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생인 그는 용퇴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해 인사에서 보란 듯이 살아남았다. 국내 100대 기업 중 가장 오랫동안 대표이사직을 유지한 기업인이다.
지난해 LG생건은 매출 7조 8445억 원, 영업익 1조 2209억 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차 부회장이 소비재 시장에서 16년 동안 성장 신화를 쓸 수 있었던 핵심 원동력은 ‘인수합병(M&A)’에 있다. 2005년 그가 취임할 때만 해도 LG생건은 주로 생활용품을 파는 회사에 불과했다. 2003년부터 2005년 사이 생활용품 부문 매출은 약 828억 원, 화장품 매출은 60억 원 감소했다. 계절을 많이 타는 화장품과 내수 시장 성장에 한계가 보이는 생활용품 시장을 타개하기 위한 비책이 절실했다.
LG생건은 2008년 음료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1% 증가한 378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 4년간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010년 1월 차 부회장은 화장품 부문에서 또 다른 M&A를 진행했다. 로드숍을 중심으로 커지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더페이스샵’을 사들이며 국내 1020세대 소비자층을 사로잡았다.
K-뷰티로 성공신화를 쓰고 있던 중국 시장에도 먹구름이 몰려왔다. 2013년부터 시작한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논란은 중국 시장에서 국내 화장품 기업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사드의 여파가 가장 컸던 2017년, 아모레퍼시픽은 역성장했다. 그러나 LG생활건강은 오히려 아모레퍼시픽에게 내줬던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여기엔 럭셔리 브랜드 ‘후’가 있었다. ‘후’ 판매에 집중한 LG생활건강은 2017년 ‘후’는 단일 브랜드 기준 약 1조 4200억 원을 넘어섰다. ‘후’ 뿐만 아니었다.
또 다른 럭셔리 브랜드 ‘숨’ 역시 2017년 매출 3800억 원을 기록하며 사드 보복을 피해갔다. 이후 브랜드 ‘후’는 국내 단일 브랜드 최초 2018년 매출 2조 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중국 시장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는 매출 2조 6100억 원을 기록하며 새 역사를 썼다.
지난 2015년 차 부회장이 K-뷰티로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 했던 말이 있다. 그는 “회사가 이익이 많이 날 때 ‘이제 좀 긴장을 풀어야 되겠다’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며 “현재에 만족한다면 40년전에 무너졌던 미국의 철강산업처럼 결국 우리도 비슷한 길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차 부회장은 다시 한 번 변화를 선택했다. 그는 중국 시장에만 집중하다 보면 사드와 같은 또 다른 위험을 겪었을 때 회사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차 부회장은 미국 시장을 선택했고 더 에이본 컴퍼니 인수가 그 해답이었다.
2019년 LG생활건강은 미국 화장품 기업 ‘더 에이본 컴퍼니’를 1450억원에 인수하며 중국 시장에 편중된 시장 포트폴리오도 넓혀갔다.
미국 시장은 지난해 턴어라운드를 거쳤으며 회사는 매출 7조 8445억 원을 달성했다.
올해도 그는 상대적으로 약했던 패션 염모제 시장 진출하기 위해 지난 8월 미국 비건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폭스’를 운영하는 ‘보인카’ 지분 56%를 약 1170억 원에 인수했다.
특히 알틱폭스 인수의 경우 다소 ‘힙’한 MZ세대를 타겟으로 한 브랜드여서 LG생활건강이 진행했던 기존 회사들과 다소 다르다는 평을 받았다. 이 회사는 인수합병을 진행할 때 탄탄한 기술력과 확실한 시장을 가진 기업을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차 부회장은 “진화하는 고객을 정확히 감지하고 우리만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외부 환경에 대한 끊임없는 교감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차 부회장은 보인카 인수를 통해 미래 주요 소비층인 MZ세대에게 통하는 ‘힙스러움’이라는 변화를 택했다.
지난 2009년 코카콜라 인수를 마친 후 차 부회장은 임직원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는 일본 관동 대지진에도 버틴 ‘임페리얼 호텔’을 예로 들며 “엄청난 대지진이 올 수 있다는 가정 아래 훨씬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내진 설계를 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며 “사업 포트폴리오가 합리적으로 조화될 때 외부 환경변화 리스크를 완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급변하는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해 글로벌 사업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 대신 늘 변화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한 것이 16년 CEO의 비결인 셈이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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