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장녀 이경후 CJ ENM 부사장은 작년 임원인사서 승진하며 입지를 굳히고 있고,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닫기이선호기사 모아보기 CJ제일제당 부장은 올해 초 회사로 복귀했다. 오너 일가가 갖고 있는 CJ올리브영 지분 정리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선호 부장은 지난 1월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복귀했다.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은 해외 시장을 겨냥한 전략제품을 발굴하고 사업전략을 수립·실행하는 역할이다. 꼬박 1년 4개월 만의 귀환이다. 이 부장은 2019년 대마 밀반입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법정 구속은 면했지만 회사 징계 차원에서 업무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집행유예 기간을 채우기 전에 돌연 복귀한 이유를 두고 여러 분석이 오갔다. 이재현 회장의 건강 문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그룹 안팎으로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한 요인이 컸다는 게 가장 유력한 해석이다. 이경후 CJ ENM 부사장도 지난해 12월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승진하면서 그룹 내부에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
CJ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CJ올리브영 지분이 매각되는 것도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CJ올리브영은 CJ그룹의 승계 작업에 있어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9월 2022년 상장과 상장 전 지분매각(프리IPO)을 밝히고 투자자를 유치했다. 새 주주 자리는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채웠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말 코리아에이치앤비홀딩스를 대상으로 136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공시했고, 유상증자 대금은 이달 15일 납입됐다. 코리아에이치앤비홀딩스는 CJ올리브영 투자를 위해 글랜우드PE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다.
◇ 지분 매각 후 얻은 현금, 어디에 사용될까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부사장은 CJ올리브영의 지분 일부를 글랜우드PE에 넘기면서 각각 1018억원, 392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제 관심은 이 매각 대금의 사용처에 쏠리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두 자녀가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CJ 주식의 증여세 납부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4월 이재현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CJ 신형우선주 184만1336주를 이 부사장과 이 부장에게 92만여주씩 증여했다. 이에 따른 증여세는 6~700억원으로 추산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CJ올리브영이 상장 계획을 공식화한 직후 내놓은 리포트에서 “IPO 방식이든 지분매각 방식이든 궁극적으로 CJ는 CJ올리브영에 대한 투자금 회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현재 CJ 오너 3세의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 상으로도 CJ올리브영의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CJ그룹의 지난해 IR자료를 보면 CJ올리브영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19년 10.6%에서 지난해 17.9%로 늘어났다. CJ올리브영 주요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린 오너들에게 회사의 실적 개선은 승계 재원을 더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승계가 유력한 이 부장이 현재까지 보유한 CJ 지분은 2.75%(보통주 기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에 증여받은 신형우선주가 10년뒤 보통주로 전환되면 이 부장의 CJ지주 지분율은 5.1%까지 확대되지만 후계로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에는 여전히 적은 수준이다. 향후 이 부장의 CJ지주 지분 추가 확보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지난해 말 기준 CJ지주의 주요 주주는 이재현 회장(42.07%), 국민연금공단(7.56%), 이선호 부장(2.75%), 이경후 부사장(1.19%) 등이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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