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모두 33명이다. 이들 금융지주는 지난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26명 가운데 연임이 불가한 4명을 제외하고 22명을 재선임했다. 4대 금융 가운데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한 곳은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권숙교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과 박동문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사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박원구·김홍진·양동훈·허윤·이정원·백태승 등 나머지 사외이사 6명은 임기 1년으로 재선임했다.
KB금융과 우리금융도 안정을 택했다. KB금융은 사외이사 7명 가운데 임기가 만료된 스튜어트 솔로몬·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김경호 등 5명을 전원 재선임했다. 임기는 1년이다.
이 같은 연임 행렬은 코로나19 사태 속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안정을 꾀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지주들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업무를 다하지 못한 사외이사들을 연임시키며 ‘거수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총 20회 열린 이사회에서 모든 안건에 ‘찬성’ 또는 ‘특이의견 없음’ 의견을 냈다. 우리금융 역시 14회의 이사회 중 반대 의견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농협금융은 20회, 하나금융은 10회 이사회를 열었지만 반대 의견이 나온 건 각각 한 번에 불과했다. 그나마 신한금융만 16회 이사회 중 반대 또는 보류 의견이 다섯 번 나왔다.
사외이사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에 관료 및 법조계 출신 인사가 대거 포진하고 있는 것은 대관 업무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신한금융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 이사 전문성이 부족하고, 선임 과정이 불투명하다”며 “이사회 구성의 정합성을 제고하라”고 경영유의조치를 내린 바 있다.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금융지주 CEO들이 징계를 받고 있는 점도 지배구조 향배를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다. 우리금융은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 기로에 놓였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8일 우리은행에 대한 3차 회의를 열고 라임 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인 손태승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 상당의 조치를 의결했다. 우리은행이 라임 펀드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상품을 판매했다는 이유에서다.
문책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다. 추후 금융위원회에서 징계가 확정되면 손 회장은 연임이 어려워진다. 남아있는 임기는 그대로 보장되나 CEO 리스크가 지속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또 두 번 연속 중징계로 우리금융 지배구조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손 회장은 지난해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문책경고를 받은 뒤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인용 결정을 받았고, 연임(임기 3년)에 성공했다. 현재 징계 자체를 무효화하는 본안 소송을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우선 금융위에서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도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장이 라임 펀드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은 점이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진 행장이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는 만큼 제재심 결과에 따라 신한금융 후계구도에 작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함영주 부회장이 그룹 2인자로 평가받고 있지만, 법률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함 부회장은 하나은행 채용비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해외금리 연계 DLF 불완전판매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후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지배구조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 및 책임 강화, 이사회 및 감사의 역할과 기능 적립, 사외이사제도 강화 등 내부적인 측면과 투명한 소유 구조,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주주 권리의 강화 및 공정성 충족, 금융감독체계 강화 등 외부적인 측면으로 나눠 각각의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 및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며 “향후 ESG 등으로 인해 지배구조 지형도가 상당히 바뀔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변화의 큰 물결을 타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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