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일 코나EV 등 전기차 리콜에 따른 추가 비용을 반영한 지난해 실적 정정공시를 각각 올렸다. 총 리콜비용은 1조원에서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이중 현대차가 30%, LG에너지솔루션이 70%를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4일 코나EV 화재 중간 조사결과를 통해 "배터리셀 불량(음극탭 접힘)으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또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충전맵 로직 오적용이 확인됐으나 화재 발생과 연관성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배터리셀 제조는 LG에너지솔루션이, BMS 설계와 운영은 현대차가 맡았다. 사실상 정부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제조불량에 무게를 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이 부담해야 할 리콜 분담비율이 최대 90%까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국토부 발표 직후 LG에너지솔루션은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LG측은 국토부가 지목한 음극탭 접힘이 재현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고, 현대차의 BMS 문제도 간접적으로 언급됐다는 입장문을 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원만하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사가 내세운 합의 배경은 '고객 불편 최소화'다. 지난 1차 리콜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화재 사건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화재 책임을 놓고 양사가 장기간 공방을 벌인다면 소비자 불안감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부터 전용 전기차 플랫폼(E-GMP) 신차가 출시된다. 완성차와 배터리제조사간 협업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정면충돌은 되도록 피하고 싶은 상황일 것이다. 또 소비자에게 '판매 막바지인 구형 전기차에 대한 책임을 서로 회피한다'는 인상을 심어준다면 향후 브랜드 신뢰도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
실제 현대차와 LG가 코나EV를 놓고 타협점을 찾은 시점 전후로 '배터리 동맹' 관계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양사는 지난달 18일 정부가 참여하는 '배터리 대여·재사용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초 양사는 작년 10월 관련 계약을 맺을 예정이었지만 행사가 갑작스럽게 취소된 바 있다. 당시 코나EV 책임 문제를 놓고 현대차와 LG가 갈등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앞으로 눈 여겨봐야 할 점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간의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이 체결될지 여부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E-GMP 3차 물량은 SK이노베이션과 중국 CATL이 따냈다. 다만 계약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절반 이상 적은 9조원대로 추정된다. 3차 물량의 핵심 모델로 꼽히던 아이오닉7 글로벌 물량이 빠졌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오히려 이는 2019년말부터 추진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인도네시아 합작법인이 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단 현대차 관계자는 "E-GMP 3차 공급사 선정 작업은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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