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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1주기…삼성, 이재용 경영 시계 빨라진다

기사입력 : 2021-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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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기대감 고조…이재용 결단 필요성 제기
내달 美 출장 가능성…반도체 후보지 결정될듯

▲사진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국금융신문=정은경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 1주기를 맞는 가운데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어부(勝於父, 아버지보다 나음)’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25일 경기도 수원의 선영에서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모식을 가질 예정이다. 추모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 및 삼성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유족들 및 일부 사장단과 함께 조촐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13일 가석방 이후 경영활동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출소 이후 대외 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란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가석방에 따른 취업제한 규정과 경영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이 부회장은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 등 계열사 부당 합병 의혹 재판을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고, 오는 26일에는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 1심 공판을 앞두고 있는 등 사법 리스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대외 활동은 출소 한 달 뒤인 지난 9월 14일 김부겸 총리와 청년 일자리 회동이 유일하다. 당시 이 부회장은 김부겸 총리와 만나 매년 1만개씩, 향후 3년간 3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마저도 경영활동과 무관해 조심스럽게 나섰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1주기를 맞아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고 대외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이병철닫기이병철기사 모아보기 삼성 선대회장의 추도식에서 “사업보국 창업이념을 계승·발전시키자”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수감되어 있는 동안 삼성은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깜짝실적을 기록해왔지만, 일각에선 삼성의 반도체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은 글로벌 메모리 1위 기업을 지켜오고 있지만, D램 가격이 하반기에 하락하고 있고, 삼성의 미래성장동력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격차도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미국의 인텔과 대만의 TSMC가 앞다퉈 파운드리 신규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는 등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지만, 삼성은 미국 신규 반도체 공장 설립 계획 발표 이후 5개월간 공장 부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의 TSMC는 올해 최대 280억달러(약 30조9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22~28나노미터 공정 반도체 공장 설립 계획도 밝혔다. 인텔도 지난 3월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고, 향후 200억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해 오는 2025년까지 업계 선두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러한 반도체 위기론을 인식했는지 삼성도 이 부회장 출소 11일 만에 반도체·바이오·로봇 등 미래성장동력 산업을 중심으로 한 240조원 투자 계획과 4만명 직접 고용 등 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반도체 부문에서는 향후 3년간 2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보다는 신성장동력인 파운드리 분야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패권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반도체 1위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최근 이 부회장이 경영에 전면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7일 ‘삼성전자, 최첨단 반도체 패권을 노린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은 회사 역사상 중요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나서지 않고 품위가 있으며 통찰력을 지녔다고 알려졌지만,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거침없는(ruthlessness) 면모도 발휘해야 한다”며 “삼성전자가 TSMC와 대적하는 로직칩 분야 대표기업이 되려면 이 부회장이 빠른 시일 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국 신규 반도체 공장 부지 선정이다. 삼성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신규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텍사스주 테일러시다. 당초 업계에서는 기존 파운드리 공장이 위치한 오스틴시가 유력하다고 봤다. 그러나 올해 초 한파 영향에 따른 공장 가동중단으로 1분기에 약 3000억~4000억원의 손해를 입자 이러한 현상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테일러시가 유력한 후보지로 급부상했다.

특히 테일러시는 후보지 중 유일하게 세제 혜택 결의안을 의결했다는 점이 삼성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의안에는 향후 10년간 삼성이 낼 부가세의 90%를 환급, 이후 10년간 85%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환급하며, 용수·전기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테일러시는 기존 오스틴 공장과 거리가 가까워 기존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고, 고객사들과의 협력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신규 반도체 공장 부지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내달 반도체 부지 선정을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에서 신규 반도체 부지를 살펴보고 기존 오스틴 공장 사업 현황 점검 및 퀄컴·엔비디아 등 고객사도 만날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반도체 M&A(인수합병)에 대한 관심도 크다. 올해 초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 의미 있는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는 “실행 시기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향후 3년간 전략적인 시설투자 확대와 의미 있는 규모의 M&A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남 부회장도 지난 3월 열린 주총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분야를 가리지 않고 M&A 대상을 신중하게 탐색 중”이라고 언급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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