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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손태승, NPL 시장 판 흔들기 나섰다

기사입력 : 2022-03-07 00:00

(최종수정 2022-03-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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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CR 투자 개시…1000억원 이상 후속 펀드 예정
우리, 키플레이어 부심 기업구조조정으로 수익 다각화

김정태·손태승, NPL 시장 판 흔들기 나섰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하나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이 부실채권(NPL)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NPL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수익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 NPL 시장이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지주들은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NPL은 은행 등 금융권이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 대출채권을 뜻한다. 금융기관의 ‘부실 대출금’과 ‘부실 지급 보증액’을 합친 것으로,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에 따른 여신 분류 가운데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한다. 수익은 나지 않는 반면 위험가중치는 높아 은행의 자본비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묶어 전문 투자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NPL을 처리해왔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계열사 하나F&I는 올해 적극적인 사업확대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우선 하나F&I는 기업구조조정(CR·Corporate Restructuring) 투자를 개시했다. 기업구조조정 투자란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 등을 위해 자본시장법상 설립된 ‘기업재무안정PEF’를 통해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하나F&I는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에 업무집행사원(GP) 등록을 마쳤다. 지난달 5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HF제1호기업재무안정PEF’를 통해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첫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 대상은 토공사시설 등에 전문기술을 보유한 중소 전문 건설회사로, 투자는 담보부 대출 및 전환사채(CB)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나F&I는 1000억원 이상 규모의 후속 펀드도 설립할 예정이다.

하나F&I는 지난해 12월 NPL 담보자산 매각정보 시스템도 만들었다. NPL 담보자산 매입에 관심이 있는 고객에게 하나F&I가 관리하고 있는 NPL 담보자산의 상세 정보를 안내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NPL 담보 부동산의 매매거래를 활성화하는 한편 하나F&I의 인지도를 더욱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하나F&I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CR) 투자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수익성 악화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영업력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번 투자 개시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해 NPL 시장 전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는 투자관리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989년 외환캐피탈로 설립된 하나F&I는 2013년 여신금융업에서 NPL 투자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이후 2019년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이 보유하던 하나에프앤아이 지분 99.7%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해 1월엔 하나에프앤아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99.8%로 끌어올렸다.

국내 NPL 투자 시장은 유암코와 대신F&I, 하나F&I가 과점 체제의 세 축을 담당하고 있다. NPL 시장 경쟁 구도는 초창기 유암코와 우리F&I(현 대신F&I)가 양강 체제를 이뤘다.

2014년 우리F&I는 대신증권에 인수됐고 외환캐피탈이 외환F&I(현 하나F&I)로 이름을 바꾸며 NPL 투자사로 전환했다. 작년엔 키움F&I, 아시아F&I가, 올해는 우리금융F&I가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리금융은 2001년 지주사 설립 때부터 우리F&I를 계열사로 두고 출발해 국내 NPL 시장점유율 2위 업체로 성장시켰다. 2014년 지주 해체 결정에 따라 우리F&I를 대신금융그룹에 매각했다. 우리금융은 과거 14년간 NPL사를 성장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8년 만에 다시 NPL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그룹사 중 우리종합금융이 NPL 투자를 겸업으로 하고 있는 데다 이외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도 가능해 조기 정착의 토대가 이미 마련됐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은 지난 1월 우리금융F&I를 출범시키고 지주 최동수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우리금융F&I는 우리금융의 14번째 자회사로 설립자본은 2000억원이다. 우리금융이 지분 100%를 보유한다.

우리금융은 우리금융F&I를 3년 내 시장점유율 상위 3위 업체로 올려놓고 5년 후에는 시장 선도 플레이어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NPL 시장 성공적 진입, 공개입찰시장 점유율(M/S) 3위, NPL 시장 선도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3단계 로드맵을 설정했다.

먼저 우리금융F&I는 올해 우수 전문인력 영입과 초기 적극적인 투자로 NPL 시장 신흥 강자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까지는 안정적 자금조달, 정교한 밸류에이션, 체계적 자산관리, 그룹 시너지를 통해 업계 3위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기로 했다. 공개입찰시장 외 특별채권, PF채권, 무담보채권 등 투자도 병행해 투자 전문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이후 2026년까지는 경기에 민감한 NPL투자 사이클 특성을 고려해 적극적인 수익 다변화 노력을 펼치기로 했다. 그룹 내 은행, 캐피탈, 자산신탁 등과의 협업으로 부동산개발, 대체투자, 기업구조조정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특히 우리금융F&I는 NPL 시장 후발주자인 만큼 출범 후 2~3년간 NPL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우리금융F&I 관계자는 “우리금융F&I의 차별화 포인트는 금융지주그룹 계열사로서 저비용의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이라며 “설립 시부터 적극적인 투자전략 구사가 가능토록 설립자본 2000억원의 충분한 자금기반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F&I는 설립 초기 적극적 NPL 투자전략을 추진할 방침인 만큼 투자심의 관련 전문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점진적으로 보유자산 및 유동성 관리에 대한 리스크관리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F&I는 핵심역량 강화를 위해 NPL 밸류에이션 능력과 시장 네트워크, 관련 경험 등을 보유한 우수인력 확보와 지속적인 관리도 추진하기로 했다. NPL 시장은 약 400명의 종사자가 활동하는 좁은 시장인 만큼 우수인력 확보 후에는 전문성에 걸맞은 대우로 이탈하지 않도록 적극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투자-회수-이익’ 사이클이 단기간에 순환되고 입찰 성공 여부도 바로 공개되는 특성을 감안해 회사 성장과 직결되는 철저한 성과주의도 도입한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NPL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NPL 시장 성장 전망과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이 맞물려있다.

국내 NPL 시장 규모는 2016년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면서 부채상환부담 완화, 은행의 적극적인 부실채권 관리 등으로 점차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업계에서는 향후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종료,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NPL 관련 물량이 쏟아지면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5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대출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로 인해 부실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착시 효과라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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