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발표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 원대 토지를 사들였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부가 그간 내놓은 공급대책의 신뢰도에도 금이 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정부 ‘히든카드’였던 광명시흥, 사전투기 논란에 정책 신뢰도에 치명타
지난 2월 발표된 공급 위주 부동산대책은 구체적인 사업지나 시행 시기, 예산조달방안 등이 빠져있는 ‘반 쪽 짜리’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무려 7만 호 규모가 공급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이번 정부 공급대책의 핵심지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한 상태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불거진 이번 LH직원의 사전투기 논란은 정부대책 신뢰도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분석에 참여한 김태근 민변 민생경제위원장은 "LH 공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도시 토지보상 시범사업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광명시흥 자체는 예전부터 투자 유망지역으로 여러 곳에서 거론됐던 장소이므로 투자가 이뤄져도 이상할 것은 없지만, 100억 원대라는 거액의 투자금이 공공기관 직원을 통해 거래됐다는 부분은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바닥을 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해도 모자랄 마당에 이런 논란이 터진 것은 상당히 치명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논란을 의식한 듯 재빠른 조치에 나섰다. LH는 논란과 연루된 해당 직원 12명을 직무배제 조치했다. 다만 직접적인 업무관련성이 없는 직원 개개인의 투자에 대해서는 감사를 통해 규제할 근거가 없어 진상 규명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는 공공주택본부 차원에서 경위 파악에 나섰다. 국토부는 민변과 참여연대의 고발 내용을 바탕으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그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수사의뢰와 고소, 고발 등의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공주택특별법’은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설마 다른 사업지에도?” 스스로 떨어트린 공급대책 신뢰도
정부 공급대책의 핵심지로 꼽히던 광명시흥이 이 같은 논란에 휩쌓이자, 그간 발표된 정부의 다른 공급대책 사업지를 두고서도 의심의 눈초리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광명시흥과 함께 발표됐던 부산대저-광주산정은 물론, 4월에 발표될 2차 택지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김포나 고양 등 수도권 일대에도 투기의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의 부동산대책 신뢰도는 이미 지난해 임대차3법 등의 잇따른 실패로 이미 ‘바닥에 떨어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규제로 묶은 지역의 주변 지역이 풍선효과로 크게 들썩이는 양상이 나타나자, 부동산 커뮤니티 사이에서 “정부야말로 족집게 부동산 스타 강사”라는 조롱섞인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자기들의 도덕성도 제대로 관리 못하면서 공공주도를 하겠다며 땅을 내놓으라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 “4월에 나온다는 땅도 벌써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사돈 팔촌까지 다 동원해서 사놓은거 아니냐”, “예전부터 이상한 낌새가 많았는데 이제야 터질 것이 터졌다”는 등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이번 투기의혹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보를 받아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 필지를 조사해 나온 의혹이 이 정도라면, 더 큰 규모의 투기와 도덕적 해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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