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채용 풍속도 변화도 빨라졌다. 은행들은 기존 대규모 정기 채용 대신 소규모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인문·경상 계열 대신 비금융·정보기술(IT) 계열의 경력직 중심의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이달 14일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희망퇴직자는 총 2495명으로 집계됐다. 먼저 작년 12월 말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각각 511명, 496명을 내보냈다. 올해 초에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에서 각각 800명, 468명, 220명의 행원이 은행을 떠났다.
국민은행은 작년에 비해 올해 두 배 가까이 희망퇴직을 늘렸다. 지난해 임금피크제 희망퇴직자는 462명이었다. 국민은행은 희망퇴직 대상 연령을 만 48세까지 기준을 낮추고, 재취업 지원금을 600만원가량 늘렸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1년 전보다 142명 많은 인원을 내보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 들어 두 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올해 희망퇴직자는 지난해 250여명에 비해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장 직원들의 희망퇴직 대상 확대 의견이 지속돼 직원들의 안정적인 제2의 인생을 지원하고자 희망퇴직을 한 번 더 실시하게 됐다”며 “회사로서도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그 비용을 디지털 부문에 집중할 수 있어 퇴직자와 서로 윈윈(Win-Win)”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금융 흐름에 맞춰 은행권은 영업점도 빠르게 줄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에서 하반기 폐쇄가 예정된 영업점(출장소 포함)은 총 84곳이다. 부산·경남·전북은행 등 지방은행까지 포함하면 최근 1년 사이 폐쇄됐거나 폐쇄 예정인 영업점은 150곳이 넘는다.
B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금융권도 디지털 전환이 예외 없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한 게 현실이지만, AI 기술 발달이 그 정도로 고도화한 것도 아니고 디지털 전문인력 중에도 상담 업무 등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많다”며 “구조조정을 위해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 디지털 인재 채용 확대…역량 평가 시스템 도입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인재 채용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매년 200~500명 규모의 신입 행원을 뽑았던 은행들은 작년 한 해 동안 절반 이상 채용 규모를 줄였다. 최근에는 디지털 전문가를 위주로 다시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수시채용 계획 발표했다. 은행권 처음으로 2019년 ICT 직무 특화 채용절차를 도입한 신한은행은 올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에도 디지털역량을 측정하는 새로운 평가 방식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지난 8일 상반기 신입 및 경력직 채용을 발표했다. IT, 데이터, 경영관리 전문가, 장애인, 보훈 5개 부문이다. 특히 ICT와 IB(투자은행) 전문인력 등에 대한 상시 채용 시스템을 구축하며 변화에 발맞췄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디지털‧IT 부문에 한해 상반기 채용을 실시해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디지털 인력을 확충했다. 채용 과정에서도 데이터 분석 능력 등을 평가하는 ‘디지털 인사이트(Digital Insight) 인터뷰’를 새롭게 도입했다.
하나은행 역시 디지털 핵심 역량을 갖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계 인턴을 모집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자기소개서 평가와 디지털 소양을 평가하는 TOPCIT(Test Of Practical Competency in IT)도 도입했다.
농협은행은 올해 디지털역량 검증을 통해 340명의 신입 행원을 채용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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