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부터 선제적으로 도입한 롯데그룹
롯데는 지난해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 친환경 패키징 확대, 식품 폐기물 감축을 3대 실천 과제로 선정했다. 장기적으로는 그룹 전 분야에 ‘5Re(Reduce·Replace·Reduce·Redesign·Reuse·Recycle, 감축·대체·재설계·재사용·재활용)’ 모델을 적용할 방침이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주요 경영 화두로 ESG를 내세웠다.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ESG 경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ESG 요소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사회적 가치는 기업 생존·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사항이다. ”규제에 대응하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고, 더 나아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사회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너의 의지에 따라 계열사들은 ESG를 강화하고 있지만 등급은 천차만별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지난해 롯데지주와 롯데칠성음료의 ESG 종합 등급을 ‘B+’로 평가했다. 반면 롯데쇼핑, 롯데정밀화학, 롯데정보통신, 롯데제과 등은 A를 받았다. 특히 롯데지주는 환경과 지배구조 영역에서 B등급에 머무르고 있다. 롯데는 순환출자 개선을 위해 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지분들을 정리해오면서 지배구조를 정리하는 중이다. 그러나 지분율로 따지면 지주사의 대주주는 호텔롯데로 ‘옥상옥’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간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호텔과 면세 사업 실적이 크게 나빠지면서 요원해졌다.
정지선 회장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비전 2030’을 선포하고 ESG 경영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 계열사 외에도 의류, 인테리어, 건자재와 같은 계열사를 둔 현대백화점그룹은 다방면에서 친환경 사업을 도입하고 있다. 예컨대 한섬은 재고 의류 폐기 방식을 바꾸는 ‘탄소 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판매하고 남은 재고 상품은 브랜드 관리를 위해 불태워 없앴지만, 의류 생산업체가 환경오염을 악화한다는 지적에 따라 폐기 처리 방식을 변경했다. 재고 의류를 고온과 고압으로 성형해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섬유 패널)로 만들어 활용하게 된다. 한섬은 연간 144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기대하고 있다.
노력에 힘입어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리바트·홈쇼핑·한섬 등 계열사들의 ESG 등급은 ‘A’로 준수한 편에 속한다. 2018년만 해도 현대그린푸드·리바트·홈쇼핑이 ‘B+’, 현대백화점·한섬은 ‘B’였던 것과 비교해 ESG 지표를 단기간 끌어올린 셈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그간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이 결산배당금이 적다는 지적을 받아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배당금 규모는 주주 친화 정도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ESG 경영을 논할 때 종종 등장한다. 국민연금은 2019년 주요 주주로 있는 현대그린푸드와 현대리바트에 과소 배당을 지적하며 재무제표 승인을 거절할 정도였다. 같은 해 8월 현대백화점그룹은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하고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를 설치해 개선 작업에 나섰다.
◇ 경쟁사에 비해 등급 낮은 신세계, “책임경영·주주가치 주시할 필요”
신세계그룹은 경쟁사에 비해 ESG 등급 지표가 낮은 편이다. 신세계·신세계인터내셔날·이마트가 ‘A’, 신세계I&C·광주신세계 ‘B+’, 신세계건설 ‘B’ 등이다. 신세계그룹은 ‘그린 신세계’를 내세우며 친환경과 사회 공헌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는 세제 리필 매장을 운영하며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이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자체 개발한 친환경 아이스팩을 그린 패키징 공모전에 출품해 환경부 장관상을 받았다. 일반 아이스팩은 땅에서 자연 분해되는데 100년 이상 걸리지만, 신세계푸드 아이스팩은 사탕수수 등 생분해 필름을 적용해 3개월이면 분해된다는 설명이다.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책임경영과 향후 진행될 지분 정리 작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총수 일가가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상장계열사가 없다”며 “경영 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총수 일가가 임원으로 등재하는 것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필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개편작업의 완성을 위해 정용진 부회장과 신세계, 이마트가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광주신세계, SSG닷컴 등에 대한 지분정리가 진행될 예정으로, 지분매각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우려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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