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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본 전셋집 오늘은 없다…임대차법 통과 1년, 서울 전세난 현재진행형

기사입력 : 2021-07-21 08:48

렌트 컨트롤 등 부작용부터 임대인-임차인 편가르기식 갈등 야기
정비사업·3기신도시 이주수요 우려되는데 입주물량은 여전히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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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한국금융신문DB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분명 어제 다 보고 내일 와서 계약하려고 했는데 매물이 나갔다고 하더라구요. 두 달 사이에 벌써 이런 일이 세 번은 있었던 것 같아요.”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고 있는 한 직장인의 하소연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휩쓸고 있는 ‘역대급 전세난’은 단순히 통계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닌 현실의 이야기였다.

정부가 임차인 보호를 위해 야심차게 마련했던 임대차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지 약 1년여가 지났지만, 전월세시장의 혼란과 부작용은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1989년에 임대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을 때 5개월가량 불안정했는데, 지금은 그때와 같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일정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9년 사례에서 2배가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임대차법이 촉발한 전월세시장 불안 현황과 문제점, 전망 등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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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 임대-임차인 ‘선의’에 지나치게 의존…편가르기식 갈등 야기한 정부에 피로감 과중

임대차 3법은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3개 법안을 가리킨다. 이 중 전월세시장 혼란을 야기한 주범으로 평가받는 것은 지난해 7월 말 통과된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세입자가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면 추가로 2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2+2년'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 상승 폭은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상한을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상대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입법 취지는 좋았지만, 제도 도입 전부터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졌다. 임대인·임차인들의 ‘선의’에 지나치게 의존해 제도 시행 뒤의 부작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임대차3법에 대한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하면서부터, 임대인들과 임차인들의 갈등이 곳곳에서 두드러지게 발생하기 시작했다. 세를 놓은 집의 임대 만료가 임박한 임대인들은 제도 시행 전 급하게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내 기존 세입자를 몰아내려 하고, 세입자들은 어떻게든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전월세상한제로 인해 전셋값을 올려 받지 못한다면 아예 관리비를 올리고, 작은 하자라도 있을 경우 에누리 없이 수리비를 청구하는 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임대인들까지 나타났다. 한 임대인은 “어떻게 집을 사용할건지 A4용지 10장 분량으로 계획서를 받을 것”이라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른바 세입자를 가려 받는 ‘렌트 컨트롤(rent control)’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직계존속·비속이 주택에 실거주할 경우 계약갱신 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기존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자신들이 직접 실거주용으로 전셋집을 사용하겠다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일부 임대인들은 지인이나 친척을 통해 우선 전세계약서를 써서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줄 것을 통보하고, 이러한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매물로 올리려 하는 등의 교묘한 ‘편법’을 찾고 있기도 했다.

한 임차인 A씨는 계약만기를 앞두고 임대인에게 계약만기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로 인해 추가 대출을 얻기도 어려웠고, 자녀들의 학업 문제로 현재 집을 떠나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결국 A씨는 반전세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 한 관계자는 “어떠한 법이 나오더라도 결과적으로 ‘을’에 해당할 수밖에 없는 임차인들이 혜택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유력 임대인들은 임차인들에 비해 재정적으로도 우위에 있고, 충분한 공부와 인맥을 활용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책이 정부 기대대로 시장에서 기능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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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올 하반기 주택 가격 전망 / 자료=한국건설산업연구원


◇ 정비사업 이주 수요·3기신도시 사전청약 등 전세시장 불안 부추길 요인 많아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2019년 6월 이후 2년이 넘게 상승곡선만을 그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서울 주간 아파트 전셋값 상승폭은 0.10% 안팎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최근 서초 반포1·2·4주구를 비롯한 재건축 이주 수요가 발생하면서 시장 과열을 초래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정비사업 이주수요 물량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은 한동안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달 사전청약을 받기 시작한 3기신도시 또한 본청약과 실제 공급까지의 시간이 많이 남아 이 같은 전세난에 무게를 더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주(110.4)보다 0.2포인트 상승한 110.6으로 집계됐다. 이는 15주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추출한다. 1∼200 사이 숫자로 표현되며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그간 도심 내 신규 주택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의 집값과 전셋값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 상태가 됐다. 이들 지역에서는 신규 임대차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 점으로 인해 2+2년의 임대차기간 이후 계단식으로 임대료가 급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세시장 안정에 도움을 줘야 할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또한 감소 추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입주자 모집공고 기준으로 3만864가구로, 작년(4만9411가구)보다 37.5% 적다. 그나마도 상반기 1만7723가구에 비해 하반기에는 1만3141가구로 4000여가구 가량 입주물량이 줄어든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1.5%p 오르고 전세가는 이보다 큰 2.3%p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수요자들의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고 주택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아 기존 주택 매매 시장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며 “잇단 공급 신호에도 불구하고 생애 최초 주택 매입자가 증가하는 등 수요 우위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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