관계가 천차만별인 만큼 대화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상호 의견차를 좁히는 것이 업계 전체의 피해를 줄이는 길이니만큼 현장 셧다운 등 강경한 대응에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다만 철·콘업계에서 그간 수차례에 걸쳐 자재 가격·노무비 인상에 대한 대화를 요청했음에도 대다수 종합건설업체들의 무성의와 저조한 간담회 참석률로 인해 철·콘업계의 집단행동 의지를 꺾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철·콘뿐만 아니라 대부분 자잿값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인건비도 상승해 건설사들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규제 때문에 인상된 비용에 대한 부분을 분양가에 반영하기도 힘들다”며 “일단 공사에 차질이 생기게 둘 수 없어 합의는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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