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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광모의 결단, 적자 휴대폰 대신 전장·AI 강화

기사입력 : 2021-04-06 13:00

(최종수정 2021-04-0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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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2018년 취임 이후 실용주의 경영 지속
5조 적자 휴대폰 사업 종료…전장·AI 등 신사업 강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구광모 LG그룹 회장.
[한국금융신문=정은경 기자] 구광모닫기구광모기사 모아보기 LG 회장이 휴대폰 사업 종료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전장·인공지능(AI)·로봇 등 핵심 성장 사업에 역량을 집중시키며 ‘뉴 LG’ 전환에 속도를 낸다.

LG전자는 지난 5일 이사회에서 지난 26년간 이어오던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권봉석닫기권봉석기사 모아보기 LG전자 사장이 MC사업부의 운영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지 약 두 달 만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며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준비를 가속화해 사업구조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던 MC사업부는 지난 2015년 2분기부터 2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만 5조원을 넘겼다.

이에 LG전자는 베트남 빈그룹, 구글, 페이스북, 폭스바겐 등과 MC사업부 매각을 시도해왔다. 연구개발(R&D), 특허권 등은 남겨놓고, 생산 부문만 매각하는 방향으로 진행했지만, 기업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철수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철수에는 구 회장의 실용주의 철학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 사업을 정비하고, 주력사업과 성장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야 한다”며 “LG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며, 고객 중심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을 쉼 없이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등 ‘선택과 집중’의 경영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LG전자의 수소연료 전지회사인 ‘LG 퓨얼시스템즈’ 청산, LG화학의 LCD(액정표시장치) 편광판과 유리기판 사업 매각,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PG) 사업 매각 등이 있다.

▲자료=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자료=LG전자
구 회장은 그간 전장, 인공지능(AI), 로봇을 신 성장동력으로 삼고, 역량 강화를 위해 집중 투자해왔다. 이번 휴대폰 사업 종료를 기점으로 미래 먹거리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전장(VS) 사업부는 오는 7월 캐나다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와 전기차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JV) 설립한다. 지난 1월에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프트와 합작법인 ‘알루토’를 출범하며,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전장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밖에 LG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인포테인먼트(LG전자)·전기차 부품(LG전자·LG이노텍)·차량용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장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는 LG가 다가오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에서 전장부품을 담당하는 통합 솔루션업체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VS(전장)사업본부의 흑자전환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역량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VS사업부가 올 3분기에 흑자전환 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연구에도 지속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 등 16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LG AI연구원’을 출범했다. 3년간 글로벌 인재 확보와 AI 연구개발 등에 투자해 1000명의 AI 인재를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봇의 경우 ‘로봇사업센터’를 LG전자의 5대 사업부인 BS(비즈니스솔루션)사업부로 이관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빠르게 도입된 만큼, 올해도 로봇 사업 역량을 강화해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왼쪽부터) 신금철 키사이트코리아 전무, 김병훈 LG전자 미래기술센터장, 조동호 LG-KAIST 6G 연구센터장이 차세대 이동통신인 6G 기술 선도에 나선다.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신금철 키사이트코리아 전무, 김병훈 LG전자 미래기술센터장, 조동호 LG-KAIST 6G 연구센터장이 차세대 이동통신인 6G 기술 선도에 나선다. 사진=LG전자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미래 준비를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카메라·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와 가전, 로봇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속해 나간다.

특히 오는 2029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 원천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LG-KAIST 6G 연구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키사이트·KAIST와 6G 이동통신의 핵심 주파수인 테라헤르츠(THz) 원천기술 개발 및 검증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휴대폰 사업 종료를 두고 구광모 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의 정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LG가 AI·로봇 등의 분야에서 추가 인수합병이나 합작법인 설립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LG전자가 전장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은 뒤 ZKW 인수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마그나, 룩소프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등 사업을 확대해오고 있다"며 "또 다른 성장 사업으로 삼고 있는 AI와 로봇 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 등 추가적인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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