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아마존이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다만 직접진출이 아닌 11번가를 통한 우회 진출로 11번가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서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다. 아마존의 시작인 도서 상품은 물론, 가전, 디지털, 컴퓨터, 주방용품 등 13개 카테고리 내 수 많은 상품을 이제 국내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다. 이로써 급성장하는 국내 직구 시장에 11번가가 불을 지핀 셈이다.
◇ 한국 시장 직접 진출 선택하지 않은 아마존
아마존은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았다. 지난 2000년에 일찌감치 진출한 옆동네 일본 시장과는 다소 다른 전략이다.
아마존의 국내 시장 진출은 지난 2015년부터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마존은 11번가를 택했다.
업계는 아마존의 우회 진출에 대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포화 상태이고 ‘쿠팡’이라는 아마존 카피캣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점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 분석했다.
2000년 아마존이 일본 진출 당시 취했던 전략도 국내 이커머스 기업이 현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비슷하다. 먼저 아마존 재팬이 당시 5000엔, 한화 약 5만2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 전략을 1500엔, 약 1만6000원으로 낮춘 점, 지난 2003년 마켓 플레이스를 도입한 점 등이 2020년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라쿠텐’을 따라잡고 1위를 달성한 기반이 됐다.
업계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에 밀려 이베이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 한 것도 아마존이 직접 진출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로 꼽고 있다.
손인수 상명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아마존이 국내에 직접 진출 하기에는 시장 자체가 만만치 않다”며 “특히 ‘쿠팡’이라는 존재가 아마존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 역직구 통로로 11번가를 활용할 수 있는 아마존
아마존이 역직구 통로로 11번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직접 진출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소비재 수출 지도가 변했다. K-Culture(문화)를 필두로 반도체, 컴퓨터 중심의 수출 지형지도가 화장품, 농식품 등 소비재로 다양해졌다. 손인수 교수는 “코로나19로 우리나라보다 잘 살던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우리나라는 이에 반사 이익을 받아 수출품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간한 ‘2021년 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화장품과 농수산 식품 등의 수출 품목이 역대 최고액을 달성했다.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7% 올랐다. 농수산식품도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EU와 CIS(독립 국가 연합) 등으로 수출국이 다양해져 10개월 연속 성장했다. 수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0.3% 오른 9954억원을 기록했다.
손인수 교수는 “우리나라가 K-Culture(문화) 등 다양한 이유로 국가 이미지가 많이 올라갔다”며 “아마존 입장에서는 향후 역직구를 위해 한국에서 잘 팔리는 물건이 어떤 건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바로 오픈마켓”이라고 강조했다.
◇ 국내 판매자에게 기회가 될 아마존과 11번가의 협업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2/4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은 1조203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로 면세점 판매액이 7.4%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번 11번가와 아마존의 협업으로 현재 중국에 치우친 국내 해외 직접 판매 지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가별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 구성비를 보면, 중국이 84.7%로 압도적이다. 이어 미국 5.7%, 일본 4.9% 순이다. 손인수 교수는 “이번 아마존과 협업을 통해 11번가는 국내 판매자를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차후 11번가는 국내판매자에게 아마존에서도 쉽게 물건을 판매 가능하다고 광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11번가 관계자는 “현재 11번가와 아마존 모두 국내 고객에게 아마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서비스 론칭한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고 아마존의 글로벌 셀링 한국 지사가 있다는 점이 이유다.
하지만 11번가 관계자는 “아마존의 국내 시장을 보고 국내 사업 파트너로서 11번가를 선택했다”며 “(차후) 양사 협력의 미래 방향 대해서 현재로서 단정 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11번가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