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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시대 앞당기는 SI ‘4인방’

기사입력 : 2026-04-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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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토에버·포스코DX
LGCNS·롯데이노베이트
“로봇 운영 능력이 핵심”

▲ 이미지 = 생성형 AI이미지 확대보기
▲ 이미지 = 생성형 AI
[한국금융신문 정채윤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돌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회사들이 있다.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조·물류 현장으로 확산되면서 단순 IT 구축을 넘어 로봇을 실제 현장에 투입·운영하는 역할을 이들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SI, 구축에서 운영으로 이동

휴머노이드 산업은 로봇 자체를 만드는 기업만으로는 완성되기 어렵다. 실제 생산라인이나 물류센터에 투입하려면 로봇 작업 범위를 정의하고, 센서·카메라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며, 원격 관제와 장애 대응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디지털 트윈, 공정 최적화, AI 학습 시스템이 결합돼야 비로소 상용화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휴머노이드 경쟁 중심이 하드웨어 업체에서 현장 적용 역량을 갖춘 SI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현대오토에버, LG CNS, 포스코DX, 롯데이노베이트는 각 그룹 제조·물류·서비스 인프라를 기반으로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로봇을 직접 제조하지 않는다. 다만,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집중한다는 공통점이다. 휴머노이드 산업은 언뜻 보면 하드웨어 중심으로 보이지만 상용화 핵심은 현장 운영에 있다. 제조 공정에 맞는 제어 시스템, 작업 데이터를 축적하는 플랫폼, 장애 대응형 관제 체계가 없는 휴머노이드는 실험실용일 뿐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현대오토에버, LG CNS, 포스코DX, 롯데이노베이트는 각각 자동차, IT 플랫폼, 철강, 유통·물류라는 서로 다른 산업군에서 휴머노이드 상용화 실마리를 쥔 기업으로 평가된다. 이들이 겨냥하는 시장은 단순한 로봇 공급이 아니라 로봇이 반복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운영 체계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시대 경쟁력이 ‘로봇 두뇌’와 ‘운영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그룹 내 로봇·AI 인프라를 통합하는 기업과 휴머노이드를 서비스형 모델로 제공하는 기업들이 핵심 플레이어로 부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토에버, 로봇 인프라 중추

현대차그룹 SI 계열사 현대오토에버가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차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 사업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룹이 스마트팩토리와 제조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대오토에버는 공장 운영 시스템, 데이터 플랫폼, 로봇 관제, 디지털 트윈 등을 담당해 왔다. 단순 IT 시스템 구축을 넘어 그룹 내 물리적 AI 전환을 이끄는 실행 주체로 평가된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전략 브랜드로 내세우며 미국 조지아 공장 등에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북미 메타플랜트를 통해 전용 생산·실증 인프라 구축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오토에버는 로봇 학습, 관제, 데이터 플랫폼을 담당하는 핵심 SI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AGV·AMR·협동로봇·보스턴다이내믹스 스팟 등 약 250대 규모 이종 로봇을 디지털 트윈 기반으로 통합 관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그룹이 이미 로봇 관제와 공정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인프라를 갖췄음을 보여준다. 향후 휴머노이드를 도입할 때 이 체계를 확장해 피지컬 AI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오토에버는 이 인프라를 중심으로 그룹 내 자율주행차와 로봇이 공유하는 소프트웨어·데이터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미 다수 이종 로봇을 통합 관제하는 솔루션을 실증·운영한 경험이 있는 만큼 향후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차 등으로 플랫폼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LG CNS, 피지컬 AI 랩으로 실증

LG CNS는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 로봇 도입을 확대하며 피지컬 AI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로봇 전문 조직 ‘휴처로보틱스 랩’을 운영하며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강화하고, 로봇 원격제어·데이터 수집·시뮬레이션·운영 검증을 위한 실증을 반복 진행 중이다.

이는 단순히 외부 로봇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제조·물류 현장에서 작동과 성능을 검증·학습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LG CNS는 로봇 하드웨어와 AI, 운영 플랫폼을 통합한 ‘풀스택 로봇 전환(RX)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미국 로봇 AI 스타트업 스킬드AI에 투자해 로봇용 파운데이션 모델(RFM) 기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어 지난달 10일에는 실리콘밸리 휴머노이드 기업 덱스메이트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LG CNS는 스킬드AI의 RFM과 덱스메이트 휠형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자사 운영·학습 플랫폼을 결합해 제조·물류 현장용 피지컬 AI 로봇 솔루션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행보는 LG CNS가 단순 로봇 제조가 아닌 현장 투입과 운영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회사는 이족·사족·휠형 등 다양한 형태의 휴머노이드 라인업을 기반으로 RFM·운영·학습·관제 체계를 통합해 대규모 로봇 운영을 실현할 방침이다.

포스코DX, 고위험 공정 자동화

포스코DX는 제철과 중공업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고위험 공정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미국 휴머노이드 기업 페르소나AI에 2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제철·제조 현장에 적합한 로봇 적용 방향을 구체화했다.

이 투자는 고온·중량물 등 사람이 직접 작업하기 어려운 공정을 휴머노이드로 대체하기 위한 공동 개발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포스코DX는 자사가 보유한 산업용 AI와 제조 데이터에 페르소나AI 로봇 기술을 결합해 제철소 환경에 특화된 피지컬 AI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

포스코DX가 주목받는 이유는 휴머노이드 적용 의존도가 가장 높은 산업 현장을 직접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철소는 고온·고압·중량물 취급이 반복되는 고위험 산업으로 자동화 수요가 높고 근로 환경 개선 요구도 크다. 사람과 유사한 동작 구조를 가진 휴머노이드는 기존 설비와 레이아웃에 큰 변경 없이 투입할 수 있어 하역·코일 운반·물류 관리 등 반복적 고강도 작업에 적합하다.

실제 포스코그룹은 지난 2월 페르소나AI 휴머노이드 로봇을 철강재 코일 하역·물류 공정에 투입해 안전성과 인간·로봇 협업 가능성을 검증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번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물류와 제조 전 영역으로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DX는 가상 시뮬레이션 기반 피지컬 AI 개발 체계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제철·이차전지 등 다양한 현장 데이터를 활용해 로봇 제어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실제 조업 환경을 디지털로 재현해 안전 리스크를 줄이면서 AI 학습과 검증을 병행하는 구조를 갖췄다.

롯데이노베이트, RaaS 모델 공략

롯데이노베이트는 휴머노이드를 제품이 아닌 서비스로 공급하는 RaaS(Robot as a Service)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회사는 휴머노이드 하드웨어를 직접 판매하기보다 로봇·인프라·운영·AI 모델을 묶어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는 유통·물류·서비스 현장이 많은 롯데그룹의 사업 구조와도 잘 맞는 방식이다.

RaaS 전략은 휴머노이드 도입이 확대될수록 반복 매출을 만들기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객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 부담이 줄고 공급사 입장에서는 장기 계약과 운영·업데이트·학습을 포함한 데이터 축적과 모델 고도화가 가능해진다. 특히 물류센터와 유통 점포는 작업이 반복적이고 표준화가 쉬워 휴머노이드와 RaaS 모델이 결합하기 좋은 환경으로 평가된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자체 AI 플랫폼 ‘아이멤버’를 활용해 로봇과 결합한 피지컬 AI 모델을 개발·실증 중이다. 회사는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에 아이멤버 AI 엔진을 탑재해 유통·물류·제조·서비스 등 다양한 현장에 적용 가능한 범용 피지컬 AI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그룹이 미래형 편의점 매장에서 휴머노이드·AI가 기존 점주가 수행하던 업무를 맡는 실험도 진행하는 등 RaaS 모델을 현장에 접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로봇 하드웨어에 제한되지 않고 여러 기기와 현장에 아이멤버를 확장해 RaaS 형태로 공급하겠다는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업계에서는 향후 휴머노이드 확산이 본격화하면 SI 기업의 역할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휴머노이드가 단발성 시스템 구축을 넘어 장기 운영과 데이터 기반 개선이 핵심이 되는 산업 구조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시대 경쟁력은 로봇 그 자체보다 로봇을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통합 능력에서 갈릴 전망”이라며 “SI 기업들이 어떤 플랫폼과 운영 모델을 구축할지, 휴머노이드 산업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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