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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H 사전투기? 걸린 게 문제”…정부가 깔아준 부동산 투기판

기사입력 : 2021-03-0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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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미지 확대보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LH 직원들이 부동산 사전투기를 한 게 나쁜 것이 아니다. 나쁜 짓을 하다가 걸린 것이 문제다.”

부동산 업무에 종사하는 한 지인의 말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을 둘러싼 부동산 투기의 시각과 문제점을 잘 드러내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은 이미 부동산 투기 공화국이 됐다. 스스로들은 이를 ‘투자’라고 표현하지만, 기자가 보기에는 솔직히 ‘투자’나 ‘투기’나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의 부동산 바닥에서는 그렇다. 우리나라는 뼛속부터 투기 공화국이고, 적어도 ‘이번 세기’에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LH 직원들의 사전투기 논란을 보고 기자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어이없음’이었다. 참으로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들이 ‘정부 유관기관’의 일원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LH 직원들의 적반하장식 대응을 보고 나니 더욱 확실해졌다. 참고로 LH는 지난해 자체 청렴도 평가에서 스스로 전체 5등급 중 2등급을 책정했다. 외부 평가는 4등급이었다.

사실 LH 직원들의 투기가 더 큰 공분을 사고 있는 이유는 그들이 국가 유관기관 소속이라는 점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고 선포했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전쟁의 총부리를 스스로에게 겨눠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정책의 핵심은 ‘공공주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공공’이 온갖 비리와 투기의 온상이었다는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대체 어떤 사업장이 공공에게 자신들의 땅을 선뜻 내주겠는가.

과거 다른 신도시가 조성될 때에도 공무원들의 투기와 비리 문제는 끊이지 않고 불거져왔다. 1, 2기 신도시 조성 당시에도 일부 공무원들이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유착을 통해 개발 예정용지를 미리 매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검찰 합동수사본부 설치를 통해 투기사범과의 전쟁을 선포, 시세차익을 노린 공무원들을 대거 적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는 검찰이나 감사원이 아니라, 정부가 주체가 돼 조사를 벌인다. 정부 유관기관의 잘못을 정부가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곳곳에서 나온다. 자칫 말단 직원 몇 명 자르고 마는 ‘꼬리 자르기식’ 처분으로 사건이 유야무야될 수 있다는 우려다.

비단 LH만이 문제일까. 사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국토부나 국회, 청와대에도 신도시 개발에 대한 사전정보를 입수하고 토지 매입에 나선 이들이 만연해있을 수도 있다.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는 마피아게임같다.

아니다. 생각을 바꿔보자. 이번에는 우리가 국가의 부동산정책을 책임지는 유관기관 관계자라고 생각해보자.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듯, 알짜배기 정보를 접했다면 어떻게든 투기...아니, 투자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할 것이다. 인간의 본성이다. 그나마 양심에 찔려서, 혹은 들키지 않으려고 가족이나 친구의 명의를 빌릴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이렇게 얻은 정보로 직접투자를 하는 대신 ‘부동산 1타 강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익명으로 활동하며 신도(?)들을 모아 유튜브 광고수익을 누릴 수도 있으리라.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아니, 투자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졌다. 어떻게든 정부와의 연줄을 만들어서 그들이 투자하는 그대로만 투자하면 된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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