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망자 수, 연 평균 1900명 이상. 2020년 통계청 기준 산업재해 사망자 수 2062명. 하루 평균 5.64명이 산재 사고로 인해 ‘퇴근’하지 못했다.
정의당이 던진 '중대재해법' 화두
노동계는 이런 사고의 위험성을 기업들의 과도한 업무 지시와 안전불감증에서 찾았다. 책임자 처벌 수위를 높여 기업들의 경각심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사망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지난 2017년, 정의당의 故노회찬 의원은 제 20대 국회 시절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부분의 대형재해 사건은 특정한 노동자 개인의 위법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불감 조직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골자였다. 이 같은 ‘현대형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업 등이 조직적·제도적으로 철저한 안전관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가 이 법에 따른 안전조치의무 및 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를 형사 처벌하며, 해당 법인에게도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법령상 사업장이나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감독의무 또는 인·허가 권한을 가진 공무원이 직무를 유기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20대 국회의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180석' 거대여당 민주당 우물쭈물에 '누더기입법'된 중대재해법
정의당을 필두로 해당 법안의 필요성이 지속 논의됐지만 이렇다 할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표류하던 법안이 다시 조명 받은 계기는 2018년 태안에서 발생한 또 하나의 비극적인 사고였다. 2018년 말,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한 20대 계약직 직원의 컨베이어벨트 끼임 사망사고가 터진 것이다.기업의 효율성이라는 면에 기대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기업 및 산업체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비정규직 계약을 일삼고, 최소 인원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기 위해 휴식시간조차 없는 무리한 업무를 지시해 사고가 촉발된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180석의 거대 여당으로 구성된 21대 국회는 공수처법이나 임대차3법 등은 발빠르게 통과시켰지만, 정의당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여당 인사들이 ‘야당이 심의를 거부한다’고 변명했다가 피해자 유족들의 일침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웃지못할 광경도 벌어졌다.
21대 국회는 결국 2021년 1월 8일,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이마저도 알맹이가 빠진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예외 설정과 유예기간을 지나치게 넓게 잡았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당초 노회찬 의원과 정의당이 내세웠던 중대재해법은 모든 기업과 사업주를 대상으로, 법률 공포 후 6개월 후 시행하도록 고안됐다. 그러나 실제 통과된 법에서는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률 공포 후 3년의 유예기간이 적용된다.
친기업 측은 '과잉 처벌' 외쳤지만...잇따른 대형사고에 설득력 줄어
이런 민주당의 움직임은 중대재해법 제정이 기업 활동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친기업 단체 및 산업계의 눈치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과잉 입법’이라며 관련 법률 보완을 요청해왔다. 지금도 관련 사고의 처벌 수위는 높고, 경영자와 원청에 대한 처벌이 늘어 기업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발생한 광주 건설현장 참사 등, 크고 작은 산재 사망사고들이 잇따라 터지며 이들의 주장은 서서히 설득력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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