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뿐만 아니라 삼성의 많은 임직원들도 그러했다. 비록 이 부회장처럼 큰 그림을 본 것은 아니지만 미래가 밝지 않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 열하루간 진행된 이 부회장 북미 출장은 캐나다를 비롯해 미국 동·서부를 횡단하며 다양한 분야 글로벌 파트너사와 협력을 다지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키워드는 ‘뉴 삼성’이었다. 그가 출장길에서 만난 글로벌 파트너사는 모더나(바이오), 버라이즌(차세대 네트워크),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구글(모바일·인공지능 등 4차 산업) 등으로 삼성이 미래 성장사업으로 삼은 사업들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캐나다 토론토 AI(인공지능) 연구센터를 거쳐 미국으로 이동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났고, 17일 글로벌 1위 통신사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최고경영자)와 만나 차세대 이동통신(6G)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0일에는 워싱턴주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만나 반도체, 모바일은 물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아마존을 방문해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유망산업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21일에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DS미주총괄(DS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방문해 AI·6G 등 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연구원들과 만나 “단순 추격이나 격차 벌리기로는 안 된다. 가보지 못한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뉴 삼성’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평가했다.
23일에는 삼성의 최대 과제인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 부지를 확정하며 열흘간 미국 출장을 마무리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테일러시 신규 라인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9년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신규 라인에서 최근 수요가 높아진 AI·5G·HPC(고성능 컴퓨팅) 등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양산해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는 등 반도체 패권 전쟁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 과제를 마무리한 만큼, ‘뉴 삼성’을 위한 대형 M&A(인수합병)를 준비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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